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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휴식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낚시

한결


낚시를 가본 지가 몇 년이 지났다. 사는 게 바쁘기도 하거니와 요즘은 연로하신 부모님 돌봄에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낚시를 좋아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으나 대개는 물고기를 잡으면서 누리는 손맛을 제일로 친다. 손맛은 나도 느껴보았으니 손으로 전달되는 '찌르르'하는 감촉이 마치 전기가 통하는 듯 짜릿하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면 전달해오는 그 떨림에어 말할 수 없는 도파민의 분출을 느낀다. 낚시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민물 저수지나 강낚시, 또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낚시가 있다. 또한 낚시 후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해먹거나 회를 떠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중 하나다.


낚시에 관한 고사를 소개하자면 중국 주나라시대 문왕이 된 서백창이 강태공을 처음 만날 당시은나라의 마지막 임금 주(紂)는 달기란 여자에 빠져 간신들의 말만 들으며 온갖 폭정을 일삼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어느 날 서백창이 사냥을 나갔더랬다. 그날따라 한 마리의 짐승도 못 잡고 강가를 지나가던중 한 노인이 혼자 낚시를 하고 있었고 그 노인이 바로 강태공이었다. 서백창이 강태공에게 낚시를 즐겨하는가보다고 말을 건네자 물고기를 낚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세월을 낚고 있다고 대답한다. 강태공의 낚시 바늘은 구부러진게 아니라 일자로 펴져있었고 미끼도 달려있지 않았다고 한다.


난 강태공처럼 세월까진 낚지 못하지만 낚시를 할 때의 몰입이 좋다. 낚시대를 드리우는 순간부터 세상의 번잡한 일상은 사라지고 물을 바라보며 한없이 기다리는 시간, 내가 물이되고 물이 내가 되니 세상 걱정과 근심을 잊고 오로지 나만 있는 세상이 펼쳐진다. 주변의 산들과 초록의 향기에 가슴이 깨끗해지고 , 도시에서는 느낄 수없는 물 비린 내, 산들산들 바람이 내 몸이 닿는 그 감촉이 좋다.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배고픔도 모르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어쩌면 옛 선현들이 말했던 유유자적의 기쁨과 자연과의 동화가 이런 느낌이 아닐런지, 낚시는 어떤 좋은 스포츠나 여행이 따라잡을 수 없는 최고의 기쁨이다.


낚시를 한다는 것은 꼭 물고기를 잡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에 기대어 가슴을 열어 제치고 세상에 치여서 뒤죽박죽인 속을 다시 제자리로 원위치 시키는 것과 같은데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면서 영원히 살것처럼 욕심은 왜 이리도 많은지 마음이 썪어가는지도 모르고 이기심의 고기를 낚으려고 한다. 미끼를 물에 던지지만 물속에 무엇이있는지 모른다. 어떨 때는 물고기가 한 마리도 안잡히기도하고 돌에걸려 낚시줄이 끊어질 때도 있고 쓰레기가 올라올 때도있다. 물 속 상황도 모르면서 무조건 대어를 낚겠노라고 덤벼들어 잡히지도 않는 욕심을 향해 계속 미끼를 던진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있는 미국 소설가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청새치를 낚지만 상어에게 다 물어뜯겨 항구로 돌아올 때 가져온 것은 뼈만 남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인은 좌절보다는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노인이 낚은 것은 물고기가 아닌 쓸모없는 나이만 든 노인이 아니라는 것,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재확인, 어부로써의 자존감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낚으며 살았을까. 또 내가 원하는 무엇인가를 낚았을까. 세상이라는 커다란 낚시터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내어 주지 않는다. 때론 기쁨을, 때론 열매를, 때론 슬픔이나 패배감을 낚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해서는 안니 된다. 감사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미끼를 꿰어 던지고 기다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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