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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r 26. 2022

책 한번 써봅시다 /독후감188

 1,000권의 책을 읽고 1,000편의 독후감을 쓰고 싶다.

그중 한편 정도는 다른 종류의 글 이어도 혹은 그 글이 책을 짓기 위한 글 이어도 좋지 않을까?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에세이, 소설 그리고 논픽션. 어떤 종류의 글이건 독후감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만족감도 다를 것이고 독후감처럼 몇 시간 앉아 한 번에 쓸 수도 없을 것이다.




 독자로서 느끼는 작가 장강명은 일단 글을 잘 쓰기 때문에 ‘책을 써보자’고 하는 그의 말이 좀 더 신뢰가 간다. ‘책을 써보자’고 하는 글 자체가 허술하고 엉터리라면 책을 써보고 싶다 가도 그만둘 테니까.

 서두에 꺼낸 소재를 잃지 않고 말미까지 가져가서 자신이 피력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는 탄탄한 구성의 글쓰기가 마음에 든다. 밀도 있는 글의 중간을 받쳐주는 하나는 전문지식이고, 적절한 용어의 쓰임일 것이다. 가끔 멋쩍은 문장 말미의 반복어도 느낌 있게 다가온다.

 서두와 말미에 꺼내 든 두 가지 소재를 가지고 대조적인 문단으로, 비교적인 문단으로, 연결되는 느낌의 문단으로 쓰는 것도 자신의 요지를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나는 숫자로 설명하면 더 잘 알아듣는다. 

물리적인 숫자가 시도를 노력하게 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제안하는 첫 번째 목표는 ‘한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매 쓰기’다.

 글 하나의 분량이 600매가 아니어도 좋다. 원고지 100매 분량의 단편소설이라면 여섯 편을, 원고지 30매 분량의 에세이라면 스무 편을 써보라고 한다. 하나의 제목 아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글들어어야 한다. 참고로 이번 주에 독후감을 쓰는 [책 한번 써봅시다]는 300페이지이고, 200자 원고지로 710매 분량이다.


 글을 쓰겠다는 일에는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이 포함된다.

주제를 파고들어가 논증하는 능력이라든가 여러 인물 간의 갈등을 솜씨 있게 다루고 플롯을 짜는 재능도 필요할 것이다. 이렇게 걱정하기 시작하면 책 못쓴다.

 요즘 단행본 한 권이 300쪽 남짓인데, 하루 한쪽씩 느긋한 속도록 쓴다면 1년이면 365쪽 분량의 책 한 권 초고를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구상하고 헤매고 퇴고하는 시간까지 합쳐도 넉넉잡아 3년이면 한 권 쓸 수 있지 않을까. 무어라도 쓰는 것이다. 무어라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작이다.

 졸작을 써도 실력과 경험이 쌓이고, ‘다음 책’이라는 기회가 생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아무 기회도 없다.


 몇 가지는 마음에 새겨 놓고 글을 썼으면 한다.

남들이 다 아는 내용에서 뭔가 하나 더 추가되는 부분은 있어야 할 것 같고, 쓰는 사람의 개성은 드러나야 하지만 완전히 사적인 내용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 글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파악하면 좋겠고, 내 글에 나 자신이 만드는 방해점은 무엇인지 신경 쓰면서 글을 썼으면 한다. ‘붓 가는 대로’만 쓰면 낙서이기 때문이다.




 영감靈感은 내가 보고들은 모든 것을 써먹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대상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을 매개로 나의 주관적 경험을 펼치는 것이다. 가끔 독후감을 적다 보면 ‘내가 에세이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기 때문에 아직 나는 소설이나 논픽션을 도전하는 것보다는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어떤 에세이를 써볼까?

매일 저녁 하루를 마치면서 마시는 쏘맥에 대해 적기에는 너무 없어 보일 것도 같고 아이들에게도 비교육적이라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 마음 한쪽 구석에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단어 하나가 독후감이다. 그래도 200편 가차이 썼고, 지금도 쓰고 있으니 남들이 다 아는 내용에서 뭔가 하나 더 적을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라도 어떤 소설을 써볼까?

요즈음 그림에 대한 관심이 핫하다. 아트페어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면세점 경험으로 보석사업을 하시고, 아나운서부터 광고사(社) 회장까지 하신 주변 어르신들을 소재로 소설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그래도 요즘은 하고 싶은 일들이 조금씩 생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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