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千一夜話
천일야화가 시작된 이유는 사람의 잘못된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여인이라는 존재를 다시는 믿지 않겠다고 결심한 왕이 결혼은 거부하고 3년 동안 매일 밤 숫처녀를 들여 하룻밤을 보낸 뒤 새벽에 처형시킨다.
이를 막기 위해 대신大臣의 딸이 왕에게 바쳐지고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인 천일야화千一夜話를 시작한다. 살기 위해, 그리고 이 모든 불행과 압제와 살육에서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뭐니 뭐니 해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사랑이야기이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운명 같은 사랑, 신비한 모험 속에서 피어난 사랑, 비극으로 끝난 슬픈 사랑 등등등.
이렇게 헤아릴 수 없으니 천일야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이루어져야 한다.
대신의 딸 샤라자드 또한 아리따운 마음과 외모를 가졌으니 좋은 배필을 맞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천일야화의 여러 이야기들 중에 어떤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을까?
칼리파 (정치와 종교의 권력을 아울러 갖는 이슬람 교단의 지배자를 이르는 말)의 후궁인 여인을 보고 사랑에 빠져 그녀의 얼굴을 한번 보기 위해서, 그녀의 이름 한번 불러 보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칼리파의 궁전으로 잠입한 상인의 사랑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수많은 소문만으로 이웃나라 공주를 흠모하게 된 왕자는 상인으로 위장하여 그 나라에 큰 상점을 열고 천신만고 끝에 공주의 사랑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읽다 보니 몇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이의 주변 사람들과 먼저 친해지는 전략이다. 그리고, 그들의 진심을 얻는 것이다. 사랑이야기는 남녀 주인공으로 이루어지지만 항상 주변에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다음으로는 남녀 주인공의 용모가 너무 뛰어나서 모두가 너무나 쉽게 외모에 넋을 잃는다. 그 용모는 항상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남녀 주인공들은 거의 왕자, 공주 또는 거상巨商의 자녀들이다. 맺어진 커플 모두가 완벽한 외모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중요한 순간에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는 부족한 남편을 내조하는 미리암 공주의 이야기는 완벽한 사랑이야기들 중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서로서로 사랑하고 서로서로 돕고 살아가는 게 현실적이니까.
이야기 중간중간에 ‘진귀한 보물을 가득 싣고’라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디나르 dinar’라는 화폐단위를 사용하는데 찾아보니 100디나르가 40만 원 정도 된다.
생활비에 보태라며 500디나르를 주는 장면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이 나온다.
‘꿈도 꿔본 적 없는 큰돈을 받게 된 정원지기는 대신大臣 손에 입을 맞추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진귀한 보물을 가득 싣고’라면 대략 2~3억 원 이상의 값어치는 될 듯하다.
왕족들은 얼마나 씀씀이가 큰지 궁금했다.
책에서 보이지 않는 이야기는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사랑이야기이다. 글이 쓰인 시기가 예전인지라 그런 이야기는 책에 없다. 요즈음 같아서는 동성의 사랑이야기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다.
천일야화는 지루할 틈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이야기가 지루하면 샤라자드의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아무리 설명하고 묘사해보아도 사랑이야기는 역시 직접 읽어보아야 제 맛이다.
또한, 샤라자드가 살았을까 죽었을까, 천일야화 이후에 어떤 엔딩을 맞았을까 궁금하지 않은가?
직접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