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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원 Feb 29. 2020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 독후감79

역경으로부터의 시고토학

 일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예전엔 일이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잘살고 싶다면 유명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에 적합한 행동을 한다면 결국에는 풍요로워질 거라 믿고 있었다. 

 이제는 학력을 쌓아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제 기업은 학력이 높은 사람보다는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어떤 상황이든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 자기 활동을 적절히 운영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고 있기에 우리는 더더욱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일을 그저 생계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내가 일하기를 원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재의 상황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이는 정체성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이 무기력 해진다는 말이다. 작가도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얻기까지 기나긴 터널을 지나와야만 했는데 (작가는 ‘자이니치 在日’ 출신이다.) 그것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덕분이었다. (책에서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접할 수 있다.)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갖게 되면 일은 자기만의 개성과 장점을 내세울 수 있도록, ‘나다움’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대답이다.) 

내가 나다움을 표현할 때 필요한 것이 타자의 승인이다. 옆사람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존중받지 못하고 타자에게 무시당하면 사람은 다시 무기력 해진다.


 그럼 어떻게 ‘나 다운’ 일을 하고, ‘나 다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첫 번째 대답은 하나의 영역에 자신을 100퍼센트 맡기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자신이 역점을 두는 대상을 몇 가지로 분산시켜 둔다면 일을 하면서 받은 상처 또한 일이 아닌 다른 종류의 보람으로 치유할 수 있다.

 두 번째 대답은 ‘자연스러움’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며 인위적이지 않는 것이다. 있으면 있는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나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와 같은 질문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작가는 ‘자연스러움’과 ‘자아실현’에 대해 약간의 충돌을 갖는다.

자아실현이란 평생 이루기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 그 무엇으로 우리에게 엄청 친숙한 단어이다.

근래에 내가 접했던 자아실현의 표현 중에 가장 명확하다.

 자아실현이란 ‘지금의 나’는 임시적인 모습일 뿐 ‘진짜 나’가 아니고, 내 안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훨씬 더 훌륭한 ‘진정한 나’가 있어서 그것을 목표로 삼아 매진하며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는 것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읽어보면 자연스럽지는 않은 것이라 작가가 갖는 충돌에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된다.

 다시 ‘자연스러움’으로 돌아와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의 질문은 일에 대해 내적 동기가 있느냐 혹은 일이 자신의 사명감에 얼마나 부합하느냐 등으로 대체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여기서 책은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책을 읽는 방법과 고전 읽기’라는 방향으로. 갑자기 너무 반갑다.

사실 의외의 방향은 아니다. 독서는 고민할 때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으며, 내가 처한 상황을 바르게 이해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거나 혹은 실패의 원인을 찾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이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책에 언급된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 다음과 같은 말이 소개되어 있다.

“어릴 적에 나는 스스로가 문과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일렉트로닉스가 좋아졌다. 그 뒤에 나의 영웅 가운데 한 사람인 폴라로이드사의 에드윈 랜드가 ‘문과와 이과의 교차점에 서 있는 사람이야말로 큰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 것을 보고 바로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책의 문구를 읽고 내 생각에 변화를 가져왔다면 내 인생에 크나큰 도움이 아닐까?


 작가가 추천한 다섯 권의 책을 공유하고 싶다.

1.     백터 프랭클 [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2.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3.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4.     피터 드러커 [매니지먼트]

5.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


 다섯 권의 추천 도서보다 정말 중요한 작가의 조언이 있다.

고전을 읽을 때는 우리가 왜 그 책을 읽으려 하는지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책의 각 첫 페이지에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나 셀프 질문을 적기로 마음먹었다.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내가 살고 있는 사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나만 자연스럽다고 우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일은 사회에서 하기 때문에 둘은 조화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와 현재 사회에서 자연스러움 또한 다를 것이다. 이는 역사 속 리더들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자서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문학, 역사, 철학, 심리학, 종교학, 논리학, 미학 등을 포함하는 인문지식에서도 내면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은 상대방에게 내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일방적으로 내 고집을 내세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도 중요하고, 상대방도 중요하다.

일을 통해 상대방과 함께 가치를 갖고, 각자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할 때 각자 자신을 지키며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지키며 일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지켜주며 일해야 한다.

그런 방법이 책에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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