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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19. 2020

생활의 발견 / 독후감108

린위탕(林語堂)

 책 표지 뒤에.

경쟁의식에 시달릴 때,

외로울 때,

실패를 인정해야 할 때,

누군가가 미울 때,

질투를 느낄 때,

욕심을 느낄 때,

가족이나 연인이 죽음을 겪을 때,

그리고 왜 사는지 이유를 모를 때

이 책은 옛 친구처럼 우리의 마음을 다독거려준다.


책은 어떻게 아프고 불안정한 상황들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

인생은 너무나 진지하고 엄숙하기에 우리에겐 역설적으로 유머가 요구된다. 자신의 생활에서 쉼표를 찾고, 여유와 즐길 거리를 발견하는 것이다.

 혜민스님 같았으면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잠시 쉬어 가세요.’라고 말했을 터이지만 작가는 중국에 널리 행해진 관습들과 오랜 역사로부터 계승된 생활 철학을 통해 생활을 발견한다. 그는 중국인이며, 중국을 사랑하기에 중국인으로서 중국 방식으로 [생활의 발견]을 글로 적었다.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생활의 발견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쓸모가 있고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로 지친 지금에 많은 사람들이 집 주변 산의 둘레길을 걷는다.

걷는 이도 있고 심지어 뛰는 이도 있다. 각자 다른 마음가짐과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둘레길을 따른다. 나는 어느새 둘레길 완주라는 목표가 내 마음에 들어앉았다. 중간중간 보이는 의자에서 잠시 쉴 생각은 하지도 않고 길바닥만 보면서 걷는 나를 발견한다. 걷기 초반에 와이프와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도 없다. 둘레길을 완주하러 여길 온 건 아닌데?

 생활生活이 둘레길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살아야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 고민도 해보며 살아야 하는데, 둘레길을 걸으며 주변의 나무도 보고 나뭇잎 색깔 변화도 느끼며 하늘도 쳐다보며 걸어야 하는데 완주가 목표인 양 생활하는 게 목표인 양 살아간다.

 둘레길을 걷다가 건너편 산도 쳐다보고 주변엔 어떤 사람들이 걷고 있는지도 둘러보게 해주는 책이 [생활의 발견]이지 않을까?



 보통 발견發見이라 함은 무언가 필요한 것이나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인데 ‘생활을 발견했다’ 함은 생활이 중요하거나 소중함을 뜻한다. 생활은 매일매일 살아감을 뜻할 진데, 이를 발견했다는 것은 생활 속에서 즐거움, 행복이나 진리를 발견했음 이리라. 따라서, 생활의 발견은 잘난 척하며 사는 모습 안에서, 교만 안에서,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 안에서, 욕심 많은 마음 안에서 인생 즐거움의 발견이며, 깨우침의 발견이며, 생활 중에서 기쁨의 발견이고 인간성의 발견이다.


 생활의 발견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라서 (어떤 이는 즐거워할 수 있지만, 똑같은 무언가를 가지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에) 작가 린위탕의 글은 극히 개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단한 것은 자신의 견해와 하고 싶은 말과 사항에 대한 관점을 조목조목 잊지 않고 모아두어 책으로 펴내었다는 사실이다.

 생활에서 무엇이든 발견한 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모두 간직해 두었던 셈이다.

우리도 생활의 발견을 소홀히 말고, 이를 기억하는 것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



 책 표지 앞에.

‘어린애들이 재잘거리는 것을 듣거나 그 통통하게 살찐 종아리를 볼 때면 도대체 내가 아이들을 육체적인 뜻에서 사랑하고 있는지, 정신적인 뜻에서 사랑하고 있는지 딱 잘라서 말하는 게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마음이 느끼는 환희와 육체가 맛보는 환희를 구별 짓는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촉각, 청각, 시각에는 도덕성이나 비도덕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의 적극적인 환희를 받아들일 힘이 없어지는 것은 주로 관능적인 감수성이 줄어든 탓이거나 아니면 이를 만족스럽게 쓰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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