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후의 감정

첫번째 감정은 자연스럽지만 두번째 이후의 감정은 내 책임이다

by 드림캡처 변성우

오늘따라 찬바람이 살짝 살짝 불어옵니다. 이를 엄마와 아빠도 느꼈는지 저녁식사는 몸을 따끈따끈하게 녹여줄 음식을 찾아갑니다. 찾고 찾은 끝에 자리잡은 곳은 이 일대에 소위 맛집으로 유명한 칼국수 집. 예전에 아빠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칼국수를 너무나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찬바람이 불때면 어김없이 칼국수 집을 향하는 횟수가 많아집니다.


아뿔사~! 뜨거운 칼국수가 나왔는데 빈이는 배고픈 마음에 손을 데이고 맙니다. 뜨거운 국물에 닿은 손을 부여잡고 빈이의 얼굴은 일그러집니다. 입에서는 "앗뜨거~!"라는 외침과 함께 짜증섞인 말이 빈이도 모르게 털썩 튀어나옵니다. 순간 아빠는 빈이를 다그치네요. "짜증내지 말고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하면 되잖아!"라는 말로 빈이를 혼냅니다. 다행스럽게 심하지 않아 그 위기는 무사히 넘어갑니다.


준 : 형아~! 아까전에 뜨거운 칼국수 국물에 손을 닿았을 때 뜨거웠어? 나도 깜짝 놀랐거든. 다행히도 아무일 없어서 다행이지만 아빠가 형아를 혼내더라구.

빈 : 엄청 뜨거웠어.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나오더라구. 짜증도 나도 모르게 난 것이고. 솔직히 짜증낼 마음은 없었는데 손이 뜨거우니까 갑자기 짜증이 나더라구. 내가 짜증을 내고 싶어서 그랬던 것은 절대 아닌데.


준 : 내가 아는데 형아는 절대 짜증을 잘 내지 않잖아! 근데 순간적으로 갑자기 짜증내니까 나도 놀랬어. 아마 아빠도 놀래서 형아를 혼냈을꺼야!

빈 : 그러면 어떻게 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났었는데. 내가 어떻게 막아. 너가 뜨거운 국물에 닿았어도 똑같이 울고불고 짜증을 냈을꺼야! 아마 아빠가 뜨거운 국물에 닿았어도 똑같이 짜증을 냈을것이고.


준 : 그런가? 나는 아직 뜨거운 국물에 데이지도 않았고, 뭐 솔직히 데일 마음은 당연히 없지만 아마 형아 말이 맞을지도 몰라. 평소에도 나는 짜증내고 싶어서 짜증낸 적은 한번도 없거든. 갑자기 놀라서 나도 모르게 짜증을 냈던 적은 있어. 근데 엄마는 짜증낸다고 나를 혼내고 하더라고. 솔직히 엄마랑 아빠도 한번씩 갑자기 짜증을 내잖아. 그것가지고 내가 뭐라 그런적은 없었는데.

빈 : 맞아. 내가 아는 어른들도 가끔 짜증을 내기도 하고 그래. 그런데 순간적으로 짜증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하는줄 알아?


준 : 아니, 그 다음 어떻게 해?

빈 : 어떤 어른은 웃기도 하고, 또 다른 어른은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계속 짜증을 내. 신기하지? 처음에는 모두 짜증을 내는데 왜 그 이후에 행동은 모두 다르지? 어느 것이 더 좋은 걸까?


준 : 가만히 생각해보니 형아말이 맞네. 처음에는 모두 짜증을 내는데 그 다음 행동은 다른 경우가 많아. 웃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계속 짜증내는 사람도 있어. 근데 난 계속 짜증내는 사람은 정말 싫더라. 왜 짜증을 한번만 내면 되지, 계속 짜증을 내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

빈 : 내가 어떤 책에서 잠깐 봤는데, 짜증내는 것은 감정때문이래. 아이든지 어른이던지 감정이라는 것이 있데. 감정 때문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화가나기도 하며 짜증도 부리는거래. 감정은 조절하기가 어려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기도 하고 짜증도 나는거래.

