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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an 30. 2021

메시messy / 독후감127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정리하고 줄을 세우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각을 잡고 정돈을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면 동시에 마음속으로 나는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정리정돈을 꾸역꾸역 하고 있다면 겉표지가 빨간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은 다른 아이디어를 안겨줄 수 있다. 곤도 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리정돈이 아니라 정리정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무조건 내다 버리는 것이다.

 집 정리와 책상 정리를 하기 위한 책은 아니다.

우리가 인정하는 위대한 작품이나 결과물들은 결코 정리 정돈된 상황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예측할 수 없었던 허점 투성이인 상황에서 만들어졌으며,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문제점들과 이미 터져버린 문제점들이 온통 섞여 있는 혼돈에서 탄생되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수용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상상 이상의 결과가 있음에도, 우리는 너무 쉽게 정확하고 완벽한 시스템과 질서 정연함에 굴복하고 만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 질서의 유혹에 쉽게 굴복당한다.

 깔끔한 시스템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집착하는 우리 모두에게,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수용할 때에 어떠한 폭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책이다. 나에게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가 떨쳐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수용해야 할 것이라는 마음을 갖게 해 주었다. 약간의 혼란과 무질서를 수용할 때에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까지.


 하루 종일 앉아서 이메일을 쓰기도 하지만, 주고받은 이메일을 찾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나만 그런가? 어떤 방법이 빠를까? 연도별로 폴더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범주화하여 다시 폴더를 만들고 이메일을 넣어 놓는다. 기술적인 내용의 이메일은 기술 폴더에 넣고, 마진과 관련된 이메일은 사업 폴더에 넣는다. 기술적인 내용이 제품 마진에 영향을 주는 메일이 생기면 멘붕이 온다. 어느 폴더에 넣어야 맘이 편할까?

 제록스 PARC의 연구에 따르면 이메일을 사용하는 시간 중 10퍼센트 정도가 받은 편지함을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이메일 찾는 작업을 8만 5,000여 번 추적한 결과, 폴더의 트리구조를 클릭해 이메일을 찾을 때는 대략 1분이 걸렸으며 무작위적인 방식으로 이메일을 찾을 때는 17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메일을 하나의 ‘아카이브’ 속에 몽땅 쏟아붓는 것이 깔끔하게 정돈된 폴더 구조 속에 숨겨놓는 것보다 빠르게 원하는 메일을 찾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만들어 놓은 폴더를 모두 없애라고 위의 방법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범주화할 수 없으며 무질서는 피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질서와 혼돈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것이다.

즉흥적으로 연주할 때 뇌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일관되게 전두엽에서 특이한 패턴의 변화가 발견되었다. 전두엽은 인간의 뇌와 동물의 뇌를 비교할 때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영역이다. 특이한 패턴의 변화란 즉흥연주를 하는 동안 의식을 통제하는 기능이 억제된다는 뜻이다. 즉흥연주는 쉽게 말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토록 부지런하게 제한하던 필터링을 멈추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도록 하는 것이다. 즉흥적인 뇌의 활용은 이러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억누르기보다는 발산하도록 도와준다. 어떠한 분야에서든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순간, 뇌는 잠금 상태를 해제한다.

 무조건 즉흥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뇌에서 창조적인 힘을 공급해주는 것은 아니다. 즉흥적인 행동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 번째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연습이다. 두 번째 필요한 것은 무질서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해치고 나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세 번째 필요한 요소는 ‘진심으로 듣는 능력’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서야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이유는 없다.

내가 정해 놓은 순서를 기다려주면서 나를 기다려주는 프로젝트 없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혜택은 여러 프로젝트가 서로의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얻은 지식이 다른 프로젝트의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된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무의식을 활용해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다. 진행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 안에 있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또 다른 프로젝트의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하나만 진행하다 보면, 앞이 깜깜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듯한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이때 다른 프로젝트가 심리적인 쉼터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물론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실제로 불안의 씨앗이 될 수도 있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정리정돈 때문에 무조건 쳐내기보다는 마음 한구석에 안전하게 보관해두면, 생각지 못한 순간 정체된 아이디어의 활로로 작용할 수 있다.


 테니스 실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고 싶다면, 테니스 코치를 세 명 고용하는 것보다 테니스 코치, 영양사,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결과를 낳는다. 다양성이 있는 조직이 훨씬 생산적이며, 구성원의 차이는 큰 힘이 된다.

 외부인이 있는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팀 활동이 불편하고 껄끄럽다고 대답했으며, 자신들이 정답을 찾아냈다고 확신하는 비율도 낮았다. 친구끼리 모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팀 활동이 즐거웠다고 대답했으며, 자신들이 정답을 찾아냈다고 확신하는 비율이 높았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그런 확신은 착각에 불과했다.

 친구끼리 모인 그룹은 성과는 낮았지만 만족감이 높았다. 의사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고 무리 없이 모든 일이 풀려나갔기 때문에 결과도 당연히 좋을 것이라는 ‘잘못된 확신’에 차 있었다.

 한 분야 전문가들의 한 방향 관점보다는 전문가가 아니여도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신선한 자극을 야기하는 구성원의 차이는 충돌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지만 다양성을 가져온다. 구성원의 차이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큰 힘이 된다.




 우리의 정돈하고자 하는 강박은 점점 영향력이 커져서 무질서한 상태를 단순히 무질서한 상태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악한 징조라고 까지 보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메시messy 상태를 유지하며 뒤엉켜 발전해온 것이 사실이다. 메시Messy 상태는 사악한 것도 아니며 비정상적인 것도 아니다. 메시MESSY 상태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책의 마지막 챕터 제목은 다음과 같다. ‘메시’가 최고의 팀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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