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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03. 2021

나는 샤넬백 대신 그림을 산다 /독후감136

 이번 주에는 그림 이야기 말고 그림을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림에 대해 알고 싶은 이유도 그림을 사고 싶기 때문이다.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서 당면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막상 그림을 사놓고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내가 산 그림의 가격이 계속 올라서 재테크 수단이 되어 아트테크가 되었으면 좋겠다.

 갤러리에 가기 전 마음속에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정보도 궁금하고, 구매 전 그림과 작가에 대해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도 궁금하고, 팔고 살 때의 세금 문제도 궁금하다.




 미술품 경매회사를 통해 낙찰받아 그림을 구입하는 경우에 낙찰자는 작품 낙찰가 외에 낙찰가의 약 15~19퍼센트에 해당하는 ‘수수료’와 수수료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함께 지불한다.

컬렉터가 작품을 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은 ‘작고한 작가의 작품으로 작품 가격이 6,000만 원 이상일 경우에 한해’ 기타 소득으로 분리과세한다 이외에는 세금이 0원이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양도차익에 대하여 20퍼센트의 세율로 원천징수한다.


 그림 크기를 설명하는 ‘호’라는 단어가 있다.

1호의 크기는 대략 엽서의 2배 정도인데, ‘호당 가격’이라 함은 작품 크기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긴 것으로 작가의 호당 가격이 20만 원이라면 50호는 1,000만 원, 100호는 2,0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책 46페이지에는 호수별 그림 크기가 나와있다.) 경우에 따라 호당 가격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작품당 가격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신진 작가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호당 가격제가 통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진 작가의 호당 가격은 5~7만 원에 형성되고, 중견 작가는 대부분 호당 20만 원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김환기, 이중섭(1916~1956), 박수근(1914~1965), 천경자(1924~2015) 등과 같은 대가들 작품의 경우에는 호당 2억까지도 가격이 형성된다.


 책을 읽으면서 제대로 배운 점이 한 가지 있다. 미술시장 또한 대박은 없다는 점이다.

오늘 산 그림의 가격이 하루아침에 몇십 배 오르진 않는다. 미술 시장의 ‘우량주’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이미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블루칩 중견 작가의 최소 1,000만 원 이상인 작품’이라는 점 또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만일 신진 작가의 작품을 구매했다면 최소 10년, 평균 20년 정도는 지난 후에 되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신진 작가의 경우에는 시장이 형성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쯤 지나야 성공적인 투자인지 실패한 투자인지 판가름이 나기도 한다. 중견 작가의 작품은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5~10년 정도는 소장하고 있어야 그림 가격이 상승해 있을 확률이 높아진다. 모두가 우량주로 인정하는 작가의 소품이나 스몰 에디션 판화 등은 3~5년 내에 되팔아 단기간에 꽤 괜찮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돈이 되는 작품을 고르는 7가지 체크리스트!!

1.    시장에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사라

작가가 어느 갤러리 전속 작가인지, 그 갤러리의 위상은 어떤지, 작가의 전시 이력 중 미술관 전시 이력은 있는지, 해외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 이력은 있는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꾸준히 했는지, 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등

2.    비싸더라도 전성기 때의 좋은 작품을 사라

천경자 작가의 작품들은 후기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가장 비싸지만, 이우환 작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초기 작품이 후기 작품에 비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3.    환금성이 좋은 작품을 사라

10~50호 크기의 작품이 일반 가정집에 걸어두기에 비교적 적당해서 선호도가 높고 따라서 환금성도 가장 높은 편이다.

4.    해외 진출을 한 작가의 작품을 사라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국내 갤러리가 해외 아트페어에 나갈 때 자주 소개하는 작가를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5.    소장 이력이 좋은 작품을 사라

6.    저평가된 작품을 사라

고古미술에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20년 전에도 지금의 가격과 비슷했다는 점은 실제로 고미술 작품의 가격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면 바닥권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언젠가는 가격이 반등할 것이므로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고미술 작품의 소장을 추천한다.

7.    불황기에 Re-sale로 나온 작품을 사라

‘리만 브라더스 사태’로 인해 세계 미술 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한국 미술 시장 역시 그 여파로 2008년을 기점으로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갤러리에 가기 전 최소한의 정보는 마음속에 준비해 놓고 가야 대화가 이루어진다. 어디에 걸 작품인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작품 크기는 어느 정도를 생각하는지 등을 미리 알아두면 더 적합한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그림 구매 전에 조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특별한 조사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나 도록, 화집 등의 자료로 검색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조사하는 것이 나의 생활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그림을 보는 안목은 수치화할 순 없지만 몇 가지 ‘작은 습관들’을 통해서 안목을 키울 순 있다. 우선 미술 작품을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서 약속은 미술관, 갤러리 근처로 잡을 수도 있고, 감상할 때 이 작품이 최초로 시도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해보고 생각하고 관찰해보는 것이다. 미술비평가들의 평론에 관심을 가져보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미술에 곁을 조금씩 내어주기만 하면 모두가 즐기면서 그림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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