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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l 08. 2023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독후감253

기아

 2000 봄에 출판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여전히 서점의 선반을 차지하고 있다.

‘저 책은 20년이 지난 이후에도 읽히고 있나?’ 서점에 갈 때마다 아직도 눈에 띄는 책을 보면 마음이 불편했다. 마치 TV 채널을 돌리다가 기아로 고통받아 뼈만 남은 앙상한 아이들에게 기부를 요청하는 화면을 맞닥뜨렸을 때의 불편한 감정과도 흡사하다.

 나의 불편한 감정의 밑바닥에는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것이 말이 되나?’라는 단계를 지나 ‘아직도 이러고 있나? 어찌 해결할 방법은 진정으로 없나?’라는 오도 가도 못하는 답답한 심정이 깔려 있다.


 글을 쓴 작가도, 글을 옮긴이도, 전 세계 기아문제와 관련된 전문가들도 현 상황만을 언급할 뿐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다. 해결책을 알고 있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서 더욱 안타깝다.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날마다 10만 명이 기아나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간다. 기아는 전쟁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간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대한 해결책은 없어도 책을 통해 궁금증은 풀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겠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인구의 18퍼센트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인구의 35퍼센트,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약 14퍼센트가 굶주리고 있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4분의 3은 농촌 지역 사람들이고, 나머지 4분의 1은 제3세계 대도시와 그 주변의 빈민촌 사람들이다. 이상하다! 농촌 사람들, 그러니까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18세기말 영국국교회 성직자였던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법칙에 관한 얼토당토않은 논문도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연도태는 숙명적인 기아가 지구의 과잉 인구를 조절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믿는 것. 이 개념에는 무의식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담겨 있다.


 가뭄이나 허리케인이 덮쳐 마을과 경작지, 도로, 수원지가 파괴되거나, 혹은 전쟁으로 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상점들이 파괴되고, 다리가 폭파되면 갑작스럽게 식량이 바닥나고 수백만의 인구가 다음 날이면 금세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 희생자들은 제3세계의 많은 정부들이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자신의 나라가 처한 상황을 오랫동안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구호단체에 보고되는 경우도 많다. 


 부자로 사는 미국인들이 식량을 조금 더 사서 소말리아와 수단 남부 사람들을 지원하고 카프카스의 피난민을 도와주기 위해 국가예산에서 세계식량계획을 위해 얼마간의 추가지출을 결정했다고 해도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 수확기가 지난 후 세계의 곡물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는 식량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수확되는 옥수수의 4분의 1은 부유한 나라의 소들이 먹고 있기도 하다.


 곡물의 국제가격은 단 한 가지 원칙에 복종한다. 이윤극대화라는 원칙!

시카고 거래소를 주름잡는 사람들은 차드, 에티오피아, 아이티 같은 가난한 나라의 정부가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따위는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매주 수백만 달러를 더 벌어들이는 것이고, 배고픈 자들의 고통은 유엔과 국제 적십자의 과제일 따름이다.


 전쟁도 기아의 커다란 원인이다.

전쟁으로 도로가 끊기면 국제 원조물자의 운송과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기아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휩쓰는 내전은 참으로 끔찍하다. 아프리카의 내전은 1990년 쿠웨이트와 같이 다국적 군대의 개입으로 끝낼 수 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쿠웨이트와 그 석유는 서방 강대국의 경제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아프리카 내전은 선진국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칠레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아옌데는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라서 그가 가장 우선적으로 내건 공약이 분유의 무상 배급이었다. 그 당시 칠레에서 분유와 유아식을 판매하여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던 다국적기업 네슬레에게 제값을 주고 분유를 사겠다고 했지만 네슬레 본사는 칠레 민주정부와의 협력을 모두 거부했다.

 당시 미국은 아옌데 정권의 사회주의적 개혁 정책을 꺼리고 있었고, 칠레의 자립성을 높이고 국내적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는 아옌데 정권의 개혁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면, 미국의 국제기업이 그때까지 누려온 많은 특권들이 침해받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매일 0.5리터의 분유를 배급하겠다는 아옌데의 공약은 수포로 돌아갔다.




 지글러 씨는 책의 마지막 챕터를 이렇게 마친다.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이 책을 다시 읽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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