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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Jun 22. 2019

열두 발자국/ 독후감42

 독후감을 쓴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분책해서 다시금 합본하는 것이다. 혹은 그런 기회를 갖는 것이다. 치밀하게 읽지 못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어보게 하고, 몇 번이고 책을 뒤적이며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찾아내는 기회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은 후, 나는 죄책감에 거리를 방황하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연상되면서 ‘죄를 짓고 살기는 힘들다. 죄를 지었다면 어떤 형태라도 벌을 면치 못하는구나!’라고 느낀 반면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작가 채사장은  [죄와 벌]에서 주인공과 대비되는 소냐를 통해 인생에서 지향해야 할 인물을 설정했다. 그가 쓴 다른 책 [열한 계단]을 읽으면서 뜻하지 않게 나는 [죄와 벌]의 독후감을 쓴 듯했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은 책의 내용을 분책해서 다시금 합본하기가 어렵다. 책을 이루는 12개의 질문들 모두가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답변하는 각각의 과정들 자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삶을 이해하게 해주는 깨달음이 있어 책 전체의 독후감 쓰기가 너무나 어렵다. 어찌 보면 챕터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에 가깝다.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인 작가는 뇌 이야기를 한다. 뇌는 사고와 행동을 주관하므로 뇌 이야기는 우리 삶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왜 우리는 이런 습관을 갖게 되었는지’ ‘우리는 매번 후회하면서도 왜 같은 결정을 내리는지’ ‘나는 왜 아이들의 작은 실수에도 민감해하는지’ 결정과 판단을 하는 뇌를 통해 이와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면 우리는 덜 초조해할 것이고, 덜 짜증 낼 것이다. 뇌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결론이나 작가의 인사이트는 다른 책들과 결이 다르진 않지만, 도달하는 과정에서 접하는 뇌 이야기들은 나를 백 퍼센트 설득시킨다. 인간은 뇌를 피할 순 없으니까.

 내가 뇌의 반응을 신뢰하는 이유는 fMRI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의 발명 때문이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 활동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는지 인간의 마음을 읽는 연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책에서도 인간 행동의 흥미로운 실험에 fMRI가 사용된다. 이 발명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뇌를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공부하는 것이다. 뇌를 이해하게 되면 내가 해놓고도 내가 알 수 없는 행동들이 이해가 간다. 뇌는 생존을 우선시한다. 뇌는 여전히 원시부족사회에서 유용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가능한 한 최소 에너지를 사용하려고 한다는 의미이다. 언제 어디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소진될지 알 수 없으므로 평소에 혹은 default 값처럼 최소 에너지 법칙을 따른다. 이 법칙만 이해해도 매일 운동을 하지 않고 게으른 나를 이해할 수 있고, 생각해서 판단하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해서 판단하는 나를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의사결정을 바꾸기가 어렵다. 이미 젊은 시절의 현명한 의사결정 경험을 바탕으로 뇌가 그려 놓은 지도가 있기 때문에 생존에 크나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유연성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내가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 인간의 뇌가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나를 위로하고 있다.

젊은 시절 우리는 각자의 뇌에 자신의 지도를 그린다. 이 지도는 자신의 경험과 결정과 취향에 따라 각자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이 지도는 자신의 생각을 담고 있어야 한다. 동네 지도를 그릴 수도 있고 세계지도를 그릴 수도 있지만 꼭 자신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이 없는 지도를 갖고 있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남의 지도를 기웃거리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지름길은 없다. 문제가 닥치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의사결정을 한 후 빠르게 실행에 옮기고,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끊임없이 의사결정을 조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끊임없이 독서, 여행, 운동, 사람들과의 지적 대화로 세상으로부터 자극받아야 한다.


 결정장애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왜 우리는 결정을 할 수 없을까? 선택지가 너무나 많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선택해서 틀리면 다시 기회가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패자부활전이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나의 결정장애를 사회 탓만으로 돌릴 만큼 어리지도 않아서 우리는 자신의 취향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나의 선택은 유의미해질 수 있으며, 판단과 결정을 미루지 말고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판단과 결정의 속도도 빨라진다. 조금씩 자신만의 지도를 뇌에 그리게 되는 것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뇌의 최소 에너지 법칙에 위반되는 행동이다. 고해상도 fMRI로 뇌를 찍어보면 유사한 개념의 단어들은 뇌 안에서 서로 가까운 영역에 저장되어있다. 상식적으로 금방 떠오르는 관련 단어들을 뇌 안에 뭉치로 저장해놓았으므로, 우리는 각별히 애쓰지 않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뇌 영역끼리 잘 연결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에는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된다. 뇌를 괴롭혀야 우리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되는 생각을 매번 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지식을 머리에 저장하고 중요한 기술은 몸에 체화하면서 기본적인 것을 훈련을 통해 학습해서 매우 중요한 순간에 인지적인 에너지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찾을 수 있다고 그것이 내 지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공부를 하고 암기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책을 읽다 보니 정재승 교수가 강연 중에 자주 사용하는 내용이 눈에 띄어 이것으로 독후감을 마무리하고 싶다.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상식이지만 암기까지는 하고 있지 않은 내용이다. 산업혁명의 역사!!

덕분에 적으면서 나도 암기한다.


 제1차 산업혁명

1780년대 제임스 와트 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조지 스티븐슨 George Stephenson 이 증기 기관차를 만들면서 제조와 유통의 혁명이 시작되어 가내수공업이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계가 등장했고, 우리 동네에서 만든 물건을 다른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게 됨.

 제2차 산업혁명

1900년대 들어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하면서 전기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체제, 이른바 포드의 모델 T로 상징되는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이 등장한 전기 혁명.

 제3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명. 1950년대 컴퓨터가 등장한 이래 개인용 컴퓨터가 발명되고 거기에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더해짐.

 제4차 산업혁명

제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디지털 기술이 아톰 atom세계와 비트 bit세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제1,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유통, 제조업에 접목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산업구조를 만들겠다는 ‘1, 2, 3차 산업혁명의 융합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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