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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01. 2019

천년의 밥상/ 독후감39

먹을거리,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우리 역사

 ‘폐백’하면 시부모가 대추와 밤을 신랑과 신부에게 던져 주는 장면이 연상된다.

하지만, 폐백은 거꾸로 신부가 시부모를 비롯한 시가媤家의 여러 가족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폐백음식으로 신부가 대추와 밤을 준비하여 시부모님께 대접하는 것이다.

대추는 바람이 불어도 씨눈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꽃이 피는 만큼 열매를 맺는다 하여 시아버지께 드리는 음식이다. 밤은 뿌리가 하나고 옮겨 심으면 죽는다 하여 일부종사와 장수를 의미한다.

이렇게 대접받은 대추와 밤을 신랑과 신부에게 던져 주는데, 대추는 씨앗이 하나로 왕이 될 만한 후손을 의미하며, 밤은 가시 송이 안에 열매를 맺은 세 개의 밤톨을 빗대 삼정승을 의미한다. 자녀를 얻더라도 훌륭한 자녀를 두라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다 하겠다.




 우리 조상들의 음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먹는 이를 배려하려 했던 마음이 천년의 밥상을 만들었다.

왕의 수라상이든 양반가의 손님상이든 서민들의 밥상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음식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이야기는 흘러 흘러 술로 책으로 그릇으로 역사까지 이어진다. 당연히 음식 이야기에서 술을 빼놓을 수 없다. 전통주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나는 벌써 전통주를 어디서 마실 수 있을까 검색하고 있다. 서울/경기지역엔 칠선주七 仙酒, 강원도엔 자연 송이주, 충청도엔 구기주枸杞酒, 경상도엔 교동 법주와 오정주, 첫서리 등이 있다. 그리고 전라도엔 죽력고竹瀝膏가 있다.

술은 음식이다. ‘적당히 마시는’ 음식이다. 취醉하는 것이 아닌 보保하는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EBS에서 방영한 30편의 방송 분량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든 <천년의 밥상>이란 책은 소설도 아니고 고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개발서도 아닌 이유로, 읽고 싶어서 쉬이 고를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참으로 유용했다. 처음에 소개한 폐백 이야기와 같이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부르는 음식 이름을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다.

태정태세문단세~하는 자꾸만 까먹게 되는 역사가 아닌 인절미, 도루묵, 막국수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이 음식들을 먹게 되었는지를 통해 조선 제16대 왕인 인조 재위 기간의 역사를 배울 수 있다.

 책은 읽는 목적에 따라 우리에게 변화무쌍하게 다가온다. 음식과 재료의 성질을 공부하는 동의보감 같은 책으로 유용할 수 있고, 유의미하게 소개된 음식들의 만드는 법을 배우는 요리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재미있는 음식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상차림 이야기도 될 수가 있다.




 음식을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고 했던가? 피자니 햄버거니 하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주변의 음식에서 눈을 돌려 선조들이 먹었던 우리네 먹을거리를 생각해 본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으니 한 번쯤은 찾아가서 음식들의 맛도 보고 싶어 진다. 더욱더 맛있으리라.

 ‘안동에 한번 가볼까?’

건진국수도 먹어보고, 안동소주도 마셔보고. 누름국수도 먹어보고, 막걸리도 마셔보고.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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