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에세이
[에세이] 지게
한결
어깨가 무겁다. 마치 돌덩이를 양 어깨에 올려놓은듯 무언가 무거운 물체가 내리 누르는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담이 든것처럼 움직임에 불편을 주는 것도 아닌 기분 나쁜 무거움이다. 해는 따뜻하고 나무들이 초록물을 머금은 것 보니 봄날이 참 좋은데 난 하루 종일 지게에 무거운 항아리를 진 기분으로 겨우 일을 마무리 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운동을 가야하는데 만사가 귀찮다. 오늘은 대충 누워서 쉬기로 작정했다. 분명 원인이 있을텐데 나이 탓인가. 아니면 요즘 부모님의 병환과 군에간 아들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탓인가. 그냥 하릴없어 누워서 천정만 바라보다 깜빡 잠이 든다.
잠을 깨어보니 새벽 한 시다. 다시 자려고 누웠으나 눈이 말똥말똥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렵다.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자고 마음먹고 눈을감고 누워 있기로 했다. 지게에 진 짐을 내린 듯 어깨가 한결 편해졌다. 지금은 농기구들이 발달해 기계화가 많이 진행되었지만 예전엔 농사를 짓는데 사람이 손으로 도구를 사용학야했다.''모내기는 손으로, 김매기는 호미로 땅을 팔때 쓰는 논에 물을 대거나 논둑을 손질할 때 괭이와 삽등, 그중에서도 가장 요긴하게 사용된것은 지게였다. 지게의 쓰임새는 매우 다양했는데 대표적으로 산에서 땔나무를 해오거나 쇠꼴을 베어 올때, 볏단을 나를 때 꼭 지게가 필요했고 논과 밭에 객토를 할 때에도 지게는 흙을 나르는데 쓰였다. 지게를 매는 지게끈은 새끼줄을 꼬아 사용했는데 너무 자주 사용해서 그 끈이 닳아 없어지기 일쑤였다. 농부들의 어깨에는 는 지게끈 자국이 뻘겋게 새겨졌고 나중엔 시커먼 굳은 살이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지게어 몇 짐을 올려도 지게 막대기를 땅에 지탱하고 '영차' 하고 기합 한 번이면 벌떡 일어서지만 나이가 들수록 지게에 진 짐의 양은 점점 줄어간다. 같은 양의 나뭇짐을 해오려면 몇 번이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하늗 것이다.
많은 것들을 기계로 해결하는 요즘도 지게는 유용하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좁을 길이나 산비탈 등 무언가를 나를 때 지게만큼 적당한 도구가 없다. 지게는 두 다리가 부숴지거나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할 정도로 소모되었을 때야 비로소 길고 긴 노동의 세월에서 벗어난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인생도 지게를 닮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하루종일 어깨가 무거웠던 것은 내 마음의 짐이 너무 많았던 것 아닌가. 기본적인 회사 업무에 더해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의 인정사정보지않는 수도 없는 외부병원 진료와 외출요구, 거기에 더해 몇달 잠잠했다가 요새 또 고개를 내미는 아버지의 병환, 군대간 아들까지 아픈 것 등 신경쓸게 한 두가지가 아닌데 결국 부모님 돌봄도 내 몫이고 아들의 아픔에 대한 걱정덩어리도 내 몫이다. 젊은 시절튼튼한 두 개의 목발에 지게 막대기를 받쳐 넘어지지 않는 안정감이 있어 잘 버티어 왔으나 이젠 지게가 낡아서 목발하가 깨진 듯 깨져 어깨 위에 짐이 가득한 지게를 얹어놓은 기분이다.
세월을 돌릴 수는 없고 어떻게든 수리를 해야할터이다. 초고령화 시대인 요즘을 생각하면 아직 노인도 아니니 긍정적인 마인드도 필요하고 마음의 다짐도 필요하다. 또, 은연 중 나를 갉아먹는 심리적 압박도 치유해야 할 것이다. 오래 사용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몸에 잘맞고 편안할 수 있는 지게, 지금의 내가 가져야할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