며칠 전 이른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어떤 아주머니가 버스정류장 내가 앉은 쪽으로 다가오더니 한참을 옆에서서 머물러 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의자 뒤로 버스노선도가 있는 커다란 유리 안내판에 거울을 붙여놓았는데 거울을 보기 위해 서 있는 거다. 처음엔 그런가보다 했는데 화장을 고치는 것도 아니고 얼굴에 붙은 뭘 떼어내는 것도 아니고 한참을 머무르면서 물끄러미 거울을 보다가 떠나는 거다. 그런데 가다가 다시 와서 거울보고 또 자리를 떴다가 다시와서 거울보고 저 아주머니가 왜 저러시나 의아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일전의 그 아줌마가 다가온다. 앗! 그런데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뒤에는 거짓말 조금보태서 자기보다 덩치가 더 큰 무섭게 생긴 허연 개가 있는거다. 그것도 쇠사슬에 목줄을 채워 보기만해도 주눅이 들게 생겼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아주머니가 거울을 보는 사이 그 커다란 개가 철컹철컹 거리며 내 앞을 왔다갔다 하는거다. 신경은 쓰였지만 가만히 있었다. 잠시 후 아주머니가 가나 싶더니 또 돌아온다. 그러더니 또 거울을 본다. 개가 또 다가온다. 얼른 자리를 피하고 그 아주머니의 거울 보는 모양새를 살펴본다. 그거였다. 아주머니는 누가봐도 알아차릴 정도로 너무 진하게 눈썹 문신을 한 거였다.
'아니 집에서 거울을 보던지, 왜 여기 와서 이러는 거야! 거기다가 사납게 생긴 개까지 끌고, 입마개를 하든지..'
아주머니가 떠나고 난 다시 거울 밑 의자에 앉았고 정류장 의자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찼다. 근데 아줌마가 또 오는 거다. 당연히 개도 따라와 또 내 옆을 어슬렁거린다.
"저기요. 아주머니 개 좀 저쪽으로 해주세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고 한 마디 던지곤 계속 거울을 쳐다보는 거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소리가 내 귀에는 '내 똥은 냄새 안나요'로 들린다. 주인은 안물지 몰라도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개이고 덩치도 큰데 물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가 하나. 그래서 물면 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 천오백만 시대에 살고 있으니 개든 고양이든 키우는 것까지 뭐라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또, 아침, 저녁으로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풍경이 이제 낮설지 않다. 개를 자신의 가족이라 부르고 애지중지하는 모습도 좋고 유모차에 태워다니는 것도 좋고 업고 다니는 것도 좋다. 그런데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거리에서 자기네 개가 싼 똥은 좀 치웠으면 좋겠고, 보도에 오줌을 싸면 물병가지고 다니면서 물이라도 좀 뿌렸으면 좋겠다. 개오줌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면 그리 못한다. 꼭 일부의 몰지각한 이들이 여럿을 욕먹인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견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예뻐하고 아낀다. 동물을 사랑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은 참 바람직하다.
그러나 착각하는게 있다. 반려 견은 기르는 그들에게나 가족이지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 들이나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아니다. 얼마전 제주도에서 어느 주차장에서 용변을 보는 아이와 휴지를 들고 옆에 서있는 아이의 어머니로 짐작되는 여자의 사진이 공개되어 ' 제발 너희 나라가서 싸라', '너무 더럽다' 등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바 있다. 사람 오줌, 똥도 더러운데 어찌 개의 오줌, 똥이 안 더러울까.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 들은 개를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나 자신의 개를 사랑하는 마음 만큼 또 다른 타인을 배려할 때 예쁜 마음이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