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Mar 25. 2023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독후감238

한 사회의 지식인 혹은 어른이라고 한다면 누구를 떠올리게 될까?

추기경, 목사님, 스님, 수녀님 혹은 신부님과 같은 종교인이나 영향력이 있는 교수님이나 소설가? 조금은 어렵겠지만 정치가도 될 수 있겠다. 그런데, 털보 과학관장은 어떠신지?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읽으면서 이와 같은 분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진정한 어른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해본다. 책은 털보 과학관장의 수필집 같은 책이다.

수필이란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을 말한다. 말 그대로 이정모 과학관장의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을 읽으면서 ‘사회의 어른’이란 단어가 떠올랐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과학 관장이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으면서 자신의 글을 풀어낸다. 조금 과하면 바로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터인데 알맞은 표현의 줄타기가 독자의 사고를 자극한다.

살다 보면 성정상 직책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텐데 그리고, 그 주제들이 자신이 좀 더 크게 목소리를 내고 싶은 방향으로 치우치기 십상이나 여러 가지 방면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보태서 옳은 말이 주저리주저리 길지 않고 담백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탄핵시절에 쓰인 책이다.

작가는 과학적 지식을 근간으로 시대정신을 지키기 위한 인사이트를 위트 있게 수필의 말미마다 구사한다. 그 위트가 촌철살인까지는 아니어도 후추 뿌린 것 마냥 약간 매웁기도 하고 재채기도 나게 하는 정도다. 아무리 읽을 만하고 배움이 있어도 한 권 내내 탄핵된 대통령 이야기가 주主가 된다면 나는 이 책을 읽지도 않았을 것이고 훨씬 덜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무서운 전자(기)파를 마구마구 내뿜는 공포의 전자레인지보다 비데는 20배나 많은 전자기파가 나온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우리들은 전자기파를 두려워하면서도 헤어드라이어와 전기장판과 가습기는 거침없이 사용한다. 전자기파 걱정으로 핸드폰을 멀찌감치 떨어트려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들에게 주변 시민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전자기파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고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지도 않는다고 이야기해 준다.


독감 예방 주사는 있지만 감기 예방 주사는 없다.

독감은 이름과 달리 독한 감기가 아니다. 감기는 증상이 가벼운 질병이지만 독감은 무서운 병이다. 감기는 잡雜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감염된다. 청와대는 2014년부터 3년 남짓 독감 예방 접종용 의약품에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같은 것들을 포함시켜 구입했다.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분들의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독감 예방 주사는 늦어도 11월까지는 맞아야 좋다. 나라가 심각한 독감에 걸렸고, 예방 주사 맞기에도 늦었다면 아프더라도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 그래야 산다.


태양계를 100억 분의 1로 축소시키면 축구장 300개 면적 정도의 크기가 된다.

태양의 지름은 14센티미터로 줄어들어 차례상에 올라가는 커다란 배 정도가 된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과 토성은 우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유리구슬로 표현할 수 있으며 제법 큰 천왕성과 해왕성은 콩알이 된다. 지구 같은 작은 행성은 볼펜 끝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아주 작은 쇠구슬 정도에 불과하다. 축구장 300개 면적에 배 하나, 유리구슬 둘, 콩알 둘, 그리고 볼펜 심의 쇠구슬 몇 개가 흩어져 있는 게 100억 분의 1로 축소된 태양계다.

좀 겸손해지지 않는가?


이런 이야기도 들려준다.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상식적인 이야기다.

모기 소리가 들리면 일어나 불을 켜고 벽을 살펴야 한다. 배부른 모기는 멀리 달아나지 못하고 벽에 붙어서 소화를 시키면서 쉬기 때문이다.

행복 이야기도 툭 던진다.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재밌으면서 의미가 있고 또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불확실성이란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그 아슬아슬함을 말한다.

부모와 자식 이야기도 한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시대다. 부모의 지난 인생 경험이 자식에게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다. 부모가 살았던 시대는 자식이 살아갈 시대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의 권고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하는 시대다. 다만 부모의 애정만은 가슴에 품으면서 말이다.


과학이 뒷받침이 되는 지구 멸종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다.

지난 다섯 번의 대멸종과 견주어보자. 대기 산성도는 오히려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산소 농도도 21퍼센트로 일정하다. 문제는 기온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이미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정도 올라간 상태다. 5~6도 (기존 대멸종은 기온이 5~6도 정도 급격히 오르거나 떨어졌다)까지는 아직 먼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기온은 2도까지는 완만하게 오르지만 2도에 도달하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기온 상승이 2도에 도달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은 금방 오고야 말 것이다.


횡행한 시절에 쓰인 책이라 탄핵당한 대통령이야기도 많았다.

만약 지금 시대에 다시 이 책의 2탄이 나온다면 어떤 글과 글 마무리를 지을지 궁금해진다. 어라! 찾아보니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2]가 이미 나와있네. 조만간 안 읽어볼 수가 없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즈의 마법사 /독후감23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