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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01. 2021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독후감140

so...fascinating  ...contemporaryart

 팝송 pop song은 인기 많고 즐기기 좋은 노래지만 팝아트 pop art는 너~무 어렵다.

무엇이든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더 많이 공감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도무지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작품 앞에서 막막하다. 작가의 뜻을 어떻게 헤아려야 할지도 난감하고.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나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와서 명확히 볼 수가 없는 것인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볼 수가 없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결국 내 마음 가는 대로 느끼고 이해한다고 하는 것이 예술이겠지만, 항상 작가 의도와 나의 흥미가 맞아떨어졌을 때 더욱 재미있고, 그 재미도 배가倍加 되는 것이니까.




 모든 예술은 다음 문장들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매 순간 아쉽고 아픈 건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문장 더 있다. ‘관객과 함께 그 감정을 나누려는 것이다.’ 그래서 아티스트들은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고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현대미술이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보다는 (다른 문학이나 예술이 이미 효과적인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하고 있는 일들, 누구나 저지르고 있는 일들 다만, 숨어서 행하고 있는 일들을 용기 내어 사회에 내놓고 보여주거나 드러내는 행위나 작품들을 현대미술이라고 하지 않을까? 끝까지 보여주려는 욕망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것이 성교이고, 자위행위이며, 고뇌와 상실의 아픔, 절망, 허무, 죽음의 문제 따위들이다. 이런 것들이 없다면 삶을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미술가는 죽음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이다.


 피필로티 리스트 Pipilotti Rist (스위스 출생, 1962~)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감정적, 감각적인 메시지는 무수한 팸플릿과 논설보다 더 쉽게 선입견과 습관적인 행동양식을 바꾼다.” 그런 이유로 현대미술은 좀 더 자극적이고, 좀 더 이성과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일까? 이것이 내가 고민했던 아티스트 집단들의 결론이었을까? 그들은 결론을 내기 위해서 한 번도 모두 한자리에 모인 적이 없었을 텐데.

 새로운 작품이 계속 창조되는 상황에서, 피카소와 같은 전설적인 작가가 누구인지도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영향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모여 현대미술의 방향과 목적을 담합했을 리 만무하다. 시대가, 시대의 흐름이 아티스트들을 안내하며 현대미술은 만들어졌으리라.


 미국 출생 숀 랜더스 Sean Landers (1962~)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너무 신중하고 현명한 사람보다는 무언가를 만드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젠체하고 계산적이고 가식적인 모습보다는 조금은 부족한 날 것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현대미술일까? 

랜더스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본인이 신중하고 현명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본인이 좌충우돌식으로 열정을 쏟아가며 무언가를 만드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여하튼 현대미술이란 자신의 고뇌를, 마음의 아픔을, 피부 바로 아래 무엇인가를 표출하기 위함이다.


 무모한 작업이 바로 예술이며 인생이 아닐까?

아티스트는 작품으로 세상을 표현한 다음 설명한다. 하지만, 작품을 만든 작가는 아직 무엇도 이루어 내지 못했다. 나라 요시토모 (Nara, Yoshitomo,1959~)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저 혼자서 선 하나의 위를 걸어가는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이라는 배를 타고 있는 ‘나’다. 주위는 깜깜한 어둠. 그곳을 천천히 걸어간다. 내 손이 어디에 닿을까. 그것도 알 수 없지만 앞으로 걸어간다……. 목표도 골도 없는 여행이다. 그러면서 나이를 먹어간다. 지금까지의 인생. 그것을 아직 그림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그의 작품이 더욱더 이해 간다.


 심각하고 우울하고 고뇌하는 것만 보여주고 공감하는 것만이 현대미술은 아닐 것이다.

어찌 보면 매일이 지루한 인생인데 그나마 유머와 기지가 만발하는 작품들이 있어 삶의 신비와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일종의 치유인 것이다. 안개처럼 빽빽한 생존의 불안감이나 막막한 슬픔을 잠시라고 거두어 내는 것. 그것이 팝아트고, 현대미술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껴 의도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멀리하고 있는 것들과 상황들을 실험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의 눈앞에 두려움의 상황이 펼쳐질 때, 우리는 작가가 마련해 놓은 세계와 연결된다. 그리고, 우리는 체험하고 공감하고 사고하게 된다. 일종의 치유인 것이다. 이것이 현대미술의 기능이고, 필요한 이유이다.




 현대미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해보았지만, 의미를 음미하려는 수고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작품을 즐기면 안 되는 것일까? 무엇에도 연연하지 않고 작품을 즐기는 것이 예술을 즐기는 것이다. 그냥 즐기는 것이 현대미술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영향을 받는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작품과 연결된다.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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