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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26. 2020

위대한 개츠비 / 독후감109

스콧 피츠제럴드

 오랜만에 눈이 감기도록 마셨다. 즐거웠다. 하지만, 어제 나는 누구의 파티에 다녀왔을까?




개츠비는 껍데기만 있는 허상이었나? 어젯밤 그에게서 삶의 약속에 대한 고도의 감수성과 낭만적인 예민함을 느낌과 동시에 그렇게 화려한 파티를 어떻게 열 수 있는지 그는 어떻게 부를 축척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의 롤스로이스는 버스가 되어 오전 9시부터 자정 훨씬 지나서까지 시내를 오가며 손님을 실어 날랐고, 적어도 2주일에 한 번은 출장 연회 업자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수백 피트의 천막과 오색 전구들로 개츠비의 거대한 정원을 크리스마스트리로 만들었다. 뷔페 요리 식탁 위에는 눈부신 전채 요리가 곁들여 있고 갖가지 색깔의 샐러드와 향신료를 넣고 구운 햄과 밀가루를 발라 가무잡잡한 황금빛으로 구운 통돼지와 칠면조가 빽빽하게 차려져 있었다. 저녁 7시쯤에는 빈약한 오중주 악단이 아닌 완전한 오케스트라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는 이 파티를 조촐하다고 표현했다.

 샴페인 두 잔을 마시고 취기가 올라왔을 때 우연히 개츠비와 마주쳤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으며, 당신이 자신을 믿고 싶은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하고 싶은 가장 좋은 인상을 정확하게 받고 있다고 확신시켜 주는 미소를 보는 순간, 그 미소가 사라졌다. 그러자 나는 서른한두 살가량의 기품 있지만 다소 거칠어 보이는 젊은 청년을 발견했다. 실망스럽게도 그에게는 이야깃거리가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개츠비의 옆 집에는 닉이 산다.

[데미안]을 읽어보면 데미안이 주인공이 아니 듯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면 개츠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가 닉이며, 닉의 먼 친척 여동생은 개츠비의 잊지 못할 첫사랑이다.

 닉은 소설에서 중심中心을 잡고 있다.

판단을 모두 유보하는 성향을 가진 닉은 별난 성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터놓게 만들 수 있었다. 이스트 에그 저택에 살고 있는 데이지와의 대화에서도 닉의 성향을 읽을 수 있다.

‘나는 기다렸다. 충분히 기다리자, 곧바로 그녀가 사랑스러운 얼굴에 확신한 선웃음을 지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별난 성품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격렬하고 집요한 논쟁에 휘말리게 되어 마치 밧줄로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의자 속에 파묻혔다.’

[위대한 개츠비]를 대신해 ‘위대한 개츠비를 만든 닉’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개츠비는 상류사회가 덜 선호하던 웨스트 West 에그에 자리 잡았다. 만灣bay으로 분리된 건너편 이스트 East 에그에는 그의 첫사랑 데이지가 살고 있다. 그는 데이지가 살고 있는 건너편 만을 바라보기 위해 웨스트 에그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개츠비의 꿈은 첫사랑의 기억이 남아있는 루이빌로 데이지와 함께 돌아가는 것이다. 그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백 명이나 개츠비의 파티에 갔지만 그의 장례식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나는 그가 껍데기만 있는 허상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알맹이는 데이지에 대한 사랑이었다. 개츠비는 사랑을 지켜냈고, 개츠비는 위대했다.




저택의 호화로운 파티, 별난 성품의 등장인물들과 첫사랑을 간직하며 살았던 개츠비만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설명하기는 모자라다. 이유는 작가인 스콧 피츠제럴드 때문이다.

소설은 세상을 담는 도구로써 1차 세계대전 이후의 공허한 부와 지위에 집착하고 허영에 찬 시대의 미국을 보여주는 [위대한 개츠비]를 넘어서 은유가 가득 찬 무언가 구별되는 피츠제럴드의 글, 글을 읽고 있지만 시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그의 글 또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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