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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Oct 03. 2020

삶의 정도 / 독후감110

生의 正道

 '네가 왜 거기서 나와!!’

삶의 정도正道를 논하는데 중학교 때 배운 무한등비급수가 나오질 않나 중력과 원심력을 일치시키기 위한 케플러Kepler의 법칙도 나온다. 올바른 삶을 사는 방법이 수학공식, 과학법칙과 무슨 연결고리가 있을까 싶겠지만 삶의 정도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스넬Snell의 빛의 굴절 법칙도 필요하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현수교인 금문교에 쓰인 현수선懸垂線의 원리도 필요하다.




 작가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삶의 정도란 내일을 위한 ‘목적함수’를 정립한 뒤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매체’를 준비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이렇게 전개되는 책 너무 좋다! 생소하거나 어려운 단어를 정의한 후 개념을 설명하고 자신의 논지를 향해 전개되는 책은 명확하게 느껴져서 너무 좋다.

 작가의 결론에서 쓰인 단어인 목적함수와 수단매체라는 단어는 생소하고 어렵다.

수단매체는 나사를 풀거나 죄는 드라이버 같은 것이다. 우리는 직접 손이나 손가락을 사용해서 나사를 단단하게 죌 수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수단매체가 드라이버라고 할 수 있다.

 인간 능력은 유한하고 불완전해서 인간 능력의 한계를 확장하기 위한 수단적 도구를 ‘수단매체’라 정의했고, 책을 읽으면서 ‘수단’이나 ‘도구’ 정도의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목적함수는 함수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어 너무나 어렵게 다가온다. 함수라는 단어를 포함시킨 이유는 수단매체의 한계에 따라서 인간이 소망하는 수준이 변하는 것을 변수로 보았기 때문인데 함수를 ‘의식’으로 바꾸어 ‘목적’ 혹은 ‘목적의식’ 정도의 단어로 책을 읽어도 무리가 없었다.

 따라서, 작가의 결론을 다시 바꾸어 말하면, “삶의 정도란 내일을 위한 ‘목적/목적의식’을 정립한 뒤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도구’를 준비하고 축적해 나가는 길이다.”


나사를 돌리는 드라이버 같은 물리적 수단매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수단매체로서 지식과 지혜가 있으며, 신뢰, 협력과 같은 사회적 수단매체가 있다. 

물리적 수단매체의 원천은 자연이다. 돌을 가공해서 쓰다가 철을 개발해서 사용했던 것처럼 자연법칙의 탐구와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물리적 수단매체를 얻었다. 이와 같은 수단매체에는 흐름이 감지된다. 물리적 수단매체를 얻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인간은 지혜를 깨닫게 되고, 지혜를 찾는 중에 사회적 수단매체도 형성하게 된다.

자연법칙을 탐구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수단매체의 고도화를 위해 케플러의 법칙도 필요하고 무한등비급수의 수학공식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목적함수는 친근한 단어들로 적혀 있다.

코스트 최소화와 이익의 최대화.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폐해가 일어난다.

코스트 최소화의 목적함수는 비용이 가장 낮은 최선의 해결책만이 채택되어 나머지 해결방법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가 없으며, 조직 전체의 코스트 최소화를 위해 부분 조직이 희생될 수 있다.

이익 최대화의 목적함수는 최선의 방법을 두고 차선의 방법을 채택하여 발생되는 부가적인 비용을 용납할 수 없으므로 차선책에 관련되는 제품과 인원에 대해 구조조정과 고용 축소라는 부조리가 발생된다.

목적함수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꽃가루와 꿀을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벌들과 꽃들, 도토리를 주고받아 윈윈 하는 다람쥐와 나무들과 같이 자연의 법칙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을 최소화하고, 물자를 최소화하며,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자연의 진리가 최상책이다. 시간을 최소화하는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 빛의 굴절 법칙이고,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자연의 진리가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현수선의 원리이다.


 삶의 정도란 내일을 위한 ‘목적함수’를 정립한 뒤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매체’를 준비하고 축적하는 것”이다. 아무리 수단매체가 훌륭해도 그것을 활용하여 어떤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목적함수가 없다면 수단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핵에너지로부터 전기를 얻을 수도 있지만 핵폭탄을 만들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인 우회축적의 방법을 이용한다. 중력에 의해 직평면으로 하강하는 물체보다 우회하는 사이클로이드 곡면으로 하강하는 물체가 목표점에 더 빨리 도착하듯이 목표를 위해 노력을 축적한 후에 발산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삶의 정도이다.

 삶의 정도는 자연의 법칙과 함께 있다.




 공부는 공부고, 생활은 생활이다.

앉아서 하는 공부에 삶을 적용하려 했던 노력은 아쉽게도 없었다. 아마도 매일 하는 독서가 삶으로 녹아 나오기 힘든 이유도 읽기만 하고 삶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듯싶다.

 작가 윤석철 교수는 우리나라가 보릿고개 가난을 겪을 당시 독일 ‘라인 강의 기적’의 뉴스를 듣고 독어독문과로 대학 진학을 한 후, 물질적 수단매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연과학 공부를 위해 물리학으로 전과했다. 고용 기회의 축소라는 부조리를 만들어내는 이익 최대화 목적함수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경영학 공부를 시작했을 정도로 자신의 삶에 공부를 적용시켰다. 자신의 공부 목적이 뚜렷했던 것이다. 왜 내가 이 공부를 하고 있는지 알면서 공부를 했던 것이다. 이것이 삶의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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