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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May 20. 2023

한마디면 충분하다 /독후감246

생각해 보니 얼마나 많은 종류의 말들이 있는지! 

잔소리, 거짓말, 농담, 잡담, 상담, 유언, 감탄사, 설득하는 말, 주장하는 말 등등등 그야말로 끝도 없이 많은 말들이 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이렇게 많은 말들도 단어 하나, 콘셉트 하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의 말로 전달되며, 다른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홈쇼핑 쇼호스트의 경력이 있는 작가가 안내하고자 하는 말은 팔고자 하는 말이며,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마케팅 언어이자 세일즈 언어이다.




내가 내뱉는 언어가 나를 대변한다지만 삶에서 우리는 목적성이 분명한 말을 해야 하는 상황들을 피할 순 없다. 선생님이라면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한 말이 필요할 것이고,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라면 표를 얻기 위한 유세의 언어가 필요할 것이다. 영업 사원이라면 당연히 대박 매출을 만드는 한마디가 절실할 상황이 온다. 설득언어 포장기술!


설득해서 언어를 포장할 수 있는 기술들은 책 한 권으로 쓸 만큼 많다. 

그 책을 직접 읽고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적을 수 있다. 

끝없이 고민하면 무한히 뽑아낼 수 있다.’

어떤 기술들이 굳이 팔려하지 않는데도 사게 할 수 있는지, 사고 싶어 하게 할 수 있는지 살펴보면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그리고, 적지 않게 생활에 도움도 된다.


상품명에 상품의 목숨이 달려 있을 만큼 네이밍은 중요하다.

본죽은 ‘불낙죽’ 하나로 2016년 수능날에만 2만 그릇을 판매하는 대박을 쳤다. 사실 그것은 매운 낙지죽인데 그날을 위해 ‘아니 불不 에 떨어질 낙落’을 써서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 죽’이란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TV홈쇼핑의 공영방송은 공영홈쇼핑”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이득을 남기고자 물건을 파는 상행위에 공영과 비공영이 따로 있을 순 없다. 그렇지만 소비자는 ‘공영’이란 이름에서 상업성과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좋은 느낌을 받는다.


알고 있는 단어도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낫다.

전문가의 언어가 아닌 고객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고어텍스는 가로세로 1cm2당 미세한 구멍이 14억 개나 뚫려 있어요. 그건 빗방울 크기의 1만 분의 1이죠. 그래서 빗길이나 눈 덮인 산을 다녀도 소재 안으로 못 들어옵니다. 반면 땀방울 크기는 200만 분의 1 크기라서 14억 개에 이르는 구멍으로 빨리 빠져나갑니다. 결국 오랜 시간 등산해도 축축하거나 땀 냄새가 나지 않죠. 눈비는 막아주고 열과 땀은 곧바로 뱉어내니 얼마나 쾌적하겠습니까?”


물건만 팔아서는 안 되며 그 값에 상응하는 정보도 제공해주어야 한다.

“콩나물은 포장지에 습기가 맺힌 건 오래된 거예요. 그런 것은 사지 마세요.”

“사 먹는 된장의 뒷면 원료성분에 밀(소맥분)이 들어간 것은 사지 마세요. 찌개를 끓이면 텁텁해요.”

“소고기는 한국은 5단계로 미국은 8단계로 등급을 매깁니다. 한우는 1++등급, 1+등급,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5단계죠. 미국산은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스탠더드, 커머셜, 유틸리티, 커터, 캐너로 8단계입니다. 그동안 미국산이 맛없다고 느낀 이유는 스탠더드 이하를 먹어서 그렇습니다. 한우로 치면 2등급 이하를 먹은 겁니다. 이 제품은 프라임인데 한우로 치면 1++등급으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쓰는 등급입니다. 한우보다 맛이 더 좋죠!”


현란하고 현명한 언어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이없는 언어 자폭 실수를 피하는 것이다.

치부를 알아서 드러내는 자살골 같은 자폭성 멘트는 치명적이다.

‘비록 제가 잘 모르지만’, ‘비록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비록 제가 아는 건 별로 없지만’, ‘비록 제가 이 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우는 입장이지만’ 하는 말투는 하나같이 아웃이다. 이건 겸손이 아니라 상대에게 불안감만 안겨주는 미련한 짓이다.


 손해 볼 게 뻔한 긁어 부스럼 멘트도 피해야 한다.

상대를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말실수 중 하나가 ‘누구를 닮았다’는 것이다. 누구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기분 좋은 경우는 없으므로 이 말은 꺼내 봐야 100% 손해를 보는 언어 자폭이다. 가족 구성원과 닮았다는 말을 들어도 90%가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답했다. 상대보다 멋진 사람이든 아니든 누구와 닮았다는 말은 던져봐야 어차피 손해다. 한마디로 긁어 부스럼 멘트다.


 사족과 조건달기도 언어 자폭이다.

“기분 나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하면서 말을 꺼내면 이미 듣기도 전에 기분이 나빠진다. 또한 “잔소리라 생각하지 말고 들어”라고 하면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무조건 잔소리로 들린다.

사람들은 가끔 “어려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라고 말하는데, 차라리 “쉬운 부탁 하나만 해도 괜찮죠?”가 낫다.




 많은 언어 자폭을 하면서 살았구나! 사는구나! 느낀다.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두 번씩 이야기할까?’ 매번 했던 이야기를 또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 한 마디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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