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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an 14. 2023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 /독후감228

 ‘월간미술’인가 신문기사인지 기억이 가물 하지만 예전 찰스 사치 Charles Saatchi (1943~)에 대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미술계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과 동시에 그의 등장은 미술계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결국 자본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 결과 미술계 전체가 지나치게 자본과 시장에 얽매이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이 매스미디어의 권력에 힘입어 미술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그리 달갑지 않은 내용으로 기억된다.




 이런 사치에게 평론가는 질문한다.

Q “무엇이 당신을 예술계로 이끌었고, 계속해서 당신을 사로잡습니까?”

A “예술’계’에는 관심 없습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죠.”


 네이버에 찾아보니 찰스 사치는 영국의 기업인으로 광고 재벌이자 새로운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미술관 사치 갤러리의 소유자로 재산은 1억 2,000만 파운드 (약 1,800억 원)로 영국에서 483위이다. [나, 찰스 사치, 아트홀릭]은 그의 인터뷰집集으로, 사실 그는 미술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단지, 미술계가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듯한 모양새다.


 그는 주로 자랑하기 위해 작품을 산다.

컬렉션이라는 행위는 결국 자신만의 작품을 선택하는 즐거움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현대미술이 가능한 많은 관객에게 보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중이 자신의 소장품에 반응하고 현대미술 전반에 관심을 보이는 일이 사치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그 외에 것은 별로 무관심해 보인다. 

몇 년에 한 번씩 셀프리지 백화점(런던의 대표적인 대중백화점)에 가서 똑같은 블랙 슈트 열 벌과 흰색 셔츠 스무 장, 그리고 똑같은 검정 양말 열 켤레를 구입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찰스 사치가 유명해진 이유가 YBA Young British Artist 때문인지 YBA가 유명해진 이유가 찰스 사치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1988년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의 미술학부 졸업생들이 주축이 되어 런던의 공장과 창고에서 전시를 하면서부터 여기에 포함된 작가들을 지칭하는 말이 YBA가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 Damien Hirst가 주축이 된 ‘프리즈 Freeze’ 전시가 그 대표적인 예로 이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일상적 오브제들의 결합 속에서 ‘충격’을 핵심으로 하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작품은 주로 찰스 사치의 컬렉션 목록에 들어갔는데,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이라는 제목의 유리관 속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상어를 박제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온갖 잡동사니와 함께 자신의 침대를 전시한 트레이시 에민의 [나의 침대 My Bed]가 대표적이다.


 매우 솔직한 사람으로 느껴진다.

Q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기실 겁니까?”

A “그럼요. 내 아이들을 버릇없게 키우고 그들에게 많은 재산을 남겨서 그들도 자기 아이들에게 똑같이 하기를 바라요.”

 모든 류의 질문에 대해 피하거나 숨김없이 답변한다. 

때론 이런 답변도 눈에 보인다. A “난들 압니까.” 괴짜이자 특이한 사람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매력적인 이유는 남들이 쉽사리 하지 못하는 미술품 컬렉션에 대해 진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미술계의 아주 소수만이 작품에 대한 진정한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대부분은 왜 특정 작가가 다른 작가보다 더 흥미로운지, 왜 이 작품은 좋지만 다른 작품은 그렇지 않은지를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아요. 그저 허튼소리를 해대며 시간을 보낼 뿐이죠.

 예를 들어, 미술계 사람들이 대규모 전시 오프닝 파티에 가는 이유가 작품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 사교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사교 활동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 전시장을 다시 찾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시를 봤다 말하고, 심지어는 진짜로 그렇게 했다고 믿고 있어요. 자기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인정 따위는 조금도 바라지 않습니다.”


 동시에 작품에 대한 겸손함도 품고 있다.

Q “어떤 예술가가 가장 자랑스러우십니까?”

A “내가 어떻게 예술가의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내가 아이디어를 낸 것도 아니고, 그 작품을 만든 것도 아닌데요, 작품을 구매한다고 해서 자부심까지 가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는 작품에 등수를 매기는 아트 올림픽 따위는 하지 않는다. 아트 컬렉션에 진심인 사람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에게 아트 컬렉션에 대해 조언을 받자면 다음과 같이 글로 남기고 싶다.

당신이 사는 작품이 어떤 맥락에 놓인 작품인지 잘 알지 못한다면, 혹은 정말로 좋은 조언을 얻지 못한다면, 또는 진정 운이 좋지 않다면, 그 새로운 컬렉션 또한 가치가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지만 컬렉션이라는 행위는 결국 자신만의 작품을 선택하는 즐거움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부언附言) 사치 씨의 답변을 읽는 것도 흥미롭지만, 인터뷰집의 반을 차지하는 질문들이 더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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