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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15. 2023

승려와 수수께끼 /독후감241

선문답인가?

노老스님께서 수수께끼 하나를 주신다.

“제가 계란 하나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1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시간이 지나 작가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깨닫는다.

만약 계란을 1미터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깨뜨리지 않으려면, 높이를 1.5미터로 높이면 된다.


프롤로그에 적힌 질문과 에필로그에 적힌 해답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지만 글 자체도 처음에는 쉽게 이해가 어려웠다. 7년 만에 다시 책을 읽은 기회 앞에서 더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곱씹어 읽어보니 이번에는 약간 이해 가는 듯도 하다. 

계란을 떨어뜨리는 높이를 1.5미터로 높여 계란을 떨어뜨리게 되면 1미터를 낙하한 계란은 공중에 있으므로 절대 깨지지 않는다. 비록 0.5미터만 더 떨어지면 깨질 운명이지만.

이게 무슨 선문답인가?




노스님의 수수께끼에서 얻은 교훈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의 주된 책 내용에서 얻은 교훈을 엮어야 하는 것이 독후감의 몫일 것이다.

수수께끼를 얻은 시기는 작가가 오토바이로 미얀마를 여행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하루 종일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 힘들고 덥고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하루였지만 저녁노을을 받으며 옛 도읍지 바간의 신비를 거니는 지금 이 순간이 갑자기 행복해졌다. 출발지를 떠날 때만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였는데, 지금은 이 여행을 접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다. 그 순간 수수께끼의 해답이 떠올랐다.


작가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깨달은 또 하나의 여행 경험이 있다.

차가운 4월의 비는 잿빛 하늘을 갈랐고 축축하고 음산한 날이었다. 런던에서부터 차를 얻어 타며, 친구와 함께 일주일째 여행 중이다.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인적이 끊긴 길에서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공들여 준비한 여정을 스케줄 대로 원상 복귀하여 수렁에서 건져낼 수 없다고 절망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어깨 위로 따뜻한 햇살이 느껴지는 것이다. 하루 종일 우리를 짓누르던 어둠의 장막이 걷히면서 눈부신 빛줄기와 무지개가 나타났다. 햇볕이 눅눅함을 태워 없애 가는 동안, 나는 이게 바로 여행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다른 사람이 그린 지도와 걸어간 땅을 따라가는 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건 내 여행이었고, 내 인생이었으며 나만의 여정이 필요했다. 나는 스케줄 따위는 던져버리겠다 다짐하고 이런 결정이 나를 이끄는지 보기로 했다.


위에 언급한 두 가지의 여행 경험과 책 본문의 핵심은 상통한다.

실리콘 밸리가 배경인 이 책은 창업을 고민하는 벤처 기업가들을 위해 쓰였다.

오래도록 일하고 나서야 잠깐 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운명을 택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덜 위험한 길로 갈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무엇을 소중히 여겨 왔는가? 자신이 누구이며 비즈니스를 통해 본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비전이 꼭 필요하다고 누누이 말한다.

사업 실패의 위험부담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위험부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는 요지는 자신의 여행을 올 곧이 즐기라는 말과 상통한다.




여기서부터 나는 막히기 시작한다.

수수께끼의 대답을 깨닫게 한 여행 경험의 교훈과 책 본문이 선사하는 교훈은 연결했으나 정작 계란을 떨어뜨리는 높이를 약간 높이라는 수수께끼의 대답은 여전히 나에게 선문답이다.

일주일 내내 고민했다.

과연 계란을 떨어뜨리는 거리를 늘리라는 의미는 무엇일까?

결과를 향한 과정이 조금 길어지더라도 자신의 여정을 가고 있다면 문제없다는 의미일까?

내 여행이었고, 내 인생이었으며 나만의 여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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