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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l 15. 2023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독후감254

생명의 경제학

 때가 되면 하나님의 나라가 오리니, 그때에는 그리스도의 생명의 양식과 평강의 유업이 너희에게와 같이 “나중에 온 사람에게도” 주어지리라.

 러스킨은 신약 [마태복음] 20:14에서 예수의 말을 인용해 이 책의 제목으로 삼았다.

‘나중에 온 사람’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의 다음세대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분량은 얼마 안돼도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다.

존 러스킨 (John Ruskin, 1819~1900, 영국이 낳은 19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예술 비평가)은 그의 이름을 딴 러스킨 대학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다. 러스킨의 교육신념을 받들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목표가 있는 대학이다.

 이 분이 주장하는 것은 생명의 경제학이다. 인도주의적 경제학을 주창한다.

생명은 사랑과 환희와 경외가 모두 포함된 총체적인 힘이다. 가장 부유한 국가는 최대 다수의 고귀하고 행복한 국민을 길러내는 국가이고, 가장 부유한 이는 그의 안에 내재된 생명의 힘을 다하여 그가 소유한 내적, 외적 재산을 골고루 활용해서 이웃들의 생명에 유익한 영향을 최대한 널리 미치는 사람이다.

 별나라에서 온 경제학이라 생각될지 모르나, 사실 이 경제학 이야말로 지금까지 존재해 온 유일한 경제학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책의 첫째 목적은 부에 대해 정확하면서도 탄탄한 정의를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목적은 부의 획득은 궁극적으로 한 사회가 어떤 수준 이상의 도덕적 조건을 갖추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직’과 ‘정의’가 있어야 부를 획득할 수 있는 사회가 올바른 사회라는 의미다.


“너의 정직은 종교나 정책에 기초해서는 안 된다.

너의 종교와 정책이 정직에 기초해야 한다.” – 존 러스킨


 경제학 이슈는 맞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해결점보다 사상적으로 접근하는 작가만의 방식이 독특하다.


“사람이 자기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그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되며,

그 일이 성공하리라는 생각을 품고 있어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존 러스킨


 뚜렷한 해결점은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지만 무언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구하는 것은 일자리 자체인가, 아니면 일자리를 통해 보장되는 생계인가? 질문을 약간 변형하게 되면 당신이 노동을 통해 끝내고자 하는 것은 게으름인가, 배고픔인가?

 재고의 여지없이 일자리는 일종의 사치품이다. 그 누구도 일자리 없이는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실은 사치품인 동시에 또한 필수품이기도 하다.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지만

일을 바르게 보는데도 한 가지 방법뿐이다.

곧 일 전체를 보는 것이다.” – 존 러스킨


 간디는 자신의 수필집 모음에 이 책을 언급했다.

“그의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로 도저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러스킨의 가르침에 따라 내 삶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내 삶을 송두리째 뒤바꾼 책 한 권을 들라면 바로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를 들겠다.”




 사람마다 고민하고 걱정하는 일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러스킨과 간디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에서 연결될 것이다. 그래서 러스킨의 글은 간디를 통째로 뒤흔들었을 것이다. 내가 그들보다 덜 공감하는 이유는 아마도 200년이라는 시간과 세대의 차이와 함께 내가 고민하는 바는 그들처럼 거시적이며 심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나 시간을 적게 들이는 ‘경제’라는 단어에서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 여긴다는 것이 어불성설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러스킨이 독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절대적 정의를 이루라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정도의 정의를 이루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만의 고유 특성인 옳고 그름의 법칙에 따라 살기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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