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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02. 2019

사는게 뭐라고/ 독후감22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이야기

 작가의 이름은 사노 요코다.
책을 다 읽고 날 즈음에는 ‘우리의 사노 요코 할머니’라고 부르게 될게 뻔하다.
 
 할머니 혼자 사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있나요?

무엇하러 상상을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우리도 노인이 될 것이고 노인도 사회의 구성원이며 고령인구의 비율은 점점 늘어만 간다.

욱하는 성격도 있고 세련되게 살고 있는 ‘우리의 사노 요코 할머니’를 통해서 ‘아~ 이렇게 사시는구나!’ ‘아~ 나이가 들면 이런 것들도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느껴보는 것도 같은 하늘 아래 지구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노인분들을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다.
 
 사람은 또래와 만나기 마련이다. 노인은 노인과 더욱 자주 만나게 되겠지. 각자 자신의 사고와 습관을 가지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끼리 만나면 평생 몸에 밴 습관들은 내려놓기가 쉽지 않으실 텐데 ‘우리의 사노 요코 할머니’는 상처 받기도 하고, 배려하기도 하고, 생각도 매사에 많고 (엄청~ 이 수필을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의 합리화를 시키기도 잘한다. 귀여우시다.
 
 그녈 읽다 보면 부모님이 생각난다. 그녀는 혼자 살지만 그녀의 이웃은 우리의 평범한 가정과 같다.

친구 노노코 할머니의 두 아들은 말처럼 달려들어 밥을 먹는다. 두 아들은 각자 식빵을 한 줄씩 먹어 치울 정도로 잘 먹는다. 자식들이 한창일 땐 부모도 풍족하며 젊었다. 노노코 할머니의 아들도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엄마는 돌아갈 수 없는 세월을 추억하다가 슬퍼진다.
 나도 새치가 아닌 흰 머리카락을 감출 수 없다.

그런 만큼 ‘두 아들을 가진 나의 부모님도 많이 늙으셨겠구나’ 하며 많이 부모님 생각이 난다.


사노 씨의 솔직한 자기표현은 너무 좋고 좋고 또 좋아 그녀의 글을 통해 일본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걸 느낀다. 난 그들이 머리에 일장기를 두르고 매일매일 애국심을 외치는 사람들 같았지만, 그들도 올림픽 애국자들이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한일(韓日) 전 축구할 때만 애국자들이다. 그들도 평소에는 나라를 사랑한다느니 하면 눈살을 찌푸린다. 우리도 갑자기 태극기를 들고 나와 흔들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노 씨의 수필은 수필인데 무엇인가를 가르쳐준다. 교과서도 아닌데 읽다 보면 많이 배운다. 평범한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편견도 없애주고 무의식적이었던 것을 콕! 집어내 나에게 명확하게 동의를 얻어낸다.
내가 요코 할머니처럼 늙었나 보다. 점점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보다 ‘그런데’하며  내 주장만 펴고 있는 나를 본다. (예전에 말씀 첫머리마다 ‘그런데’를 자주 쓰셨던 상무님이 계셨다. 정말 나에게 험담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가르쳐주신 분이다. 참고로 난 누구 험담을 즐기지 않는 편이다.) 더하기, 일단 속이 끓어오르면 좀처럼 쉽사리 화가 꺾이지 않는다. 상대가 쉽사리 인정하면 무언가 허전하면서 기운까지 빠진다. 늙었네 ㅠ.ㅠ
 
 할머니의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텔레비전만 켜놓으면 무엇이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으시다. 정말로 무엇이든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류드라마 덕에 TV를 보느라 턱이 틀어질 정도로 욘사마 이야기를 하시고, 오사마 빈 라덴의 외모부터 김정일 이야기도 한다. 일흔 살 되는 할머니가 뭐가 무서울 것이 있을까!!

그렇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그녀는 “항암제는 주시지 말고요 목숨을 늘리지도 말아주세요. 되도록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죽음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에게 찾아올 때 의미를 가진다.”라고 하며 2010년에 세상을 떠났다. 태연자약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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