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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Sep 09. 2023

아르테미스 /독후감262

 사실 그렇지 않지만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착륙한 이후 인간은 언제라도 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친근하고 가깝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정복해야 할 다음 행성을 화성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달은 우리 생각만큼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가 보다. 일단 공기도 없고 중력도 지구의 1/6 수준이니 정상 조건은 아니다.

 ‘아르테미스 Artemis’는 2025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 2028년까지 달에 거주가 가능한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인 미국 주도의 달 탐사 프로젝트 이름이다. 그리스 신화 속 쌍둥이인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달에 관심이 많고 밤마다 달을 보고 사는 우리들에게 ‘아르테미스’라는 단어는 이미 친숙하다.




 이미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2,000명이 살고 있다.

사람들이 달에서 태어나 달에서 죽는다. 달이 고향이고, 달을 떠나본 적이 없다. 지구에 지구인이 있다면 달에는 아르테미스인이 살고 있는 것이다. 지구에 간다면 지구 중력에 적응하기 위해 훈련을 받아야 한다. 무지막지한 지구의 중력에 무릎관절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산소도 없는 달에 2천 명의 사람들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이 부분만 해결해도 달 배경으로 한 소설 쓰기의 반은 해결될 것이다.

달에 꽤나 큰 알루미늄 회사가 있다. 그리고 회장석 灰長石이라는 돌도 엄청 많다. 화산지대에서 많이 산출되는데 지구에서는 드물지만 분화과정이 일어나지 않은 달의 표면에서는 매우 풍부하게 분포한다.

 회장석은 알루미늄과 산소, 실리콘, 칼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를 화학 작용과 전기 분해 방식으로 제련하게 되면 이런 기본 요소들이 먼저 분리된다. 분리된 알루미늄은 알루미늄 회사가 가져가고 실리콘은 유리 제조업체에게 넘긴다. 덕분에 달 도시인 아르테미스는 유리로 구조물을 덮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제련과정으로 회장석이 분리되면서 어마어마한 부산물이 생기는데 그것이 바로 산소인 것이다. 이로써 산소 공급 문제는 끝!!


 작가는 이야기를 쓰면서 과학적 사실을 따르고 검증하는 것을 좋아한다.

수많은 자료 조사와 수학적 계산을 거친 결과물로써 이야기를 적어 나간다. 아르테미스라는 도시 자체를 구상하고, 어떻게 도시가 만들어졌고, 어떻게 도시 경제가 돌아가는지 많은 공과 시간을 들인다. 사실 작가의 전작이 [마션 The Martian]이기도 하다.


 플롯 자체는 달 배경이 아니어도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논리적인 이야기를 되씹어 읽는 맛이 있다. ‘이것이 가능한가?’, ‘앞뒤가 맞나?’하며 소설이 시작하기 전에 별도로 적어 놓은 주요 인물들의 설명과 아르테미스 도시 지도 (심지어 미터법 축적도 표시되어 있음)를 번갈아 확인하며 읽는 맛이 쏠쏠하다. 달이어서 소설이 더욱 재미있었다. 동시에 달이 아니었다면 매력이 덜 했을 것이다. 지구에 여전히 풍부한 공기와 정상적인 중력이 감사할 따름이다.


 너무나 잘 짜인 달이야기는 끝까지 흥미롭다.

책을 한 번 펼치면 5~60페이지는 쉬이 읽힌다. 달의 첫 번째 도시 아르테미스를 설명하는 소설의 도입부는 더더욱 재미있다. 아르테미스는 ‘버블’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다섯 개의 구로 이루어져 있는데 버블의 절반은 땅속에 묻혀 있어 여러 개의 돔으로 이루어진 모습으로 보인다. 버블은 터널을 통해 이웃 버블과 각각 연결되어 있다.

 달에 오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이곳에서 살려면 돈이 엄청나게 필요하다.

지구에서 무릎이나 관절이 아픈데 나이는 들고 돈이 많다면 중력이 지구의 반에 반도 못 미치는 달이 적격이다. 하지만 여전히 도시에는 부자 관광객과 괴짜 갑부만 살 수는 없는 법이다. 노동자 계급의 사람도 필요하다. ‘주니어 돈 많아 넘쳐흘러 3세께서 스스로 변기를 닦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가난한 사람들은 버블의 지하에서 산다.

주인공 재즈 바샤라는 콘래드 버블의 지하 15층에 있는 지저분한 동네 ‘콘래드 다운 15층에 사는데 침상에 누워 얼굴에서 채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천장이 있는 곳이다. 엄밀하게 말해 ‘캡슐형 주택’이지만 모두가 관棺이라고 부른다. 잠글 수 있는 문이 달린 밀폐된 침상에 불과한 집이다. 재즈는 최하층 짐꾼으로 하루하루 집세 감당하기도 버거워 불법 밀수업을 부업으로 하고 있다. 여유가 닿는다면 개인 화장실에 개인 샤워실이 딸린 집을 얻고 싶은 것이 소원이다.




 인류가 힘들게 개척한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에서도 지구와 똑같은 사회문제들은 여전히 산재한다는 것이 씁쓸하다. 아이들에게 달에서라도 꿈과 희망을 주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재즈 바샤라가 있다.

 소설을 풀어나가는데 산소 공급 문제를 해결해서 반을 완성했다면 나머지는 재즈 바샤라의 몫이다. 아르테미스만큼 매력적인 26세 여자 주인공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몫이다. 작가를 믿어 의심치 않아 [마션] 읽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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