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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Apr 29. 2023

소마 /독후감243

누군가 무엇 하나를 잘하면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성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 하나 잘하기도 힘든데 다른 분야에서 또 잘하면 그 사람은 스타가 될 것이다.

사회에서 인정받은 그 사람은 범인凡人들의 관심 또한 받게 될 것이다.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살까? 무엇을 하며 살까? 얼마만큼 노력을 할까? 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되면 주변의 호기심을 받게 된다.


“어! 채사장이 소설을 썼네!! 인문학 책이 아닌 소설을 썼다고?”

채사장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이다.

[지대넓얕]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나 신선했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 개인이 역사, 경제, 정치, 과학, 예술, 종교 등의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지식을 탁월하게 정리하다니! 할 수 있다니!!

나에게는 유구한 인류역사에서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나의 관점은 무엇인지 질문하게 해 주었던 ‘구글 맵’ 같은 책이었다. ‘그런 이가 소설을 썼다니! 소설까지 잘 쓰면 반칙인데’

호기심 반 삐딱함 반으로 [소마]를 읽기 시작한다.




배경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소설이라니.

시간과 공간적 배경은 대략 예측만 될 뿐 정확히 모르겠다. 평원의 이름으로 추측한 지리적 배경은 불가리아 어디인 듯하고, 시간적 배경은 마차와 말을 타고 철제 무기를 쓰는 시대정도로 소설은 진행된다.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애매한 정도로 낯익으면서도 낯설다. 배경이니 이름이니 이런 소설의 요소들은 모두 작가의 전략적 설정이라 인정하고 독자로서도 읽기가 흥미롭다.

뭐니 뭐니 해도 독자로서의 ‘삐딱함’의 핵심은 ‘채사장이 과연 이야기도 잘 풀어나갈까? 묘사도 잘할까?’하는 궁금함이다. 그리고, 글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도 표출되어야 한다.


소년 소마는 어른임을 인정받기 위해 아버지가 평원의 끝을 주시하고 쏜 화살을 찾아 뛰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소마의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온갖 괄시와 무시를 이겨내고 세상의 주인이 된다. ‘나는 이것을 가지리라. 이것을 취하리라. 만지고 흠향하고 먹고 느끼리라.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 하고자 하는 것을 하리라.’

그리고, 모든 것을 잃는다. 소유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아 이야깃거리는 충분했지만 소마 삶의 여정은 쉬이 끝나지 않는다. 정말 남는 것 하나 없이 잃는다. 잃어가는 과정 또한 모든 고통과 낙담을 하나하나 느끼고 겪을 정도로 잔인하게 잃어간다. ‘나는 걸을 수 있었구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구나. 아마 이곳에서 마지막을 맞게 되리라.’


‘그것들의 심장에서 익혀진 숨결은 옅은 입김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빛의 소용돌이가 한 가닥의 색의 띠로 꼬아져 소마의 귀로 흘러들었다. 귀로 흘러들어 고막을 뚫고 내면에 앉은 자에게 닿았다.’

판타지가 섞인 듯한 뉘앙스로 등장인물의 내면과 외면을 오가며 상황과 감정을 묘사한다. 육체 혹은 몸뚱어리의 안팎을 연결하며 훑는 표현이 자꾸만 눈에 띈다. 읽기에 집중력을 요구한다. 우주에서 유영하는 듯한 글들이 마냥 친숙하지만은 않지만, 무언가 연결되어 통한다는 사실을 기본으로 작가는 글을 쓴다. 과연 채사장은 누구의 영향을 받았을까?

글의 호흡이 길지 않아 명료하고 간단한 느낌을 받는 만큼 문장에 힘도 있고, 대조대비를 잘 사용해 구조도 탄탄하다.

‘그들의 눈은 바깥으로, 또는 안쪽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기에 결코 같은 세상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에는 같은 세상을 보고 같은 감각을 체험했다.’




인문학 베스트셀러 작가의 저력 또한 감출 수 없다.

인간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소마는 묘지에서 비석들을 바라본다. ‘비석들을 손으로 쓸어보며 비석의 주인이 누구인지, 태어나고 죽은 때는 언제인지 눈으로 훑었다. 아깝도록 짧은 시간을 머물다 간 이들과 충분하도록 긴 시간을 허락받은 이들이 마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는 듯 함께 평온히 침묵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페이지를 꼬박 채워 죽음에 대해 읊조리기도 한다.

나는 채사장의 두 번째 소설을 기다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다시 누군가의 글을 기다리게 해주는 소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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