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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Oct 27. 2018

거짓말이다/ 독후감8


 세월호 참사에서 476명 탑승자 중 172명이 생존했습니다. 304명 사망자 중 미수습자 5명은 끝내 수습하지 못했습니다. 선체를 반잠수식 선박 위로 올려 놓기까지의 1075일 동안 눈앞에 보이는 선체 내부에는 바닷물 때문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애타는 마음을 대신했던 사람들이 잠수사였습니다. 세월호 현장의 잠수사들의 이야기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가슴에 새기고 선박내부로 들어갔으며, 사고대책본부의 현실적이지 못한 대처에도 불구하고 선체로 진입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덕분에 사고현장의 열악한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에 무게를 두진 않습니다. 온통 실종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직접 실종자를 수습한 그들의 우울증과 공포가 사치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사람 마음은 다 유리 같은 면이 있습니다. 나의 고통을 타인의 고통과 비교해선 안 됩니다.’
 

 세상에는 한가지 사건에 대한 반응도 이에 대한 관점도 너무나 많다. 모두가 노란 리본을 매달고 다니는 건 아니다. 옳고 그름을 쉬이 판단할 수 없듯이 꼭 매달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적 대형 참사에 대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과 관점을 가지며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책을 통해 조금 더 아픈 상황을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실종자 가족과 현장에 있었던 그들의 심정을 느끼게 되었다. 조금 더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는 거짓말이 너무나 많았다, 언론이 언급했던 555명의 잠수사들은 없었다. 그런 거짓말을 믿고서 우리들은 TV에서 계속 카운팅되고 있는 생존자와 사망자 숫자만 지켜보고 있었다. 생존자들은 모두 사고 당일 구조되었다.      
 민간 잠수사는 구조가 아닌 사후 수색과 수습을 위해 현장에 투입되었다. 민간 잠수사들은 산업 잠수사이다. 이들은 허가받은 지역에서 용접이나 수중업무를 수행한다. 이들이 투입된 맹골수도의 시야는 45cm이며, 선체로 진입하게 되면 가시거리는 20cm로 줄어들게 된다. 실종자를 수습하는 상황은 미세한 뻘로 가득 찬 어둠으로 빛이 투과되지 않는 어둠이다. 랜턴도 무용지물인 어둠이다. 온몸의 감각이 부족한 시야를 대신해야 한다. 막상 침몰선에서 실종자를 찾으면 눈물이 흐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 그리고, 잠수사들은 이렇게 믿는다. ‘실종자들이 돕지 않는다면 결코 그곳에서 모시고 나올 수 없다고.’ 그들은 현재 수심 40미터의 심해에 있다. 수중에 있는 것도 아닌 침몰한 선체 안에 단지 공기호스에 목숨을 의지하며 실종자와 있다. ‘실종자가 돕지 않으면 정말로 같이 나올 수가 없겠구나!’ ‘육지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구나!’ 다시 한 번 느낀다.
 
 한 명이 잠수에 빠지게 되면 나머지 잠수사들의 순번이 그만큼 빨리 돌아온다. 자신의 순번이 돌아오기 전 까지 잠수사들은 대기한다. 휴식이 쉽지 않은 이유는 상상에 시달리게 된다. 자꾸만 실종자들에 대한 상상을 한다. 그들도 시신을 본 경험은 없다. 선내의 어둠에서 두 손으로 직접 더듬어 시신을 찾는다. 눈앞에서 시신을 확인하고 끌어안고 올라온다.

 바지선에서 무리하게 작업한 벌(?)로 철수한 잠수사들은 잠수병에 걸린다. 잠수병은 잠수 중 몸 밖으로 완전히 배출되지 않은 질소기포가 피의 흐름을 방해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조직에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뼈가 괴사하는 골괴사로 고통받는다. 잠수사들의 치료비는 2015 3월말에 중단되었고, 25명의 민간 잠수사들 중 절반은 다시 산업 잠수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각자의 삶을 살 것이다. 살아 낼 것이다.
 

 책 후반부에 생존학생인 윤솔이가 친구 나래를 회상하면서 침몰하는 선내의 처참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부분에서는 울컥 감정이 복받칩니다.  
90도로 기울고 있는 침몰선의 내부 이야기를 막상 읽고 있으니 이 아이들이 어찌나 불쌍한지 모르겠습니다.
 참사를 겪은 우리들은 처참한 상황을 수습하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지혜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왜 이렇게 안타까운 일들이 겹쳐지고 또 겹쳐지는지 원인도 찾기 힘들 지경입니다.
단적으로 잠수사들의 치료비 처우라도 무리 없이 진행했으면, 작게 보이는 것들도 쉬이 보아 넘기지 말고 하나하나 진심으로 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온통입니다. 이 책을 접하지 않았으면 이런 반성은 없었을 것입니다. 나의 무관심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그날 우리나라에는 거짓말이 너무 많았습니다. 거짓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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