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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l 24. 2021

월든 WALDEN /독후감153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년이 넘은 회사생활을 접고 주변 모두에게 양해를 구하고 떠난다.

어릴 적 추억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은 소망으로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독거생활을 시작한다. 먹고사는 문제로 너무 끙끙대지 말고 오히려 다른 일에 관심을 돌린다. 인생의 근본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자연과 함께 살면서 그 법칙을 탐구하고 자연의 섭리에 따라 밝고 자유롭게 살아보는 것이다. 정직하고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가능할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 Henry David Thoreau (1817~1862)는 정말로 이런 삶을 실천도 하고 책도 썼다. 그렇게 쓴 책이 월든 WALDEN이다. 월든 숲에는 그의 나이 28세에 들어갔다.

내 추측이지만 20대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30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지 않았을까?




이렇게 해서 2년 2개월 2일간에 걸친 월든 숲에서의 삶이 시작되었다.

삶 주변의 온갖 것들에 대해 관찰하고 사고思考한 소로의 글을 읽게 되면 그가 점점 대단하다고 느끼며, 그의 슈퍼 파워를 느낄 수 있다. 그로 인해 [월든]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친 미국 문학 최고 걸작 중 하나이고, 미국이 낳은 가장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문학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그렇게 대단한 소로도 우리네와 같은 고민의 흔적을 찾았다. 그가 숲으로 가 독거생활을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관공서 자리나 부목사 자리, 또는 다른 일자리를 마련해줄 낌새는 없었고, 스스로 살림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나는 한 가지에 더욱 전념해 자신이 더 많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숲 속으로 얼굴을 돌리게 되었다.”

 이 문장을 읽고 동질감을 느낀 나는 좀 더 흥미 있게 그의 글을 즐긴다.


내 입장에서 그는 과하게 검소했던 듯하다. 자꾸만 청렴결백한 선비가 떠오른다.

‘집 같은 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나무 구멍에라도 들어가 살면 된다.’

‘그런데 어떠한가! 인간은 자신이 만든 도구의 도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피라미드 자체는 전혀 놀라운 유적이 아니다. 어떤 멍청하기 이를 데 없는 야심가의 무덤을 쌓아 올리기 위해 그렇게 많은 인간들의 일생을 허비하게 할 정도로 타락한 사회가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운 일이다. 그런 놈들은 나일 강에 던져 넣는 것이 현명한 처사였으리라.’

이런 검소함이 그가 현실주의자보다는 이상주의자로 느껴지게 한다.

빵보다는 자연 중에 존재하는 관대함을 깨닫는 것, 단순하고도 고결한 기쁨을 서로 나누는 것에 조금 더 우위를 둔다. [월든]의 가치는 이와 같은 소로의 생각과 실천에서 찾을 수 있고, 이는 검소함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를 이상주의자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실재’를 중요시했고 그런 마음으로 [월든]을 적었다. 삶이 아무리 초라하더라도 거기에서 얼굴을 돌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살아간다. 트집 잡길 좋아하는 인간은 천국에서도 흠을 찾아낸다. 가난해도 삶을 사랑하길.

소로는 무엇이든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월든에 살았다.


 검소함 이외에 소로가 숲에서 홀로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래퍼 기질도 한몫했다.

그가 우리와 동시대에 살았다면 어마어마한 프리스타일 래퍼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눈앞의 관찰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묘사를 끝도 없이 써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소로는 절대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래퍼가 되고 싶은 요즈음의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랩과 스토리에 대해 엄청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혹은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가르쳐주고 싶은 내용이 한가득이다.

100년이 넘은 시대 차이로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는 기술보다는 귀농에 대한 마음가짐과 자세와 같이 전원생활에서 소로가 실천했던 행동과 사고들은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소로는 숲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자급자족을 위해 콩을 재배했는데 새의 노랫소리는 그가 온 마음으로 신뢰하는 싸고도 질 좋은 비료였다. 밭고랑 여기저기에서 관찰할 수 있는 광경과 소리를 보고 듣고 했다. 이것이야말로 전원에서 맛보는 퍼내도 마르지 않는 즐거움인 것이다.

 배를 타고 월든 호수에 나아가 호수 안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봉긋 솟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작은 호수의 한가운데서 바라볼 때처럼 숲이 근사하고 아름다워 보일 때가 또 있을까. 숲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호수에서 제일 잘 노는 법은 무엇일까? 이 부분이 너무 부럽다.

호수 가운데로 배를 저어가, 나머진 산들바람에 맡기고 배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물 위를 떠다니면서 몇 시간이고, 몽상에 잠겨 지내는 것이다. 무위無爲하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배가 모래사장에 부딪치면 정신을 차리고 운명의 여신이 어느 물가로 인도했는지 보려고 일어서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오두막을 나오면 매일 아침, 이 화랑의 주인은 벽에 걸린 낡은 그림을 떼어내고 더 선명하고 조화로운 빛깔이 새로운 그림을 내거는 것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모두가 바삐 살아가지만 월든 호수의 자연도 자기 몫의 분주함으로 봄을 맞이한다. 이를 같이 알아주는 이가 소로일 것이다.

 바쁜 와중에 시간의 틈을 내어 [월든]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도 소로처럼 사시사철 변하는 자연의 산물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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