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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13. 2020

낙원의 캔버스 / 독후감94

樂園のカンヴァス

 독후감의 마무리는 간단하다. 책 내용은 흥미진진했고 읽는 동안 이야기에 빠져들었다는 칭찬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쓰고 싶은 독후감의 시작은 너무나 많다.


소설 한 권으로 그림에 관심을 갖는다.

교양을 따지는 광범위한 관심이 아닌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에 대한 관심.

그의 <꿈>, <굶주린 사자가 영양을 덮치다> 그리고 <나 자신>이라는 작품에 대한 관심.

루소가 주로 사용한 짙고 어두운 녹색에 대한 관심.

루소보다 40년 어린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에 대한 관심.
 나의 범주에 없었던 것들이 궁금해진다.


 루소를 사랑하는, 루소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직업에 관심을 갖는다.

작품과 작품 주변 환경을 위해 존재하는 미술관 감시원.

미술관의 전시와 운영 및 자료를 연구하는 학예사 (일명 큐레이터), 그림을 수집하는 컬렉터 등 좀처럼 일상에서 접하기 어려운 직업들의 세상에서 책을 읽는 며칠 동안 행복했다.



 앙리 루소 말년의 대작 <꿈>과 똑같은 <꿈을 꾸었다>의 진작과 위작을 가리는 과정의 아트 미스터리 art mystery 소설이다. 컬렉터는 <꿈을 꾸었다>의 위작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하는 자에게 작품을 넘기겠다고 선언하면서 수수께끼의 고서古書를 건넨다. 7장章으로 구성된 고서는 하루에 한 장씩 읽고 이레째에 진위에 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말년의 루소는 캔버스와 물감도 살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어렵다.

새로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에게는 호사였다. 예전에 사용했던 캔버스를 화방에 팔아 돈을 마련했고, 새로운 캔버스를 구입할 때도 외상 하기 일쑤였다. 

<꿈>과 <꿈을 꾸었다>의 사이즈는 200cm x 300cm로 대형 캔버스다. 친구 피카소가 주고 간 캔버스. 피카소도 그렇게 여유롭진 않았는지 자신의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주고 갔다. 나이는 어려도 진정으로 루소의 천재성을 알아 봐주는 좋은 친구다.

주고 간 캔버스에 그려진 피카소의 그림을 사고 싶어 하는 미술상이 제시한 같은 사이즈의 새 캔버스와 현금 5천 프랑. 루소는 어느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을까? 미술상의 새 캔버스에 <꿈>을 그렸을까? 피카소가 주고 간 캔버스에 <꿈>을 그렸을까? <꿈>만 그렸을까? 죽을힘을 다해 <꿈을 꾸었다>도 그렸을까? 루소는 <꿈>을 그린 해에 다리의 괴저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왜 이렇게 이 소설에 흥미를 느낄까? 글의 전개에서 대립구도를 찾아냈다. 끝도 없다.

뉴욕 현대 미술관 MoMA의 치프 큐레이터 톰Tom브라운 vs 그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팀Tim브라운.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꿈> vs 컬렉터가 소장하고 있는 <꿈을 꾸었다>.

그림을 위해 자신의 길을 선택한 루소 vs 일확천금에 조기 은퇴를 꿈꾸는 팀 브라운.

루소의 <꿈을 꾸었다> vs 피카소의 ‘청색 시대’의 대작.

뉴욕 MoMA의 톰 브라운 vs 런던 테이트 Tate 갤러리의 치프 큐레이터.

그리고, 작가 하라다 마하는 로맨스도 잊지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이 소설이 좋을까? ‘그래, 나는 그런 꿈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림 앞에 한참 멈춰 서 있는다. 질릴 줄도 모르고 바라본다. 바라보다 보면 그림에서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림의 감촉을 느끼고 그림에 빠져있는 상상을 즐기는 것. 작품에 심취한 상황 자체 혹은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그림 한 점을 알게 되는 것. 그런 꿈이 있었나 보다. 그러다 이 소설을 만나고 읽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이렇게 좋구나!


이러다 정말 루소의 <꿈>을 보기 위해 뉴욕 행 비행기표를 끊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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