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 사회 비판

김애란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

by 한결

김애란 단편 '나는 편의점에 간다'에서 보는 단절 사회

민병식


김애란(1980~ ) 소설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를 졸업하고 2002년 단편소설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하며 2003년 ‘창작과비평’에 실리며 등단했다. 대표작으로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등이 있고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등이있다.


‘나는 편의점에 간다’는 서울의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여대생의 눈에 비친 편의점의 모습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2004년 ‘현대문학상’ 후보작으로, 2005년 발간된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 실려 있다.


‘나’는 K대학에 다니는 자취생이다. 나의 자취방 근처에는 3개의 편의점이 있는데 귀갓길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 자주 간다. 그런데 거기 사장은 사장은 내가 다니는 학교, 전공이무엇인지를 궁금해하며 친한 척하여 심기가 불편해져 발길을 끊는다. 두 번째 단골로 삼은 곳이 패밀리마트다. 그런데 그곳 여주인은 불친절하다. 그 후로 마지막 단골 편의점은 LG25시 자리에 새로 생긴 큐마트가 된다. 큐마트에서 일하는 청년은 내게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아 좋다. 그런데 다른 편의점들과 달리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나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도, 무엇을 사가도 그것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관심은 오로지 물, 휴지, 면도날 등이다. 결국 나는 배신감까지 느끼고 집안에 틀어박히지만 생필품이 떨어져 다시 큐마트로 향한다. 큐마트 청년은 여전히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청년의 관심은 오로지 내가 건네는 상품들, 그리고 핸드폰에 한정되어 있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그리고 큐마트의 한 가운데에서 뺑소니 사고가 일어난다. 여고생 하나가 속옷을 내보인 채 죽어 있다. 목격자들은 모두 핸드폰을 꺼내들지만 여고생 곁에 다가가진 않는다. 큐마트 청년마저 그것을 구경 간 사이, 나는 손님 중 하나인 남자 한 뭉치의 복권을 훔치는 것을 본다. 그러나 큐마트 청년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첫 번 째 이유는 큐마트 청년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반발, 두 번 째 이유는 청년과 말을 섞게 되면 그가 나를 기억할 거라는 염려 때문일 수도 있다. ‘나’는 말없이 큐마트에서 밖으로 나간다. 복권을 훔친 남자가 여고생의 치마를 내려주는 것을 본다. 커다란 사건이 마무리되고 동네는 다시 조용하다. 그리고 나는 편의점에 간다. 여전히 생필품은 필요하고 여전히 고독하다.


이 작품은 도시에 사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는 타인과의 관계 및 심리적 결핍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의점에서 필요할 때 마다 살 수 있는 물건은 물질적 풍요를 나타내지만 결국 그 안에서는 어떠한 인간관계나 정서적 나눔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가 사는지 누가 죽는지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무관심의 세상이다. 편의점은 24시간 문을 열고 돌아가지만 그 안에 사람이 숨 쉬는 공간은 없다. 편의점은 내가 구매하는 물건을 통해 나에 대해 다 알 수 있는데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작가는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와 같이 않은지에 대해 묻는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 없고 누가 죽어나가도 모르 세상. 우린 각자의 섬을 스스로 만들면서 외따로 떨어진 삶을 사는 익명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외로움, 무서움, 연민 등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그냥 로봇이 아니냐고 말이다.

사진 네이버(위 배경사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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