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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Oct 20. 2018

태블릿에서 테이블로/ 독후감7

다음 세대 vs 다른 세대

 2008년 2 7일 설날 때부터 가정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네 가족과 함께 아이들까지 포함한 9명의 가족이다. 10년이란 시간이 지났어도 처음 가정예배 분위기를 기억한다. 아버지의 말씀 증거와 어머니의 기도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서먹했고, 찬송 소리는 조용히 거실에 깔렸다. 각자 한마디씩 하는 새해 신념포부는 어색하기만 했다. 올해 2018년 우리 가족의 추석 가정예배 분위기는 달랐다. 시험삼아 내 아들이 예배 인도한 것을 제외하면 우리들의 역할은 변함 없었지만 찬송은 옆집으로 넘칠 듯 하였고, 각자 감사한 이야기로 한 순번이 돌아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가정 예배를 통해 서로에게 감사하며 뿌듯한 마음이 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글귀를 통해 다음 세대가 다른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태블릿을 접고 아이들과 함께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날 내 아이가 나보다 키가 더 커져있을 때 주일날 아침의 발걸음이 같이 예배당을 향하고 있기 위해서는, 손녀손자와 함께 3대가 교회마당에서 담소를 나누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작가 스윗은 우리가 시간을 보내야 할 최적의 장소를 테이블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스레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장소이자 각자의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한 것이다. 태블릿을 보고 있으면 이야기를 할 수 없다. 테이블에서 우리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즐긴다. 서로에게 좋은 말들을 한다. 서로에게 걱정되는 말들을 한다. 한국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밥상머리 교육이다.
 마음이 불편하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큼 식사 자리가 불편했던 적이 없다. 갈등이 해결되어 맘이 편안할 때만큼 행복했던 기억도 없다. 이야기는 서로의 행위다. 한 방향의 잔소리가 아니다.
 
 왜 이야기인가? 기도도 좋고 찬양도 좋고 다른 좋은 많은 것들 중 왜 다음 세대와 함께 이야기가 필요한 것인가? 교회 유년부 선생님은 초록색 부직포 칠판을 애용하셨다. 부직포로 예수님 인형도 만드시고 어린 양도 만드시고 바위도 만드셔서 길 잃은 어린양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는 외울 필요도 없이 우리 마음 속에 그 이야기를 통째로 담아 둘 수 있었다.
 찰스 디킨스나 조지 오웰은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소설가들이다. 그들은 풍자 전문가들이다. 그들의 소설은 참 인간의 찬양에 대한 풍자다. 예수님의 풍자는 예수님이 중심인 삶에 대한 풍자다.
그 이후에는 참 인간에 대한 모습은 절로 따라온다. 풍자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통해 신앙의 대를 이을 수 있다.
 
 그렇다면 테이블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가 필요할까? 우리의 대화에서 어떻게 하나님의 이야기까지 연결시킬까? 열 개의 가정에는 열 개의 이야기, 아니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정답인 이야기가 있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은 주제는 하나인데도 테이블에서 서로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주제는 여행이다. 우리 둘째는 호텔이야기만 한다. 첫째는 아침뷔페와 음식이야기만 한다. 와이프는 여행지 역사와 유적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여행지까지 가는 방법과 현지에서의 동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님께서는 모두 들어주시고 우리가 더욱 감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신다. 가족여행을 모두 계획하시고 준비해주심에 가족은 테이블에 모여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다.
 
 테이블에서 가족 구성원 각자의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스토리는 기독교가 처한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다. 다음 세대를 다른 세대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한 질문을 갖도록 대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정체성 확립에 신앙이 반드시 필요함을 가정에서 가르쳐 주어야 한다. 다음 단계로, 이렇게 연결된 하나님의 이야기는 다시 각자의 이야기로 귀결되어야 한다.
생활에 반영되어야 한다.


 저녁을 즐기며 식탁에 모두 모여 앉아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를 테이블로 더욱더 불러 모은다. 혹시 모여 앉더라도 TV가 켜져있다.
 테이블의 최대 적수는 텔레비전이다.
일단 “TV OFF” 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TV가 꺼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TV가 켜져 있는 것 보다는 바람직한 상황이 일어날 것이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 “오늘 하루는 어땠니?” “주말에는 뭐할까?”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TV를 끄는 용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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