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수건 분실 사건

한결 에세이

by 한결

[에세이] 목욕탕 수건 분실 사건

한결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근육 운동을 했다. 들어가라는 배는 안들어가고 다리만 아프다. 그래도 하기 전엔 귀찮고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건강해지는 느낌, 바로 운동의 묘미다. 헬스클럽에서의 운동이 끝나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목욕탕으로 향한다. 뜨거운 사우나의 기온에 몸을 맡기고 땀을 쭉 뺀 다음, 냉탕에 들어갔다 나온 후 샤워를 하면 온 몸으로 전해지는 시원한 감촉이 아주 상쾌하다.


다 마치고 물기를 닦으려고 목욕탕 앞 수건을 놓아둔 곳에서 수건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목욕탕 들어가기 전 분명 저울 옆 수납장에 분명히 수건을 놓고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혹시나 내가 착각한 것은 아니지 다시 한 번 둘러보고 탈의실까지 가서 사물함을 열어보아도 없다. 그렇다. 난 분명히 목욕탕을 들어가기전에 오픈되어있는 수납장 위 우측 부분에 수건을 꺼내놓았고 탕에는 길다란 목욕 타올과 비누만 가지고 들어갔었다. 물기를 닦아야 옷을 입을텐데 한참을 생각하다가 탈의실 사물함에서 운동할 때 입던 땀이 배인 반팔 티를 꺼내 대충 몸을 닦고 집으로 향했다.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집에 돌아와 다시 샤워를 하고 생각해보니 괘씸 하다. 일전에 비오던 날, 헬스클럽에서 두 번이나 누가 우산을 가져갔을 때도 새 우산도 아니었고 비록 지하주차장을 통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를 맞지 않고도 집에 돌아갈 수 있기에 비가 많이 오니 누가 가져갔겠지 하고 크게 화를 내지않고 넘어갔었는데 이 번 경우는 다르다. 누가 샤워하고 닦으려고 놔둔 수건을 가져간단 말인가. 결론은 누군가가 운동하고 샤워까지 마쳤는데 수건을 챙겨오지 않은 것을 그때서야 깨닫고 내 수건으로 닦고 가져간 것으로 추정한다. 그 날 수건은 갈색과 검정색이 합쳐진 짙은 갈색이었고 어디에 놓았는지도 정확히 기억하는데 다른 것은 그대로 있고 내 것만 없어졌다. 결국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 몸씻을 수건을 가져가다니 만일 이런 경우는 난생 처음이고 만일 사실이라면 기본적 도덕의 위배다.


목욕탕에 감시카메라가 있나 아님 수건을 들고 사우나에 들어갈 수도 없고 탈의실 옷장에 놔두면 물을 뚝뚝 흘리며 수건을 꺼내러 가야하는데 이 또한 다른 주민들에 대한 민폐아니던가. 아무리 세탁한 수건이지만 가족도 아니고 남의 수건으로 몸을 닦는게 찝찝하지 않았을까. 누가 수건을 들고 가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값나가는 물건이 아니어서 타인의 물건에 슬쩍 손을 대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더더욱 오산이다.


우산을 가져간 사람이나 수건을 가져간 사람이나 추정되는 심리적 추측은 있다.


'좀 가져가면 어때, 내 것도 누가 가져간 적있는데.'

'네가하면 나도한다. 나만 당할수 있나'


전에 자신의 우산을 이런 식으로 잃어버렸거나 뭐 대충.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도덕적 해이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리 작은 조각이라도 내 것이 아니면 손대선 안되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비온다고 남의 우산 가져가고 자기 몸 닦을 수건 없다고 가져가는 치졸한 행태들에 대해 비양심 빼고는 어찌 설명할 길이 없다. 내 것을 누가 슬쩍 가져갔다고 나도 남의 것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이 올바르게 유지될까. 내 것은 내 것이고 네 것도 내 것이라는 이기의 세상이 될지도 모를일이다. 살다 살다 별 일이 다 생긴 날, '내 것이 소중하면 타인의 것도 소중하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교훈으로 얻었다. 참된 양심은 인간다움을 수반한 스스로의 선택이니까 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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