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정말 못하는 테오지만 또래의 아이들보단 훨씬 논리 정연하고, 가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다.
테오가 세상에서 제일 바라는 것은 아주 조금이라도 지금보다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테오는 구글에서 자살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책의 부제목인 [테오의 13일]은 죽기로 마음먹은 날까지 죽음을 계획하는 기간이다.
어린이의 눈으로 본 어른들은 이긴다는 게 어색하게 여겨질 만큼 지는 게 습관이 되었을 정도로 성공보다는 실패에 익숙해 있다. 이벤트 하나하나를 싸움이나 전투라고 생각하는 테오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 너무나 싫다. 태오의 첫 번째 전투는 바로 부모님을 구하는 것이다. 엄마 아빠가 두 분의 전투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물어보기 위해서 나폴레옹의 도움이 절실하다. 왜냐하면 생일 선물로 받은 만화책 [나폴레옹의 모험]에서 그를 가리키며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사람>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논리 정연한 테오를 볼 수 있다. 나폴레옹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 그는 죽었다. 그를 만나려면 나도 죽어야 한다. 나폴레옹은 저승에서 만날 수 있다. 저승은 어디인가? 그는 천국에 있을까? 지옥에 있을까? 질문들은 꼬리를 물고 물어 쉽게 답변할 수 없는 질문에 도달한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정확히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나폴레옹이 착한 사람이었는지 나쁜 사람이었는지 알기 위해 중요한 질문이다. 궁금해하는 테오를 읽으면서 헛헛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대답하기 곤란하다. 죽고자 결심까지 했지만 직면한 문제가 만만치 않다.
테오는 죽음이 두렵지 않지만 나는 어릴 적 죽음이 두려웠다.
잠들기 전 눈을 감고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질문과 함께 우주와 같이 깜깜하고 끝없는 공간과 백 겁百劫 같은 시간이 연상되면서 엄청 무서웠다. 눈물도 찔끔 흘리고.
어른인 나는 테오보다 지식과 경험도 많지만, 생각을 가져다주는 질문들 앞에서 어떤 대답도 쉽지 않아 자꾸만 테오에게 대답하려는 궁리를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한 가지 옆 길로 새는 이유는 ‘어떻게 작가는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이와 같은 글을 쓸 수 있었을까’에 대한 궁금함이다. 어떤 경험을 했을까? 어떤 성격일까? 몇 살에 이 글을 썼을까? 등등등.
중국인 친구 시엔웨이가 테오의 자살을 말리기 전까지 나는 그 아이가 계획하고 있는 자살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응원하고 있었던 것일까? 나폴레옹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고, 연상했으니 자살을 응원한 꼴이 되어버렸다.
가족의 행복이 더욱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자살을 정당화하는 테오의 참신한(?) 아이디어에 매료되었기 때문일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테오는 결국 나폴레옹을 만났다. 결국 테오는 죽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도움으로 자신의 전투에서 승리했다. 왜냐하면 승리의 비결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를 너무 작은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항상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테오는 부부싸움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일어나시라고 말할 것이며,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오시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전투에 임하면서 싸우는 매일매일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며, 인생은 이와 같은 페이지들이 모인 한 권의 책이라고 느낀 것이다.
죽기로 마음먹고 구글에서 찾아본 그 많은 자살 방법 중에 테오는 어떤 방법을 선택했는지까지는 스포일링 하지 않을 생각이다. 생각을 가져다주는 좋은 어른 동화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