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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06. 2023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독후감244

도대체 죽은 피해자가 몇 명이나 될까?

치밀한 계획하에 벌어진 살인 사건은 계속 터지는데 범행 동기를 알 수 없다. 사건 현장은 오직 에이머스 데커에게 범행 동기를 묻는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 마흔두 살. 한 때 형사였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다. 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잊지 못한다는 의미는 모든 것을 무조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그에게 기억이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거기 있거나, 아니면 없는 것이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만큼 작가의 플롯은 빈틈없이 탄탄하다.

궁금한 점이 있어 앞 페이지를 다시 들춰 찾아봐도 의구점이 생기지 않는다. 앞뒤가 맞는다는 것은 모든 소설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지만 살인자의 캐릭터가 워낙 특이한 만큼 앞부분에서 묘사된 말투나 외모가 뒷부분까지 부딪치지 않고 마무리된다는 것이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데이비드 발다치 David Baldacci. 1960년생으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범죄소설 작가!


무엇이든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 앞에 서서 희망찬 미래를 떠드느라 긴장하게 되면 평소보다 과장되고 대담한 표현과 함께 적극성을 띄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살인자는 이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다. 

상처란 것은 자신의 기준으로 받기 때문에 에이머스 데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살인자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고, 주인공은 결국 과거에 상처를 주었던 상황을 기억에서 찾아낸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복수를 하겠다는 살인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 짓도 하지 않던 살인자는 근래에 와서 에이머스 데커의 가족을 모두 죽이는 것도 모자라 고등학교에서 총기까지 난사하는 처절하고 완전한 복수극을 어떻게 꾸미게 되었을까? 무엇이든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에이머스 데커와 같은 삶은 우연이라도 조우하기 싫은 삶이다.

근무 후 귀가한 집에서 아내와 사흘 뒤 열 살이 되는 딸의 처참한 죽음을 발견한다. 그의 삶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남아있을 수 없는 삶이다. 

아무런 살고 싶은 의지도 남아있지 않는 에이머스에게 계속되는 살인현장은 살인자의 범행동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살인자가 남긴 메모는 모두 에이머스에게로 향한다.




살 만한 것이기 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 삶이 아닐까?

살아내야 살 만한 삶이 온다고 믿는다. 자살하고 싶은 것이 전부였던 에이머스도 이제는 자신의 삶을 보살피고자 한다. 무엇이든 노력 없이 얻을 수는 없다고 믿는다.

서스펜스가 가득한 스릴러 소설 한 편을 읽고 책을 덮었다면 ‘재미있는 소설’ 혹은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주변 사람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책’ 정도로 마무리되었을 느낌이 독후감 덕분에 삶의 이야기까지 끄적여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독후감에게 고마운 소설 한 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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