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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16. 2019

배민다움/ 독후감24

배달의민족 브랜딩 이야기

 

 (독후감이지만)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주력하기보단 ‘배달민족’ (이후 ‘배민’) 은 어떻게 지금의 배민이 될 수 있었는지에 집중하고 싶다. 배민은 TV광고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배달음식’ 하면 배민을 떠올릴 정도로 배민은 우리에게 가까이 있다.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탁월한 감각만 가지고 이루어낼 수 없다.

 무엇을 이루어내고 싶은지 뚜렷한 목표가 있었을 것이고 중간중간 방향을 잡아줄 철학이 있었을 것이다.  

배민의 김봉진 대표가 살아왔던 궤적보다는 그가 꾸준히 만들어가는 시스템이나 규칙들이 어떻게 회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지속가능성을 부여했는지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 우리에게 친근한 배민이 어떻게 지금의 배민이 되었는지 시작해보자.



 배민다움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첫 번째는 못생긴 글씨체이다. 이를 통해 말로만 반복하며 브랜드 의미나 콘셉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알게 모르게 브랜드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이를 ‘내부 브랜딩’이라고 한다. 이 못생긴 글씨체인 배민체도 그렇지만 사내 어디서나 디자인 감각이 느껴지는 것은 대표가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주변을 배민다움으로 채우는 내부 브랜딩은 배민의 강점이다. 시각적인 것 이외에도 배민다운 생각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배민의 시작은 ‘무엇이 문제점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정말 이것이 문제인지, 문제가 아닌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말 해결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를 찾았다. 다음은 문제점을 정의했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었다.

 그들의 문제점은 전단지를 보고 시켜먹은 음식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과 전단지를 뿌리고도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배민은 어떤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가? 배민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는 회사이다.

배민의 정보기술은 무엇인가? 배민은 정보가 중요한가 기술이 중요한가? 활용은 무슨 뜻인가? 배달산업은 어떤 배달산업인가? 발전은 무슨 뜻인가? 등등등.


 이렇게 정의해서 결정한 사항은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이 처음엔 무형적일 수도 있고, 이해를 한 번에 하기 어려운 개념일 수 있으나 의미를 따지는 과정을 거치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감지하는 것이다.

 음식을 배달시켜먹고 리뷰하는 것이 무엇이 특별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미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거치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변화인지 알 수 있다. 음식점 사장님과 고객인 나의 1:1 대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과 다수층 고객들의 1:n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배민은 이와 같이 정립된 개념과 의미를 주지 시키기 위해 반복한다. 시각적으로든 사고적으로든 반복시킨다. 직원들은 이를 통해 이해하며 브랜드의 내재화를 이룬다. 이런 프로세스가 계속되어온 배민은 배민만의 본질을 만들 수 있었고, 배민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었다.


 배민이 배민다운 콘텐츠와 광고를 계속적으로 만들 수 있는 이유는 타깃 하는 고객층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고객층은 B급 문화 (촌스러움, 어설픔, 유치함 등으로 대변된다)에 익숙하고 ‘무한도전’을 즐겨보는 친구들이다. 왜? 그들이 배달음식을 제일 많이 시켜먹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막내들이 배달음식을 시킨다. 더욱이 그들은 타깃 하는 고객층을 넓히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들만의 브랜드, 그들만의 페르소나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적으로 배민은 어떻게 배민다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배민에게 고객이란 배민을 사용하는 유저뿐만 아니라 배민에 등록한 가맹점주들도 있다. 배민은 한마디로 유저와 가맹점주 사이에 위치한다. 이 사이에서 배민다워지기 위해 균형을 유지한다. 배민 활용법, 고객응대 스킬부터 노무 정보, 스마트폰으로 음식 사진 찍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배민 아카데미,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는 연말 시상식 등 가맹점주들에게도 배민다워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나는 배민을 광고로부터 접했다. 그들이 말하는 배민다움은 나에게 위트로 다가왔다. 그들의 광고는 하나를 만들어 모든 잡지에 일괄 사용하지 않는다. 각 잡지만의 특성을 파악해서 잡지에 맞는 카피를 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잡지에는 ‘먹을 땐 개발자도 안 건드린다.’, 웨딩 잡지엔 ‘다이어트는 포샵으로’.

 광고를 통해 배민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타깃으로 삶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것을 알려주려 노력한다. 타깃을 삼은 고객을 항상 생각한다. 그들을 놓치는 법이 없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저력은 결정한 후 실행을 하게 되면 섣불리 판단 내리지 않는 것이다. 온전히 경험하되 빨리 결과를 보고, 그다음에 적용할 결과만 가지고 빨리 다음으로 옮겨간다. 고객의 반응을 보고 그때마다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럼 배민은 어떻게 돈을 벌까? 가맹점주로부터 받은 결제 수수료를 폐지했다. 그들은 어디서 돈을 벌까? 배민은 가맹점에서 앱에 올리는 광고비로 매출을 올린다. 수수료 폐지 선언 이후에 매출의 30%가 감소했지만 인고의 시간을 거쳐 매출은 정상화되었다. 수수료는 잃었지만 브랜드를 얻었다. 브랜드를 얻어 더 많은 가맹점으로부터 광고를 얻었다. 수수료를 포기하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얻어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었다.

 배민은 첫 번째 사업모델에 집중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고객을 탐색하여 새로운 사업을 시도 중이다.

계속된 실험 중에 만들어진 모델들이 배민라이더스와 배민프레시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사업모델을 실천하고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야 배민다운 것이고 그래서 배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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