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원 Jan 26. 2019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독후감21

Meu Pé de Laranja Lima

 제제는 여섯 살 인척 하는 다섯 살 남자아이입니다. 나이를 속여 학교에 가야 할 정도로 가난합니다. 누가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가족도 엄청 많습니다. 위로 누나와 형이 네 명, 아래로 한 명의 동생이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같이 살고 있는 6남매 가족입니다.

상상력이라곤 필요 없는 프라모델 장난감은 당연히 없어서 온갖 모든 것들이 제제의 장난감입니다.

제제의 집은 아무리 가난해도 제제의 감수성과 감정은 예민하고 풍부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장난감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뒷마당의 검은 암탉은 검은 표범으로 둔갑시키고, 어느 집 담장 모퉁이에서 발견한 찢어진 검정 스타킹 한 짝은 상상력을 발동시켜 뱀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정말로 최고의 장난감이죠. 장난감의 역할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요동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제 상상력의 끝판왕은 라임오렌지나무와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라임오렌지나무의 이름은 밍기뉴이며 애칭은 슈르르까입니다.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로서 고통과 즐거움을 나누며 때때로 밍기뉴는 질투도 합니다.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무슨 고통이 있을까 싶지만 참으로 많은 고통이 닥칩니다. 먹고 마실 수 없는 고통보다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고통이 제제에게는 더욱더 큽니다.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크리스마스 당일에 구두통을 들고 밖으로 나갑니다. 담임선생님 책상의 빈 꽃병을 채우기 위해 일찍 일어나서 꽃을 꺾기도 합니다. 동생을 위해 동물원 놀이를 고안해 내기도 하는데 사실 뒷마당에는 낡은 닭장밖에 없습니다. 제제는 참으로 사랑이 풍부한 아이입니다.


 제제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온 동네가 썰렁할 만큼 제제는 장난꾸러기입니다.

이런 사건사고들로 인해 가족들로부터 자주 매를 맞기도 합니다. 아이를 때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듭니다. 더더욱 안쓰럽습니다. 그렇다고 제제의 가족들이 제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동화에서 나오는 전통적인 악역이 아닙니다. 생활고로 인해 제제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너무 좁아져 나오는 옳지 못한 반복된 행동입니다.

 아이를 때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어쩌면 다섯 살 아이가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느끼기에는 너무 이를 수도 있습니다. 저만해도 마음속 깊은 곳에 진하게 흐르고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잔소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반대로 동심을 이해해주는 세실리아 빠임 담임선생님이 있습니다. 제제를 작은 천사라고 부르는 뽀르뚜가 아저씨도 있습니다. 이들의 격려와 칭찬 앞에서 제제는 착한 아이가 됩니다. 못된 아이는 원래 없으니 정확히 표현하면 착한 행동과 말을 하는 아이가 됩니다. 귀염둥이가 됩니다. 변화된 제제를 보면 확실히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은 잔소리보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믿어주며 야단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임을 깨닫게 되네요.


 제제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글을 배운 적이 없는데 글을 읽습니다. 그렇다고 읽는 단어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읽을 수 있는 글자들로 호기심과 질문은 점점 많아지고 읽을 수 있으니 동요는 아니지만 악보를 보고 탱고를 부르기도 합니다. 배운 단어들을 가지고 동생에게 단어를 가르쳐주기도 하고 라임오렌지나무인 밍기뉴와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아는 단어들이 늘어날 때마다 제제는 철이 드는 것 같습니다. 또래들보다 이미 너무 단어들을 많이 알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을 표현할 수 없는 것도 고통이지만 사랑의 대상이 없어진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일과도 같습니다.

아버지의 취직으로 집안 사정은 조금 나아지는 듯 하지만 제제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네요.

이제 제제에게 더 이상 검은 암탉은 검은 표범이 아닙니다. 닭장에 여전히 남아있는 흰 약병아리 두 마리는 더 이상 두 마리의 사자가 아닙니다. 이런 아이가 철이 들어야 할까요? 철이 들어버린 제제가 느껴져 슬픈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독후감2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