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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13. 2023

언어를 디자인하라 /독후감245

카톡을 쓰다 보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철자법과 띄어쓰기를 신경 쓰게 된다.

그렇게 신경을 쓰는데도 난시 때문에 때론 돋보기가 없어서 ㅁ(미음)을 ㅇ(이응)으로 쓰기도 하고 반대로 적기도 한다. 카톡에서 짧게 적는 글은 누구 하나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상관없다 손 치더라도 내가 매일 내뱉는 단어와 문장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으로서 나를 대변한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레벨이 내 인생의 레벨이다.




업체 담당자나 동료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와중에 바로바로 떠오르는 격이 없는 단어들을 섞어가며 말할 때가 있다. 혹은 다듬지 않은 단어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때가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의도적으로 강한 뉘앙스의 단어들을 사용할 때 마음속으로 바로바로 후회하기도 한다. ‘이 단어는 나답지 않은데’

그런데 이것들이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무심결에 다시 내뱉고 다시 후회하고.


오해하지 않고 이해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오해하게 하지 않고 이해를 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쓰이는 단어들이 나를 표현한다. 우리 모두 자주 쓰는 단어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욕을 쓰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욕이 말끝마다 입에 붙을까 봐 걱정되기에 말끝마다 입에 붙은 욕과 같은 인격을 갖출까 봐 그런 친구들을 사귈까 봐 근심되기 때문이다.


문장을 찾는 참을성을 기르기 위한 책을 읽고 싶었다.

언어는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만큼 부지런해야 새로운 언어를 가질 수 있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면 쓰는 말만 나온다. 썼던 말만 하게 된다. 꼭 외국어 공부하듯이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과 똑같다. 하루에 단어 3개씩 나만의 정의를 만들어 본다든가 역경逆境을 뒤집으면 경력經歷이 되듯이 단어를 뒤집어 보기도 한다. 봄春을 통해 봄觀을 연상해 보는 것처럼 단어를 가지고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감성언어를 쓰기 위해 삼행시를 써 보기도 한다.

관계없는 두 단어를 무작정 연결해보기도 하고, ‘을씨년스럽다’는 ‘을사년’의 암울한 상황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처럼 단어의 어원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영어든 국어든 단어를 쪼개어 숨은 의미를 찾아보기도 하고, 자신만의 핵심 키워드 5개를 설정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들을 읽고 있자니 ‘이게 말장난이 아니고 뭐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욕도 하면 할수록 느는 것처럼 어릴 적부터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남미 아이들 중에 세계적인 축구 선수가 많듯이 말을 가지고 많이 놀아본 사람이 좋은 말도 많이 쓰겠구나. 

새로운 앎은 언제나 깊은 상처 위에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적확한 단어와 문장을 쓰기 위해 언어를 가지고 계속 더 많은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언어유희의 기회는 거대한 장점 한 가지를 동반한다.

사용하는 단어가 바뀌면 사용하는 단어의 정의가 바뀌면 삶을 바라보는 프레임이 바뀌고, 프레임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게 된다. 시대에 따라 나이 듦에 따라 다른 언어를 갖는 게 중요하다. 언어가 달라지면 사고가 달라지고, 사고가 달라지면 그 사람의 인간관계, 더 나아가 삶 전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를 변화하고 싶다면 언어가 변하면 된다. 언어가 변하면 내가 변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에는 ‘정확’이라는 단어가 쓰이지 않은 듯싶다.

‘정확’의 자리에는 대부분 ‘적확’이라는 단어가 쓰였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설명을 찾아보니,

“‘정확’은 ‘바르고 확실함’, ‘적확’은 ‘틀림없이 들어맞음’이라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서로 비슷한 뜻이기는 하나 ‘정확’은 ‘바르다’는 의미를 갖고, ‘적확’은 ‘꼭 들어맞는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서로 바꾸어 쓰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로서’와 ‘-로써’처럼 ‘정확’과 ‘적확’을 올바로 사용하는 것부터 원하는 단어와 문장을 찾는 참을성의 기회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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