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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17. 2021

수축사회 /독후감138

저성장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

GDP가 줄어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 들어섰다. 

반문을 재기할 사람? 있다면 손 들어주세요!

이런 와중에 제러미 리프킨 Jeremy Rifkin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 (인류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추구함으로써 효율성과 생산성이 증가해 한계비용이 제로 수준으로 낮아지면 많은 재화와 서비스가 잠재적으로 무료가 되고 풍요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막상 낙관적이고, 밝은 미래가 가능하다고 하니 무언가 석연치 않다.




여기에 이런 시나리오도 있다. 수축사회!

르네상스와 산업혁명 이후 거의 500년간 세계는 파이가 커지는 팽창 사회였다. 이와 같이 인구도 증가하고 기술이 크게 진보하는 혁명기에는 플러스섬게임 positive-sum game을 할 수 있다. 보통 플러스섬게임의 경우엔 패배자도 약간의 결과물을 얻지만 마이너스섬게임에선 승자와 패배자 모두 손실이 발생한다. 손실의 크기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플러스섬게임과 마이너스섬게임 중간에 제로섬게임 zero-sum game이 존재한다. 제로섬게임에서는 ‘상대방이 손실은 곧 나의 이익’이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적대적이고 치열한 투쟁이 나타난다.

 팽창 사회에서의 투쟁은 상대방보다 더 큰 몫을 차지하려는 이기심에서 비롯된다. 적극적으로 투쟁에 나서지 않아도 살아갈 방도가 있기 때문에 이기심만 잘 조절하면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팽창 사회에서 수축사회로 전환하면서 파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자신의 파이가 줄어들거나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차지할 수 없다.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수축사회의 5가지 특징들을 있는지 살펴보고 과연 우리는 정말로 수축사회에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첫 번째, 기본 원칙이 아예 사라지거나, 있어도 수시로 변한다. 

미국 우선주의로 포장된 트럼프의 정책을 보아도 그렇고, 세계경제에서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GATT, 세계 무역 기수 WTO 같은 다자간 협상이나 아세안 ASEAN, 북미 자유협정 NAFTA 등 지역 경제공동체가 점점 약화되면서 당사자 쌍방이 직접 협상하고 규칙을 만드는 자유무역협정 FTA 중심으로 세계경제 구도가 바뀌고 있는 것도 그렇다.

 두 번째, 모두가 전투 중이다.

세계화와 정보통신의 발달로 상호 의존적인 세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 누가 적인지 누가 친구인지 모른다. 어디서 적이 출현할지도 알 수 없다. 한국 극장의 최대 적은 모바일이고, 텔레비전 홈쇼핑의 경쟁자도 모바일이다. 의사의 경쟁 상대는 원격 진료이고, 동네 호프집의 경쟁자는 옆의 호프집이 아니라 동네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안주와 술, 파라솔까지 겸비한 데다가 가격도 호프집보다 훨씬 싸다.

 세 번째, 눈앞만 바라본다. 현재도 버겁다. 미래가 실종됐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파리협약에서 탈퇴했다. 수축사회에서는 패배는 곧 자신의 존재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앞에서 벌어지는 제로섬전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 살기 위해 팽창 사회를 찾아서 집중화된다.

팽창 사회인 수도권에 인구와 경제가 집중되는 것이다. 현재의 제로섬전쟁에서 살아남기 가장 좋은 방법은 팽창 사회로 이주하는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경제력 집중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사용하지만, 성공한 국가는 아직 없다.

 다섯 번째, 세상이 정신병동이 되었다.

세계 보건기구 WHO는 우울증이 모든 질병 가운데 랭킹 1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경우도 전체 국민의 25퍼센트가 평생에 한 번 이상 정신 관련 질병에 걸릴 정도다. 자살률도 OECD 선진국 중 부동의 1위다. 전염병처럼 의사결정 장애, 회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 수축사회가 맞네!! 우리는 수축사회에 살고 있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지금의 수축사회에 진입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8년 9월, 흔히 리먼 브라더스 사태인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리는 세계적 경제 쇼크가 발생했을 때부터 수축사회에 진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이미 십몇 년 전부터 수축사회는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때 각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것도 모자라 중앙은행이 마구 돈을 찍어 시중에 뿌려 댄 결과, 2018년까지 각국 중앙은행은 무려 20조 달러나 되는 돈을 찍어냈다. 

화폐 유통속도가 올라가면 경기가 좋아지고 물가도 상승한다. 그런데 지금 세계는 20조 달러를 찍어 시중에 뿌려 댔는데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수축사회에 들어서면서 돈은 많은데 제대로 돌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더 이상 부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때 수축사회에 안착할 것이다.  


 그럼 수축사회를 돌파하기 위한 해법은 없는 것인가? 다행히 해법은 제시되었다.

해법은 사회적 자본을 높이자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이란 르네상스와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서구에서 형성된 개인의 자유 선택과 자기 책임 원리가 통용되는 사회적 특성을 일컫는다. 서구 선진국들도 많은 사회문제를 안고 있지만, 갈등과 문제를 사회 스스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한 것은 풍부한 사회적 자본에 기반한다. 정치적 극한 대결, 법치의 부재, 패거리 문화, 폐쇄적 개인주의 등은 모두 사회적 자본과 관련된다.

 사회적 자본이 충만한 사회는 사회적 신뢰가 높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권력과 부의 집중을 방지하는 공정한 열린 사회를 지향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한 수 있는 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작가가 제시하는 수축사회의 해법으로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수축사회임을 인정하고,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한 이타주의와 세계적 차원의 도덕 혁명을 이행하는 것이다. 인류는 살아가는 방식을 바꿔 선善한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한계비용이 제로인 협력적 공유 사회의 낙관적인 미래와 작가 홍성국이 주장하는 수축사회의 비관적인 미래의 해법은 동일하다. 과거의 편협과 파벌주의를 뒤로하고 공유 생물권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대가족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과 사회적 자본을 높이자는 것은 같은 이야기이다.

 반문을 재기할 사람? 있다면 손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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