준 : 그러면 감정이라는 것 때문에 짜증내는 거네. 다른 사람들 마음 아프게 하는거네. 그렇다면 감정이라는 것 버리면 안돼? 감정이 없으면 짜증내는 일도 없을텐데. 감정이 꼭 있어야 하나?

빈 :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감정을 꼭 가지고 있는 존재라네. 감정이 있어야 사람이라고 하더라구. 감정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래. 감정을 숨기려 참으면 참을수록 오히려 나쁜 감정이 더 쏟아 오른데. 더 짜증나고 더 화를 내고 그러는 거지.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하네.


준 : 근데 감정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하잖아. 형아가 뜨거운 국물에 닿았을 때 짜증이라는 감정을 표현했고 아빠는 거기에 화를 냈고. 뭐 감정이라는 것이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없어도 될 것 같은데.

빈 : 그 상황에서는 서로 감정을 표현해서 안 좋았었는데, 나중에 아빠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감정은 저절로 나오는 것인데 그것으로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구. 그러면서 엄마랑 아빠가 하는 얘기 살짝 들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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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 아빠가 형아한테 미안하다고 했다구? 미안하면 왜 혼을 냈었데? 앗 이것보다 엄마랑 아빠랑 무슨 얘기했는데?

빈 : 아빠가 엄마에게 이렇게 얘기했어. "감정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인데 감정을 표현한 것에 대해 내가 빈이를 꾸중한 것은 잘못했던 것 같아. 좋으면 좋다, 슬프면 슬프다, 뜨거우면 뜨겁다, 짜증나면 짜증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상인데 이를 탓하는 것은 아닌것 같아!" 솔직히 아빠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통 이해가 안되더라구! 그냥 뜨거운 국물에 닿여서 뜨거움을 느끼고 순간적으로 짜증내는 나를 혼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더라구. 근데 이 후에 엄마가 얘기하는 것을 들으니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구.


준 : 엄마가?

빈 : 응! 엄마는 아빠 얘기를 듣고, "맞아요. 어떠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감정은 정말 자연스러운 것이예요. 그 자연스러움을 탓해서는 안되요. 문제는 그 다음이예요. 첫번째 감정이 나온 그 다음의 행동이 중요하지요. 빈이가 뜨거운 국물에 닿이고 나온 첫번째 감정인 짜증은 자연스럽지만 만약 이후에도 짜증을 계속 냈다면 그건 혼나야 하는 행동이지요." 엄마말 이해가?


준 : 이해 가냐구? 난 도저히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형아는?

빈 : 난 조금은 이해가 가. 뜨거워서 첫번째 짜증낸 것은 괜찮은데 두번째도 짜증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했다면 나쁘다는 의미인 것 같아. 아까전에 내가 말한 것 있지? 순간적으로 짜증냈다가 웃는 사람도 있고, 심호흡하는 사람도 있고, 계속 짜증내는 사람도 있다는 말. 처음과 두번째 사람은 짜증을 냈지만 이후에 웃거나 심호흡으로 두번째 감정을 다스려서 다행이고 계속 짜증낸 세번째 사람은 나쁜 거지.


준 : 아! 형아말 들으니 조금 알겠네.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순간적인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라서 괜찮지만 이 후 두번째 따라오는 감정은 자기 책임이라는 거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두번째 나오는 감정이라는 것 맞나?

빈 : 내동생 거의 정확히 이해한 것 같은데! 첫번째 나오는 감정은 갑작스런 상황에 순간적으로 나오는 것이라 자신이 제어할 수 없지만 이 후 두번째 나오는 감정부터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지. 물론 두번째 감정은 자신의 선택의 결과물이기에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하구.


준 : 이제부터는 두번째 감정이라는 놈 잘 다스려야겠는데. 내가 다스릴 수 있는 부분은 다스려야지.

빈 : 그럼! 지금부터 지켜볼꺼야! 첫번째 감정은 내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줄께. 너가 내보낸 감정은 아니니까. 두번째 감정부터는 안된다. 너가 선택해서 내보낸 감정이니까 이상한 감정이 나오면 형아인 내가 혼낼꺼야!


이렇게 대화를 통해 "감정"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빈이와 준이 두 형제는 함께 배움을 풀어간 서로에게 "고마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식당밖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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