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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우 Mar 25. 2021

풀리지 않는 끈은 끊어버리기

짧은 사유 # 1

살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일이 점점 꼬여버리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러한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불통에 답답해하며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엔 대화로, 안되면 분노로, 그것도 안되면 압력으로.




실과 끈에는 언제나 양쪽이 있다.


풀리지 않는 끈을 내가 꼬아서 엉켜버린 것이 아니라면, 


내가 아무리 풀려고 해도 반대쪽에서 계속 꼬아대면, 


절대 끈은 풀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람 관계에도 언제나 양쪽이 있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엉켜버린 실타래 안에 묶여버렸는지 알 수 없을지라도


그것이 오로지 자신의 잘못만으로 엉켜버린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연히도 문제가 발생하면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화는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맞춰가는 것.


상대가 없이는 대화를 할 수가 없고, 손뼉도 혼자선 소리를 낼 수가 없다.


나와 다른 말을 하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은 꼬여버린 끈을 부단히 풀어대고 또, 부단히 꼬아대는 것과 같다.


때로 대화를 하다 보면 이미 정해져 있는 결론에 자신을 몰아넣으려는 상대와 풀리지 않는 소모전을 할 때가 있다.


겉으로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을 취하지만, 결국 나와 협의하거나 이해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다.


이런 경우 대화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말은 그저 꼬여버린 실타래의 책임을 나에게 돌려버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


사실 완벽한 이해를 위한 대화는 없다.


그리고 완벽한 이해를 위한 관계도 없다.


그래도 내가 꼬인 끈을 풀려고 한다면 상대방도 풀려는 시늉은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아무리 풀려고 해도 상대가 풀려고 하지 않는다면


혹, 풀어놓은 끈마저 더욱 꼬아버리려고 한다면


더 이상 풀지 말고 끊어버려야 한다.


가위로든 칼로든 차라리 실타래를 끊고 새로운 실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거짓말과 위선에 뭉개져버린 실낱을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


어차피 그들이 보기엔 나 역시 실을 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니까.


지저분하게 얽혀있는 방충망에 구멍이 뚫렸다. 갈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인생은 뜨개질을 하는 것과 같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꾸준히 좋은 글감을 엮어내듯이.


자신이 실을 풀어내려 노력을 했다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끊어버렸으면 좋겠다. 


버리는 것도 좋다.


그것은 오히려 포기가 아닌 도전이다.


잘라내고 새로 실을 짜는 것도 짧은 인생을 사는 몇 안 되는 행운일 수 있다.




모든 건 언제나 양쪽이 있다.

혼자 풀려고 노력하지 말자.

풀리지 않는 것은 끊어버리자.

새로운 끈이 그제야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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