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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r 11. 202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독후감236

난센스 문학의 고전

 소설을 한 꺼풀 벗겨볼 생각은 자주 한다.

작가는 어떻게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작가가 알려주고 싶은 속이야기는 무엇일까? 소설로써 작가가 원하는 현재의 상황은 어떤 것일까? 주인공은 실제 삶에서 누구와 닮았을까? 산재해 있는 소재들 중 왜 그것을 택했을까? 만들어 놓은 허구의 상황에서 등장인물은 왜 그런 행동과 말을 했을까? 하지만 동화를 한 꺼풀 벗겨볼 생각은 한 번도 하질 못했다.

 동화童話는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것 이라고만 생각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동화에서 주인공은 염두해도 작가는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동화 주인공이 실존인물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어린이의 상상력을 키워주고 모험심을 길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시나브로 나에게 내려진 동화의 정의였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델이 되는 앨리스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이고 작가인 루이스 캐럴과 가깝게 지내던 관계 이상이었고, 작가가 약간은 [롤리타 Lolita]적인 뉘앙스까지 풍긴다면 과연 순수하게 동화가 읽힐까? 동화로만 단순하게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서문을 처음 접하는 독자로서 피할 수 없었던 내가 민감하게 만들어낸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문 없는 동화자체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 모험 이야기는 재미있기만 하다.

버지니아 울프나 철학자인 오쇼 라즈니쉬도 칭찬 일색이고, 19세기 소설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도 실험적인 소설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수도 없이 일어났던 터라, 앨리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거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있다가 시계를 들고 중얼거리는 토끼를 보고 본능적으로 토끼 굴로 따라 내려간다. 기나긴 추락의 끝에 앨리스는 현실과 다른 규칙들이 적용되는 이상한 나라에 쿵! 하고 떨어진다. 케이크나 물약을 먹으면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하고 동물들과 대화도 가능하다. 대화는 나누지만 전반적으로 정신도 없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수수께끼 같다. 이상한 나라에서 이상한 등장 동물들과 인물들을 만났다가 여전히 강둑에 앉아있는 언니 옆에서 잠을 깨어 돌아온다.




동화가 재미있는 것 외에 우리에게 왜 중요할까? 

본문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생긴 질문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앨리스의 모험이 자연스럽게 형상화된다. 실재하지는 않지만 상상할 수 있는 동기를 주고 힘을 준다. 글을 읽으면서 동시에 계속 상황을 그려 나가고 있는 나를 본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꿈속에서처럼, 수수께끼 같은 즉흥적인 단어들과 말실수, 농담과 자유연상으로 가득 차있다. 이 애매모호한 모든 것들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싶은지, 아니면 ‘와! 멋지다’하고 생각하며 만족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이와 같은 기로에 서있을 때 작품을 설명하는 짤막한 문장 하나가 나에게 도움을 주었다.

‘난센스 문학의 고전!’ 

재미있게 읽히기는 하나 이해가 어려웠던 것이 읽고 난 소감이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너무 쉽게만 생각했었나?

이렇게 내재하는 의미들이 많고 작가의 개인적이고 시대를 표출하는 비약과 은유들이 산더미 같은 소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일곱 살 소녀가 나오는 ‘동화’이면서 초현실적인 대화들 그리고, 철학적 농담이 담겨 있는 이유로 난센스 문학으로 불리는 것 이외에도 처음 앨리스를 접한 독자이건 다시 앨리스를 읽어보는 누구라도 다른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서도 난센스 문학으로 불릴 만하지 않을까? 꼭 한 번 소설책으로 읽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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