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칙
김세희의 '가만한 나날'
김세희 '가만한 나날'에서 보는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칙
민병식
김세희(1987 - )작가는 전남 목포 출생으로 서울 시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소설집으로 ‘가만한 나날’, 장편 소설로 ‘항구의 사랑’ 등이 있으며 2018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2019년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에 수록된 작품으로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며 겪는 사회 초년생의 좌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가만하다'의 뜻은 무엇일까. 국어 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1.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
2. 어떤 대책을 세우거나 손을 쓰지 아니하고 그대로 있다.
3.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하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들어간 26살 '경진'은 홍보팀 소속이다. 그러나 말이 홍보지 주 업무는 광고 블로그 운영이었다. 경진은 하나의 가상 인물을 설정하고 마치 그 사람처럼 몰입해 글을 쓴다. 경진은 ‘채털리 부인’이라는 가상인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거래처 상품들을 실제로 사용한 것처럼 사연을 올리며 홍보하는 것이다. 경진은 다른 입사 동기들 보다 열정적으로 일하고, 인정도 받고, 경력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경진은 자신이 홍보했던 살균제 제품에 독성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블로그 이웃에게서 제품과 관련된 쪽지를 받게 된다. 경진이 포스팅했던 가습기 살균제 ‘뽀송이’로 인한 피해자가 자신은 블로그를 보고 '뽀송이'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혹시 채털리 부인은 괜찮은지 염려하는 내용이었다.
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고 경진은 잘 적응하지 못했던 입사 동기들을 속으로 무시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그들 몰래 누리던 우월감을 부끄러워한다. 회사도 책임이 없고 홍보업체도 책임이 없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작업 환경이 변해 회사는 망하고 경진은 회사에서 일했던 2년 6개월간은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으로 치부하며 그저 앞으로 다가올 가만한 나날을 기다린다.
작품은 세상의 도덕적 양심의 무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왜 세상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진취적 기상과 호연지기로 도전하지 못하게 막고 남을 기만하고 속이는 것을 가르치는 것일까. 왜 가만한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게 만드는 것인가. N포 세대를 만드는 것은 세계경제의 불황이나 일자리의 부족 등 뿐이 아니다. 기성 사회의 부조리가 청년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꿈을 포기하게 하는데도 원인이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기본 원칙은 힘의 우위가 아니라 도덕과 양심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 사진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