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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19. 2022

널 위한 문화예술 /독후감183

 미술관에 자주 가고 싶은데 내 마음이 이리저리 바빠 선뜻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난 왜 그렇게 미술관에 가고 싶을까? 미술관에 그리고, 미술美術이라는 단어 자체에 쉼과 여유가 있는 것도 분명히 한몫하는 듯하다. 그림을 걸어 놓은 널찍한 공간들과 어둡거나 밝은 벽들, 주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들. 하지만, 쉼과 여유는 부차적副次的이다.

 내가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책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다.

모두 그곳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 미술관에 걸린 그 이야기들은 더구나 세상이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그림들이다. 하나의 그림은 어쩌면 한 권의 책이 될 수도 위인전일 수도 있다.




 이번 주에는 어떤 컬렉터의 수장고에도 갔었고, 프랑스 파리의 로댕 미술관 정원에도 갔었고, 오르세 미술관에도 갔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에도 갔었다. 이젠 유명한 그림을 보면 세세한 이야기까지는 아니어도 누가 그림을 그렸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언가 좀 다르다.

 익히 알고 들었던 이름의 화가들이 이렇게 멋있을 일인가? 너무 멋진 사람들이다!!


 이건희 컬렉션에도 언급되었던 클로드 모네의 <수련> 그림은 화폭에 담아낸 것 만을 세어도 250점이나 된다. 그는 30년 동안 계속 같은 소재로 그림을 그렸는데 <수련> 연작뿐만 아니라 모네의 풍경화 대부분이 같은 장면을 다른 시간대에 다른 모양의 빛을 담아 다른 인상으로 여러 번 그렸다. 자연의 빛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연못은 빛을 사랑하는 모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감의 원천이었고, 수면에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수련은 그에게 최고의 소재였다.

 그런 모네의 한 마디를 듣고서 난 ‘이렇게 멋진 모네였던가?’ 느낀다.

모두들 내 작품을 논하고 이해하는 척한다. 

마치 이해해야만 하는 것처럼. 

단순히 사랑하면 될 것을.’


 이유 없이 눈물을 짓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반대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 그림도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고도 히틀러에게 ‘저질 작품’으로 매도되어도 계속 자신만의 밝고 순수한 색감과 행복을 그려내는데 매진한다. 자연과 사람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선, 아주 선명하고 강렬한 색, 맘껏 뛰노는 사람들. 사람들은 자유로워 보이고, 동시에 그들의 몸이 만들어내는 선은 유려하지만 확신에 차 있다. 앙리 마티스의 그림 하면 연상되는 설명이다.

 전쟁 후에도 위암에 걸려 휠체어와 병상 신세를 졌지만, 마티스의 화풍은 변하지 않았다. 행복과 환희, 원시와 본능, 빛나는 색감.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마티스는 계속해서 천국을 그렸다. “마티스도 이렇게 멋진 거야? 대가들은 모두 이렇게 멋있는 거야?”

나는 얼룩 없이 균형 잡힌 그림을 그리고 싶다.

지쳐버린 이에게 휴식처 같은 그림을.”


 장례식을 그린 그림에서 죽은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당시 그림에서 ‘죽음’이란 소재는 보통 아름답거나 극적인 순간으로 그려져 신성시되었는데 귀스타브 쿠르베의 그림에선 모두 제각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심지어 장례식에 관심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무의미해 보이는 현실을 그린다는 것은 대중이 알고는 있지만 세상에 절대 보여서는 안 될 치부와도 같은 것이다. 쿠르베의 그림은 현실을 직시한다.

 그에게는 단단한 신념이 있었다. 그리고 싶은, 그려내야만 할 대상과 주제가 명확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그에게 유효하지 않았다. 그에게 붓은 현실을 목청 높여 알리는 수단이다.

 이 화가는 그 전에도 좀 멋있을 줄 알았다. “역시 쿠르베!! 멋져~~”

나는 천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보여준다면 하나 그려보죠.”




 내가 펼쳐 읽은 미술서적에 나오는 그림들은 엄청나게 유명하기도 하지만 많은 그림들이 중복되어 회자된다. 두 번 읽고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누군가 정리하고 공부해서 만든 이야기들이니 항상 읽어도 좋다. 

올해는 그런 수고를 나도 해보고 싶다. 직접 미술관에 가서 작품을 보고, 화가에게도 관심도 가져보고, 자료도 찾아보고. 외국 미술관에만 멋진 사람들이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미술관에도 숨겨진 멋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요즘 젊은 화가 중에도 있을 것이다.

멋진 사람들을 찾아보자!! 아마도 금방 봄 밤에 미술관에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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