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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Nov 28. 2020

평균의 종말 / 독후감 118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학원은 괴물이라고 생각했다가 이를 대체할 마땅한 해결책을 아이들에게 제시하지 못해 학원을 보냈다. 공부 1등을 위해 학원을 보낸 것이 아니다. 단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나이에 걸맞은 사고와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시키기 위해 이를 통해 성취감이나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학원을 보냈지만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아이들의 학원 시절에서 부모로서 무언가 다른 비전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부모로서 나 자신에게 교육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준이 필요했다. 세상이 변했고 변하고 있다. 아이들은 내 방식이나 나의 직관을 따라 키우면 절대적으로 안된다. 이 책이 해결책이 되어 주길 바란다.




 얼마 전 와이프의 전화를 대신 받아 우연히 수학학원 선생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의 수학 성적은 평균에 4점 미치지 못했고, 다음 주에 보게 될 반편성고사에는 주말에 공부를 시켜서 꼭 선행학습반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신경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주말에 나는 수도 없이 ‘평균’이란 단어를 써가며 아이에게 수학 공부를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 책을 접했다. [평균의 종말]


평균이라는 개념이 뇌리에 너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평균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무슨 말인가?

공군 비행기 조종석 규격을 표준화하기 위해 조종사 4,063명의 치수를 재면서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키, 가슴둘레, 팔 길이 등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에 대해 평균값을 냈다. 공군 내 연구가들은 상당수 조종사들이 10개 항목 전체에서 평균 범위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값을 일람표로 작성해보니 깜짝 놀랄 만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0명이었다.

조종사 4,063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떤 조종사는 팔 길이가 평균치보다 길지만 다리 길이는 평균치보다 짧은가 하면 또 어떤 조종사는 가슴둘레가 평균치보다 넓은 편이지만 엉덩이 둘레는 좁은 편으로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야말로 들쭉날쭉 이었다. 평균값은 있지만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나의 해결책으로서 엔지니어들은 조절 가능한 시트를 설계했는데, 이는 현재 모든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 잡힌 바로 그 기술이다.


 서로 다른 두 그룹의 사람들을 비교할 경우라면, 이 때는 평균이 유용한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한 사람의 조종사나 한 아이를 가르쳐야 하거나 한 명의 종업원을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평균은 쓸모가 없다.

 우리 모두는 개인성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 어떻게 해야 개인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만한 조건을 구축할 수 있을까?

 해답을 들어보면 당연하지만 이에 대한 실천은 너무나 요원하다. 평균주의의 주된 연구 방법은 종합 후 분석 aggregate, then analyze이다. 먼저 여러 사람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뒤 그 그룹의 패턴을 살펴보고 그다음에 이 그룹 패턴을 활용해 개개인을 분석하고 모형화한다. 반면 개개인의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분석 후 종합 analyze, then aggregate을 유도한다. 먼저 각 개개인의 패턴을 살펴본 다음 이런 개개인별 패턴을 취합해 종합적 통찰을 얻어낼 방법을 찾는다. 


 무작위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모든 학생들은 ‘가능성 이론’ 같은 처음 접하는 과목을 배웠다. 첫 번째 그룹은 전통적 방식으로 수업 내용을 배우면서 고정된 지도 기간 동안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두 번째 그룹은 수업 내용과 총 지도 시간은 첫 번째 그룹과 똑같은 조건이었으나 자율적으로 학습 진도를 나가도록 허용하는 교사에게 지도를 받아서, 학생들이 경우에 따라 속도를 빠르게도 느리게도 조절하면서 새로운 개념마다 학습 시간을 필요한 만큼 늘리거나 줄일 수 있었다. 전통적 교실에서 수업을 받은 그룹은 약 20퍼센트가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수준이고 (최종 시험에서 85퍼센트 이상의 득점을 올린 수준), 반면 자율 속도형 학생들은 90퍼센트 이상이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한 수준이었다.

 또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의 개인별 다양한 속도는 학습 내용에 따라 결정됐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은 분수 부분에서는 거침없이 뚝딱 해치웠지만 소수 부분에서는 애를 먹는가 하면 또 다른 학생은 소수 부분은 후딱 뗐지만 분수 부분에서는 추가 시간이 필요한 식이었다. ‘빠른’ 학습자나 ‘더딘’ 학습자 같은 것은 없었다.


 평균을 기준으로 해서 평균 이상은 우월하고 평균 이하는 저능하다는 지능 발달의 사다리는 없다. 사다리라기보다는, 우리 각자가 저마다 발달의 그물망을 가지고 있다. 개개인은 모두 다른데 평균적인 것이 정상적인 경로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길은 하나만이 아니다.

평균적인 사람 같은 것이 없다면 평균적으로 평등한 기회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평등한 맞춤만이 평등한 기회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을 인정하는 평등한 맞춤!




 평균보다 4점 낮은 아이에게 평균을 들이댈 수 없다. 잘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며, 서툰 부분이 있을 것이다. 서툰 부분에서 조금 더 기다려주고 다른 방법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 나의 몫일 것이다. 왜 서툴게 되었는지에 대한 아이의 맥락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것이 아빠의 몫일 것이다. 올바른 길은 하나만이 아니고 아이 모두 각자의 길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부모의 몫일 것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쳤지만 책이 나에게 쉽지 않은 숙제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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