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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시대

휴식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도박의 시대

한결


얼마 전 직장 후배 들과 대전으로 출장을 간적이 있었다. 출장업무를 마치고 점심 식사 후 커피 한잔 씩 하면서 쉬고 있던 중 한 후배가 즉석복권을 사자고 제의한다. 그는 평소 복권을 즐겨사는 매니아다. 나도 로또 복권을 사기는 하는데 가뭄에 콩나듯 아주 가끔 마음이 동할 때 사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입한 금액을 합치면 꽤 될터인데 최고 당첨금액이 만원이다. 사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요행수라 기대를 하지 않지만 막상 추첨일이 되어 꽝인 것을 확인하는 순간 허탈감이나 아쉬움이 들기는 한다.


아뭏든 후배가 추천한 복권은 좌측에 행운숫자가 한 개 있고 행운 숫자와 우측의 여섯개 숫자를 동전으로 긁어 행운숫자와 일치하면 복권에 써있는 금액만큼 당첨되는 구조다. 후배는 편의점에서 난 오만원어치를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 부푼 가슴으로 복권을 긁기시작한다. 천원짜리라도 당첨이 되면 도파민은 분수처럼 솟았고 난 한 장당 천원짜리 복권 50장을 한 번에 미친듯이 긁었다. 오천원 짜리, 만원짜리 맞으면 희망이 계속 솟구쳤고 마음은 오억원의 일등을 향해 내달렸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1등에당첨 될리가 없었다. 결국 당첨액은 삼만원 정도 그것도 나중에 알고보니 높은 승률이었다. 다음날 다시 집근처 복권방에서 다시 같은 복권으로 바꿔 긁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만 오천원정도가 당첨된다. 승산이 없겠다 싶어 로또로 바꾼 결과 결국 모두 꽝이었다. 즉석복권이 내게 남겨준 건 1등이면 좋겠다고 생각한 무리한 기대감, 엄지와 검지 손가락에 묻은 시커먼 때와 몇 푼 당첨될 때마다의 흥분, 뒤에 따라오는 허탈감이었다. 즉석 복권은 1등이 여러명이고 판매율 90%가 넘은 후 사면 그만큼 당첨확률이 높아지기에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고 또 사고 싶은 욕구가 계속 생겼으니 합법이긴 하나 어쩌면 이것도 사행심을 자극하는 도박이었다는 생각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정선 카지노라든가 렛츠런파크라 불리는 경마공원 뿐만 아니라 불법인 스크린 경마, 온라인 바카라 등 유속의 손짓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요즘은 플레이어 카드와 뱅커 카드를 게임규칙에 따라 받고 합을 비교하여 9에 가까운 측이 이기는 게임인 고객이 플레이어측과 뱅커측을 선택하여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바카라가 유행인데 이 바카라가 온라인으로 침투해 청소년들을 도박에 빠지게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나마 장소를 찾아다니는 도박을 했고 미성년자는 아예 출입이 안되었는데 요즘에는 내 눈 바로 앞까지 찾아오는 도박이다. 한창 에너지를 분출할 나이인 청소년기에 혹시나 모를 일확천금은 커다란 유혹이 될 수있다.온라인 바카라는 접근성이 쉬울뿐 아니라 미성년자인지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전화번호와 온라인 계좌번호만 있으면 바로 게임이 가능하다. 이런 청소년 도박 중독은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 청소년 도박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도박을 하기 위해 친구의 돈을 빼앗는 학교폭력은 기본 수준이고 돈을 빌려주고 고액의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까지 생겨났다. 심지어 부모님의 금붙이 절취해 팔거나 부모를 폭행하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고 마약 송금 인출책 등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 병원과 상담센터는 늘 중독 환자로 넘쳐나고 형사 입건되는 일까지 있어 부모 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도박에 중독되면 저승에 가서도 못고친다는 말이 있다. 결국은 언젠가 한 번은 대박이 터지겠지라는 기대심리와 한탕주의의 만연이 도박을 부추기고 그 심리를 나쁜 어른 들이 교묘히 이용한다. 청소년 도박, 누구의 잘못일까. 한 번 해볼까하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도 있으나결국 도박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어른 들의 잘못이다.아이들이 나쁜 길로 빠지면 바른길로 가도록 인도하는 것이 어른 들의 책무인데 오히려 아이 들을 구렁텅이로 끌어들여 인생의 파멸로 이끄는 추악한 어른 들은 그 죄를 어떻게 씻을 것인가. 문제는 도파민이다. 모든 중독은 도파민의 분출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글을 올려놓고 좋아요를 기다리는 조급한 마음, 하트와 댓글의 보상심리가 눈을 SNS에서 떼지 못하게하고 어느 음식점을가고 해외 어디를가서 무엇을 먹고 왜 행복한지를 수시로 게시하며 남들의 부러움 섞인 댓글을 보며 느끼는 과시의 쾌감들, 어쩌면 우리는 현대를 살면서 도파민에 중독되어 사는지 모른다. 도박은 바퀴벌레다. 잡아도 죽여도 어디에선가 끈임없이 알을 까고 지구 멸망 최후의 순간에도 살아남을 더러운 바퀴벌레, 사회 각계각층에 침범한 것도 모자라 나라의 기둥이 될 아이들까지 자신들의 먹이로 생각하는 바퀴레들부터 우리의 자녀들을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지금을 살아가는 올바른 어른 들의 시대적 책임이다

사진 전체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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