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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02. 2020

인생의 밀도 / 독후감88

날마다 비우고 단단하게 채우는 새로 고침의 힘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조심은 해야겠지만 아이들은 학교로 돌아가고, 회사도 재택근무에서 정상근무를 위한 궤도를 찾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잠잠해져도 아마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이다. 

우리는 뉴 노멀 New Normal로 돌아가야 한다.

들썩였던 만큼 많은 것들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제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며, 휘청였던 만큼 효과적인 방식은 더 이상 쓸모없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돌아갔다가는 큰 코 다친다.

부지런히 열심히 근면 성실한 삶을 이끄는 에너지를 얻기 위해 으쌰으쌰 하는 결심 이외에도 급격하고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대비해 무언가 좀 더 필요하다.

인생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동일하게 주어지는 24시간 동안 ‘무엇을 사유해야 하는가’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 이외에도 무언가 좀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63세 현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인 작가가 살아왔던 삶이 변화 앞에서 ‘과연 누군가에게 설명할 만큼 충분한 삶이었나’하고 되돌아보는 글이다.

작가 자신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시킨 지금의 팬데믹 pandemic을 예상하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적은 [인생의 밀도]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우리들에게 앞으로의 변화에 조용히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다.


 ‘법원 내 대표적인 IT 전문가’라는 문구로 소개되는 작가는 변화의 결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섬세함으로 ’IT 감수성’을 언급한다. 정보통신기술(IT)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혁명이 가져올 극적인 변화가 곧 현실화된다면, 그에 맞춰 가져야 하는 태도와 자세가 IT감수성이다.

 실제로 2016년 11월 중국 항저우와 상하이 법원에는 속기사가 없었다.

광둥어부터 베이징어까지 중국 내 다양한 사투리들이 음성 인식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기록되고 있었으며, 소수의 인원들만이 남아 그 기록을 교열하며 오탈자를 수정하고 있었다.

 IT기술이 만든 변화는 이미 일상에 존재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짜고, 앱을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아닌 생소한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다.

 외국어를 모른다면 네이버의 파파고를 사용해서 아직 한국어로 소개되지 않은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접해볼 수도 있다. 에버노트를 사용해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저장하는 메모장을 활용하여 업무의 생산성에 효율을 꾀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힘으로 ‘기록’을 꼽는다.

IT감수성으로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해 분석한다면 기록은 자신의 내부에서 나오는 사유를 비롯해 경험한 사건을 정리해 통찰하는 힘이다. 역사에서 최후의 승자는 가장 강한 자나 당대에 보다 적합한 적응력을 가진 자가 아닌 기록하는 자였다.

 아무리 많은 것을 접하고 남다른 경험을 했더라도 그것을 겪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사유의 흐름들을 글로 정리할 줄 모른다면 제대로 접하고 또 경험했다고 할 수 없다.

 기록은 기억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또 기록이라는 행위를 통해 기록하는 이가 사유를 심화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깊은 생각은 창의성의 바탕이 된다.

기록의 힘은 강하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라고 하면 영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직업이다.

판사判事를 한문으로 풀어보면 ‘판단하는 일’이 된다. 판사에는 ‘선비 사士’가 아닌 ‘일 사事’가 들어간다. 그래서 판사는 직업인이 아닌 하는 일 자체로 불린다.

현직 판사인 작가의 말과 생각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가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는 구절은 [주역周易]의 문언전 文言傳에 나오는 구절로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경사가 남는다는 뜻이다.

 먼저 다가가고 먼저 사랑하라는 뜻이다.




 변화가 두렵기는 하다. 더구나 어떤 변화가 닥칠지 모르니 더욱 두렵다.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가 담겨있는 만큼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읽다 보니 변화가 일상같이 느껴졌고 너무 두려워서 주저는 해도 ‘포기하지 말아야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IT감수성을 갖도록 노력도 해보고 기록하는 생활을 시도도 해보고 먼저 주변에 선을 쌓는 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오늘은 어제보다 아주 조금 밀도가 높아졌고,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밀도가 높아질 것이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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