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Oct 30. 2021

석유 전쟁 /독후감167

인류는 과연 석유를 포기할 수 있을까?

엑슨모빌 ExxonMobil (미국의 석유회사)은 대안에너지 사업에 참여한다. 로열 더치 셸 Shell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회사)은 네덜란드의 풍력 기지에 투자하고 수소 실험을 하며 전기차를 위한 충전소를 제공한다. BP (영국의 최대의 석유회사)는 태양전지 제조사로 자리매김했고, 토털 Total (프랑스의 석유회사로 6개의 슈퍼 메이저 중 하나)은 배터리 사업을 하며, 셰브런 Chevron (세계 5위의 미국 석유회사)은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주도적 역할을 한다.

 엑슨모빌은 조류藻類 연료 및 다른 혁신적인 대안에너지 프로젝트의 실험을 위해 연간 약 10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컬에 있는 오일샌드 시설의 확충에만 벌써 16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들어갔다. 석유를 포기한 그들이라면 과연 원유를 얻기 위한 오일샌드 시설에 과연 160조가 넘는 돈을 투자할 수 있을까? 대안에너지인 조류 연료 프로젝트에 10조를 투자하며 시장에 출시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리는 연구라는 걸 엑슨도 인정한다. 어떻게 그들을 이해해야 할까? 현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독일의 에너지 혁명은 실질적으로 시민 다수가 생태계의 변화를 촉구한 데서 연유했다기보다 원자력을 반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독일에서는 그에 따른 정치적 파도가 몰아쳐 핵에너지에 대한 모든 지원이 끊겼다.

 석탄의 사용 중단은 비싼 대가를 치른다.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핵에너지와 석탄으로부터 동시에 벗어나는 방대한 작업을 시도한 곳은 없다. 많은 시민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돌아가는 독일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독일은 전력 생산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석탄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석탄뿐만 아니라 유난히 공해가 심한 갈탄까지 연료로 사용했다. 이것이 독일이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다. 2018년 독일의 전력생산 부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이 40%로 올라가기는 했지만, 석탄과 원자력 에너지의 비율은 여전히 50%이다.

 또한, 독일의 도로를 달리는 6,400만 대의 승인 차량 중 전기자동차가 더 많아야 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겨우 8만 3천대밖에 안 된다.




 책에는 아쉽게도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은 나와있지 않다.

어떻게 지구가 현재의 상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보여준다.

파리 기후협정을 탈퇴한 트럼프의 꼴통 짓은 모두 이유가 있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트럼프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채택했다. 다만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전속력으로 화석연료 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미국은 다시 산유국 중 선두로 올라섰다. 혁명적 채굴 기술인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 Fracking 공법 (셰일층에서 석유나 천연가스를 얻기 위해 높은 압력을 이용해 물과 모래를 시추공에 뿌리는 공법)으로 셰일을 추출하면서 몇 년 새 다시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의 이익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를 멈추게 하려는 다른 나라의 노력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석유, 천연가스, 석탄에 대한 완벽한 규제 철폐는 ‘자원 총동원’이라는 트럼프의 사고방식에 부합한다. 에너지 수출은 트럼프가 미국 밖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이용하는 무기이며, 그의 사고에 있어 녹색에너지는 어불성설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의 에너지 풍요는 트럼프의 석유 외교를 가능하게 만들었고, 한때 너무도 강력하고 무서웠던 OPEC의 파워나 산유국의 카르텔도 셰일혁명의 파도를 무사히 넘길 수는 없었다. 에너지 냉전주의를 표명하는 국가들에 대해 읽다 보면 트럼프가 꼴통이라기보단 그 자신의 국가주의적 정치를 통해 이런 이탈 흐름을 단지 가속했을 뿐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중국만큼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시진핑의 에너지 정책에서는 화석연료가 빠지지 않는다. 오바마와 달리 시 주석은 석탄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은 에너지 수요의 50~70%를 석탄으로 감당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의 석유 최대 공급국은 사우디아라비아다. 안정적인 원유 수송을 확보하기 위해 여름이면 중국은 자체로 건조한 쇄빙선으로 북반구에 새 항로를 만든다.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한 중국인들은 북극해의 해저에서 가스를 시굴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영 석유 CNPC에서만 쓰촨분지의 천연가스 프래킹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천연가스도 기후변화에 해답이 될 순 없다. 그저 좀 더 깨끗한 화석연료일 뿐이다.

천연가스를 얻기 위한 각종 시설과 파이프라인, 공장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는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연소 시 여전히 석탄에 비해 절반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여전히 온실가스 방출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여기에 메탄가스도 방출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기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우리 연관이 생긴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고 건조해지면 물이 부족해지고 물이 부족해진 반도체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이 힘들다. 자동차를 계약하고 6개월이 지나도 받을 수가 없으며, 최신형 스마트폰도 원활히 공급되지 못해 가격이 인상된다.

지구를 식히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대단하다.

기업들은 일찍이 지속가능 경영 리포트를 준비했으며, 요즈음은 추가적으로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리포트는 필수다. 이렇게 친환경 시대에 머물다 보면, 그런데 왜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히 늘어나는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왜 아마존 밀림에서는 계속 남벌이 자행되고, 왜 고래는 내장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한 상태로 해변에서 죽어가는가?


 기후 보호 운동가들의 계산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섭씨 1.5~2도 상승에서 제한하기로 한 파리 기후협정의 목표가 달성되면, 그것은 원유의 약 3분의 1, 천연가스의 절반, 석탄 매장량의 80%는 절대 채굴해선 안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과연 저장된 자원들을 가만 둘 수 있을까?

내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COP26)’의 결과가 궁금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갈리아 전기 /독후감16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