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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10. 2022

발칙한 현대미술사 /독후감211

 미술 평론가, 미술 담당기자, 박물관장, 옥션 대표, 큐레이터 그리고, 컬렉터가 지은 미술에 관한 책들을 적어도 한 권씩은 읽고 독후감을 적었다. 각자의 목적과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책들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럼 갤러리 관장이 쓴 글은 어떨까? 어때야 할까?

 사실 이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아! 갤러리 관장이 책을 쓰려면 이 정도는 써야 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읽을 책을 선택할 때 제목도 한몫한다.

좀처럼 눈에 들지 않는 단어 중의 하나가 ‘사史’이다. 일단 역사를 논하기 시작하면 책은 두꺼워지고 글씨는 작아진다. 허나 현대미술사 앞에 수식어로 붙은 ‘발칙한’이란 단어로 스토리텔링 현대미술사 책과 인연을 맺는다.




 가로로 길게 펼쳐진 런던 지하철 ‘UNDERGROUND’의 지도가 제일 먼저 독자를 반긴다. 런던 메트로 맵 위에는 1870년 인상주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미술사 노선도를 만들었다. 흡사 지하철 노선도 같은 첫 번째 페이지만 보아도 미술사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이 책을 집필한 갤러리 관장의 머릿속에 현대미술사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자리 잡혀 있는지 가늠할 수도 있다.

 인상파를 시작으로 점묘법, 야수파, 입체파 그리고, 칸딘스키, 몬드리안까지의 설명과 흐름은 많은 미술사 책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 이후의 발칙한 미술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은 흔치 않다. 바우하우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팝아트, 개념미술, 행위미술, 미니멀리즘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이 이에 속한다.

 심지어 생활 속에서도 자주 쓰이는 위의 단어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듣는 기회는 흔치 않다.


 팝아트 pop art 하면 나는 지금의 무라카미 다카시(1962~)를 떠올리지만 팝아트의 시절은 1956년부터 1970년이다. 팝아트는 우매한 대중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얼간이 같은 미술운동은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 도사린 악과 유혹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작품 속에서 표현하는, 수준 높은 정치운동이다. 에두아르도 파올로 치 Eduardo Paolozzi부터 로버트 라우센버그, 앤디 워홀 그리고,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이 해당된다. 

 추상표현주의가 지나치게 강하고 남성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그들은 개인의 감정을 거창하게 표현하는 데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현실적 주제들을 내던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예술과 상업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고만고만한 것들 사이에 묻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누 받침대나 콜라 병이 보기 흉하고 볼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타까울 따름이다.” 팝아트는 하위문화를 재료로 삼는 순수 미술이었다.


 1960~1975년까지를 채웠던 미니멀리즘 Minimalism은 기본적으로 현대미술에 등장한 또 하나의 남성 클럽이었다.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그동안 디테일에 강박적 관심을 기울여온 예술작품들에 냉철한 기계적 특징을 부여한 엄격한 작품을 창조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럼에도 작가의 손길이나 존재는 작품에서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작품과 거리를 두었고, 그들의 작품은 대개 공장 생산품처럼 조립 과정을 거쳤다. 

도널드 저드, 댄 플래빈 Dan Flavin 그리고, 솔 르위Sol LeWitt 등이 모더니즘에 속한다.

미니멀리즘의 목적은 작가의 개성으로 보는 이의 주의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그들이 앞에 놓인 물리적 대상에 집중하게끔 하는 것이었다.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인다. 이는 세상에 질서와 통제를 부여하고자 했던 작가들 내면의 절박함과는 대조적이다.

 미니멀리즘은 모더니즘 운동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후 예술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1970~1989년까지 포스트 모더니즘의 장점은 작가의 의도대로 어떤 것이든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통을 거부한 모더니즘과 달리, 포스트 모더니즘은 그 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았다. 모더니즘이 직선적이고 체계적이었다면, 포스트 모더니즘에는 두서가 없었다.

 포스트 모더니즘 역시 앞서 등장했던 미술운동을 근간으로 발전했지만 동시에 모더니즘에 대한 날 선 반응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25년 전의 팝아트와는 다른 방향을 택한 이들은 장난스러운 실험을 꾀하는 장인들이었다. 하나같이 교묘하게 불손하고 무심한 냉소주의를 풍겼다. 팝아트 작가들은 광고와 상업의 세계로 눈을 돌렸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에서는 이를 풍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최근 25년 동안 탄생한 예술에는 아직까지 일반적으로 통용할 만한 용어가 없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누군가가 공식적인 용어를 떠올릴 것이고, 그것이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데미언 허스트, 제프 쿤스 그리고, 뱅크시와 같이 자신을 브랜드로 만든 아티스트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들이 뛰어나도 기존에 이름 붙여진 트렌드와 혼용될 수밖에 없다. 모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한 예술가라도 이들의 첫 번째 가장 큰 과제는 삶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들의 마지막 과제는 예술과 현실을 잇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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