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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09. 2019

보다/ 독후감23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나는 무슨 교만함으로 작가 김영하에게 아무런 기대가 없었을까?

내가 이 책을 처음 집어 든 2015년 3월에 그는 나에게 너무나 무명이어서 그랬을까?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얼마 후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그의 책을 다시 읽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상영되었고 그의 지식은 ‘알쓸신잡’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에게 어떤 기대도 없었고, 우연히 연희동 사러가 쇼핑센터 주변에서 목격된 그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가갈 마음도 없었다. 하긴 그도 누구에게든 인사를 받으려는 유명인의 마음을 항상 장착하고 다니는 것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나에겐 그의 첫 책인 [보다]를 5년도 넘은 세월이 지나 펼친 오늘 그가 너무나 기대된다.

책에 밑줄 그었던 문장들과 책 커버 뒷장에 남긴 메모들을 다시 훑어보고 작가 김영하가 너무나 기대된다.

 

 

  5년 전에 읽었던 책은 가슴에 담아두지 않았다면 머리에선 아무런 기억이 남아있을 리 없다. ‘김영하는 좌파 성격의 대학생이었구나 '그래서 그는 비판적인 느낌이 들었구나' 내가 글보다 작가에게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산문 [보다]는 사회에 자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전 그가 보고, 경험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표현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는 [보다]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세상을 투영한다. 만화책이나 소설을 통하기도 한다.

그만의 방식이다. 대중매체는 현재 세상을 표현하는 거울이다. 그만큼 그는 우리와 가깝다.

그는 참으로 시크해 보이지만, 목차의 제목만 읽어도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느껴진다.

그는 친절하다. 그는 우리를 인정해준다. 여러 가지 욕망으로 복잡한 우리의 내면을 인정해 준다. 매번 강단 있게 살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이 쉽지 않다고 인정해준다.

 

 영화를 보고 난 1차적인 생각을 적는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적는다. 이를 곱씹어 작가나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다시 한번 적는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 우리 삶과 연결시킨다. 자신의 삶과 연결시킨다. 이때 자신의 고민을, 자신의 문제를 슬쩍 내비치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김영하는 글을 써가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다.

 

 

 꼭 자신이 본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전을 통해서도 끌어낸다. 글의 줄거리를 설명한다.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난 그의 줄거리를 들으면서 다음엔 이 책을 읽겠다고 메모한다. ‘다음엔 이 영화를 봐야지’하고 메모한다. 아직 보고 읽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 나에겐 유용하다.

결국 그는 줄거리를 풀어내고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까지 다다르지만 나는 조금 아쉽다.

그의 속내가 조금 더 궁금하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글 중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야기가 나온다.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보다 [오디세이아]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진심은 진심으로 전달되기보단 작가의 잘 설계된 계획성을 통해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되므로 우리 세상에는 이야기도 필요하고 작가도 필요한 이유라고 하며 글은 마치지만, 난 김영하가

‘세상에서 작가는 필요하다’고 왜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누군가 대낮에 부산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그에게 다가와 작가는 놀고먹는 직업이라고 한바탕 이야기하고 갔을까?

 

그렇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도 해준다. 그가 궁금한 질문도 던진다. 그는 우리와 똑같이 우리가 궁금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질문한다. 앞으로 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한국 가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택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런 그가 훨씬 편하다. 사람은 계산적이기 마련이다. 나의 속내는 보이지 않고 그가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해주니 난 더 좋다. 다음에 어디선가 그를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다가가 인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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