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그리고 계약하기까지

온더저니클럽의 시작점

by sungwhanss

온더저니클럽의 시작점을 언제로 봐야 할까요.


2024년 8월, 안정적인 연봉과 좋은 환경의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직이 아닌 퇴사를 선택하기까지 6-7월 두 달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을 바꿨던 것 같습니다. 결국 주어진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임을 깨닫고, 안전지대를 벗어나기로 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 기획하고 있는 온더저니클럽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나 확신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커뮤니티와 연결된 일, 사람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일을 해야겠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더 컸죠.


감사하게도 퇴사 후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커뮤니티 기획 및 사업 전략 프리랜서로 일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시기를 지나면서 한 사람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이직보다는 창업의 길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새해를 발리에서 보내며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는 서핑 레벨업, 두 번째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의 삶에 대한 회고, 마지막 세 번째는 창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삶의 흔적들을 되짚어보고 정리하는 것이 앞으로의 방향을 찾아가는 중요한 방식입니다. 2018년 말 전역을 6개월 앞두고 그때까지의 삶을 연도별로 정리했던 것처럼, 다시 한번 인생의 큰 방향을 정하기 위해 그 이후의 삶을 차근차근 돌아봤습니다.


커리어: 경영학과 → 신사업기획/전략 (금융권) → 신사업기획/전략 (블록체인) → 커뮤니티 사업 PM (영화)

커뮤니티: 교회 섬김, 북클럽 운영, 코리빙 운영/거주, 그 외 다양한 소셜 커뮤니티 참여


아마 저만큼 대학 전공을 충실히 활용한 케이스도 드물 것입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신사업기획, 사업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하며 전형적인 경영학도의 경로를 밟아왔거든요. 금융, 블록체인, 커뮤니티 등 크고 작은 기업에서 신사업 기획을 담당했고, 마지막에는 제가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제 런칭하여 운영하는 소중한 기회도 있었습니다.


사업에 대한 확신은 제대 무렵부터 이미 품고 있었고, 수년 동안 어떤 사업을 할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커뮤니티'라는 방향성은 커리어 바깥에서의 삶의 경험들을 통해 답을 얻었습니다.


결국 발리에서의 고민도 하나의 질문으로 압축되었습니다.

"나는 어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가?"


그리고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나는 사람들과 어떤 가치를 나누고 싶은가?"


사업은 결국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고, 그 가치의 방향은 창업자의 삶과 철학이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치란, 그가 정의하는 행복의 모습이자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은 삶의 의미이기도 하죠. 커뮤니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콘텐츠, 운영 방식, 프로그램 이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내가 왜 이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몇 년 전부터 곱씹어온 문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삶을 여행처럼 살기, 세상을 자세히 사랑하기.


삶을 여행처럼 살아간다는 말을 특히나 좋아하는데, 이 말은 제 인생을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중국, 미국, 그리고 다시 한국까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낯선 환경 속에서 늘 이방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며 살아왔지요.


나그네처럼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자주 던지게 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앞으로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오늘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삶의 전환점마다 던졌던 이 질문들은 어느새 삶의 방식이 되고,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내는 감각이 됩니다.


욜로처럼 순간의 즐거움만을 좇지도 않고, 적토마처럼 미래의 목표만을 향해 달리지도 않습니다. 대신, 존재의 의미와 오늘의 기쁨 사이를 오가는 삶의 순례자로 살아가지요. 그 사이 어디쯤, 여행하듯 살아가며 의미와 즐거움을 함께 품는 삶, 저는 그것을 행복이라 말합니다.


좋은 커뮤니티는 기획 이전에 철학이 먼저입니다. 무엇을 운영할 지보다, 왜 그것을 함께 하고 싶은지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나누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질수록 커뮤니티는 아마 더 단단해지겠지요.


글을 마무리하며, 온더저니클럽의 철학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매주 금요일이면 학교를 마치고 혼자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버스 안입니다. 유일한 외국인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며 집과 기숙사 학교를 홀로 세 시간 동안 이동하던 그 시간.


아마 그때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여행하듯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때가 온더저니클럽의 시작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