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Dec 12. 2020

1984 / 독후감120

조지 오웰

 조지 오웰(1903-1953)의 삶 중 1935년에서 1937년 사이에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 오웰은 자신의 입장을 알게 된다. 이후 그가 쓴 작품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모두 전체주의 全體主義, totalitarianism (강력한 국가권력이 국민생활을 간섭·통제하는 사상 및 그 체제)를 반대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읽은 [동물농장]은 더 이상 한 편의 동화가 아니었다. 그 이후 [1984]에 대해 독후감을 쓰는 것은 나에게 숙제와도 같았다.




 어마어마한 정치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전체주의가 미래 세계를 지배한다는 지극히 부정적이고 암울한 세계를 그렸다.

빅 브라더는 절대적인 존재이며 만능의 권력을 쥐고 있다. 누구 하나 빅 브라더를 본 사람은 없다. 게시판에 붙은 얼굴과 텔레스크린에서 나오는 음성이 전부이다. 빅 브라더 아래에는 전체 인구의 2퍼센트도 못 되는 600만 정도로 제한된 내부 당원이 있다. 내부 당원 밑으로는 외부 당원이 있는데, 내부 당원을 국가의 두뇌라고 하면 그들은 그 두뇌의 손발 역할을 한다. 주인공 윈스턴은 외부 당원에 속한다. 그 밑으로는 우리가 입버릇처럼 ‘노동자’라고 부르는, 전체 인구의 85퍼센트에 달하는 벙어리 대중이 있다.

텔레스크린이라는, 송수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구와 마이크로폰과 사상경찰 및 부모까지 고발할 수 있는 어린이들로 조직된 스파이단에 의해서 당원들을 통제한다. 텔레스크린은 집 안의 방, 거리, 광장 등 어디에나 장치되어 있고 마이크로폰은 산이나 야외의 곳곳에 숨겨져 있어 사람들의 속이야기까지 모조리 탐지해낸다. 그리고 어린이들은 부모의 대화나 행동을, 심지어 부모의 잠꼬대까지 엿듣고 사상경찰에 고발하게끔 훈련되어 있다.

 더욱더 혀를 찬 것은 ‘신어’의 제작이다. 옛날부터 써온 영어는 ‘구어’라 해서 폐기시켜버린다. 그 이유는 인간의 사고 범위를 한정, 축소시켜서 진실과 허위를 가려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마비시켜 하나의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함이다.


 문제는 2+2=5였다.

모두가 5라고 믿는 사회에서 4라고 대답했고, 다시 답할 기회를 주었지만 사람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자꾸만 4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4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결국 윈스턴은 사상경찰에게 체포되었고 세뇌되었다.

 자신의 생각으로 대화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당의 신념에 반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권리가 묵살되는 것이 반복되면 심지어 그럴 권리가 있었는지조차 망각한다. 전체주의가 무서운 이유다. 당의 권력에 복종하고 오직 당에 충실한 당원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2+2=4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고민거리조차 안 되는 것인데.


 사람이 세뇌되는 과정이 비참하다.

어떻게 하면 2+2=5라고 당연히 생각하게 할 수 있었을까?

육체적인 고통을 주기 위해 고문을 한다. 고통과 고통이 있으리라는 예감밖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이다. 그놈의 곤봉이 어디에 떨어질는지 모른다. 머리통, 귓바퀴, 팔, 팔꿈치 어디에…. 팔꿈치다! 다른 손으로 얻어맞은 팔꿈치를 잡고, 거의 마비된 것처럼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세상이 노란빛으로 폭발했다. 고통에 대해 바랄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인데, 그것은 고통이 멈추는 것이다. 세상에서 육체적 고통보다 더 못된 무엇은 없었다. 고통 앞에서는 영웅도 없다.

 정말 무서운 공격 수단은 몇 시간이고 계속되는 무자비한 질문이다.

그가 하는 말마다 꼬투리를 잡고, 함정을 파놓고, 비꼬고, 말마다 다 거짓말이고 모순덩어리라고 윽박질렀다. 그리하여 결국은 창피하고 신경이 지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이 행위의 목적은 단지 그를 모욕함으로써 사리를 내세우고 밝히는 힘을 때려 부수려는 것이다.


 사람을 세뇌시키는 과정은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아무리 육체적인 고통과 멘탈을 붕괴시키더라도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다음 단계는 자신의 모습을 거울 앞에서 직접 보게 하는 것이다. 그는 두려움에 멈춰 섰다. 구부정하고 잿빛이 도는 해골 같은 물건이 자기 쪽으로 오고 있었다. 그 실제 외양이 무서운 것이었다. 윈스턴은 뻣뻣하고 느린 동작으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갑자기 그 너절한 누더기를 몸에 걸치면서 자신의 망가진 몸에 대한 연민이 전신을 뒤덮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침대 곁에 있는 자그마한 의자 위에 허물어지듯 쓰러져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는 자신이 살벌한 불빛 속에서 한 묶음밖에 안 되는 뼈다귀를 더러운 내의로 싸고 앉아 추악하고 너절한 꼴로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네들은 목욕을 하게 허락해주고 틈틈이 함석 대야에 세수도 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따뜻한 물까지 주었다. 그는 새 내의와 깨끗한 제복을 입을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맥류성궤양을 치료하는 연고도 발라주었다. 또 남아 있던 이빨을 빼버리고 새 틀니를 끼워주었다.

 고통의 자극이 없어지니까 지적인 노력을 할 힘을 상실한 것 같았다. 그는 지루하지 않았다. 대화나 오락을 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그냥 홀로 있고, 구타나 심문을 당하지 않고, 먹을 것이 넉넉하고, 모든 게 깨끗한 것만으로 완전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윈스턴은 여전히 세뇌되지 않았다.

인간이란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도 고통에 대항해서 버티는 경우가 때로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참아낼 수 없는 것,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윈스턴에게는 가 참을 수 없는 것이고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의식 무의식 중에서 쥐는 윈스턴에게 압력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들은 개인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각각의 다른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기 위해 죄수들을 101호실로 데려간다.


 윈스턴은 풀려났다.

석방된 후로 그는 살이 더 쪘고 혈색도 옛날로 되돌아갔다. 정말 전보다 더 좋았다. 요즘은 언제나 돈이 잔뜩 있었다. 한직이지만 직업이 있어 그는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있었다. 그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에 쌓인 먼지 위에 손가락으로 썼다. 2+2=5.

 당은 그의 속마음을 움켜쥐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모든 악과 모든 환상을 불태워버린다. 외양만이 아니라 모든 마음과 영혼을 가져온다. 당은 죄수를 죽이기 전에 두뇌를 완전히 개조한다. 총을 든 간수가 뒤에 나타났다. 오랫동안 소망하던 총알이 그의 머리통을 뚫고 들어왔다. 빅 브라더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윈스턴은 세뇌되었다.




 별반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종이에 적힌 조지 오웰의 글을 한참 바라본다. 글자들의 조합으로 만든 글은 힘을 갖는다. 삶의 경험을 통해 작가정신을 찾았고, 그 생각들을 글을 통해 실천에 옮긴 조지 오웰은 참으로 용감한 사람이다. 나는 현실을 살다가 그의 글을 다시 읽고 조지 오웰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버렸고, 그에게 세뇌되었다. 역시 조지 오웰!!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 인생의 이야기 / 독후감1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