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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ug 14. 2021

클래식으로 읽는 인생 /독후감156

 오랜 세월 동안 사랑받아온 고전 음악에는 분명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고 영혼을 살찌우는 힘이 있다. 대중음악으로부터 옛 추억을 소환하고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나에게 금단의 영역인 고전음악을 들추어보는 것은 호기심이자 모르는 세계로 한 걸음 내디뎌 모르는 단어들을 마구마구 써보는 것이다.




 내가 느끼기론 고전 음악만큼 아버지 어머니를 챙겨서 따지는 곳은 없다.

음악의 기틀을 닦은 작곡가에게 아버지라는 별명을 붙이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바흐에게는 ‘음악의 아버지’라는 호칭이 따라다니고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이다. 하이든에게는 ‘교향곡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닌다. 그렇다면 ‘오페라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최초의 오페라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탈리아의 작곡가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Claudio Monteverdi (1567~1643) 일 것이다.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최초의 오페라가 탄생하기 위해선 두 가지 기법의 확립이 필요하다.

말하는 속도로 노래 부를 수 있는 창법인 요즈음 대중음악으로 치자면 랩 rap과 유사한 레치타티보 recitativo라는 기법이 필요하다. 다른 한 가지는 가사 전달이나 인간적이 감정을 불어넣기 위한 모 노디 monody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기법의 확립으로 1600년 초연된 오페라 <에우리디체>는 악보가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오페라로 기록되고 있다.


 ‘에우리디체’의 남편이 오르페우스이다. 

여기서 약간의 족보가 필요한데, 노래로 세상을 평정한 오르페우스는 음악의 신 아폴로와 현악기의 여신 칼리오페가 낳은 아들이다.

 결국 최초의 오페라 <에우리디체>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줄거리 삼아 이 부부의 지고지순하며 애절한 사랑을 담고 있다. 음악을 통해 사랑과 죽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 인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음악의 스토리를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기대한다.

가령 작품을 감상하면서 살결의 등고선을 따라 흐르는 듯한 현의 사운드가 압도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현의 강렬한 스타카토와 휘몰아치는 전체의 합주에서 영웅의 근육과 힘줄이 느껴지기도 한다. 목관의 장엄한 화음과 함께 느릿느릿 걷는 듯한 저음에서는 술이 통 속에서 발효되는 장면이 연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감정과 연상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음악을 통해 인생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사랑도 한 가지가 아니 듯 음악도 한 가지가 될 수 없다.

<에우리디체>와 같은 순수한 사랑이 있는가 하면 십 대들의 겁 없는 사랑인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을 것이고, 사랑의 묘약을 마시고 19금 불륜인 성애의 황홀경을 표현한 <트리스탄과 이졸데>도 있을 것이다.

 인생 안에 갈래와 굴곡이 여럿이듯이 음악을 통해 사랑은 물론이고 죽음, 복수, 술, 전쟁과 같은 여러 가지 인생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주제의 음악을 읽고 있으니 개인적으로 일정의 스토리 루트가 발견되는 듯하다. 모든 인생을 이루는 주제들은 밀회로 시작하고 사랑고백을 거쳐 주변에게 사랑이 알려진 후 누군가는 죽고, 죽음에 대한 슬픔이 이어진다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음악을 통한 간접적인 경험이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니 그냥 우리네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것이 음악의 위대함이 아닐까?




 음악을 듣는 것도 연주하는 것도 소질이 없으니 눈으로 음악을 읽고 싶어 책을 펼쳤다.

음악 감상은 음악을 틀어넣고 눈감고 앉아 듣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4개의 부속 오페라로 구성되어 있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는 감상에 있어 4일이 소요되며 총 연주시간만 해도 16시간이나 걸린다. 어마어마하다.

지난 5월에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 음료를 팔지 않고 입장료만 받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파주에 문을 열었다. 그만큼 음악 하나만으로도 시간을 즐기기에 넉넉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든 쉬운 건 없다. 삶에서 어떤 새로운 수단 하나를 찾아 노력을 통해 습득함으로써 인생을 윤기 있게 좀 더 영혼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음악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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