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여행을 와서도 빈이와 준이는 할아버지 댁에 갈 생각으로 들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빈이, 준이랑 정말 잘 놀아줍니다. 할아버지가 손수 키우시는 배추, 오이 등이 열리는 것을 보며 아이들은 자연과의 교감을 조금이나마 합니다. 이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이 순간 빈이는 준이에게 제안을 합니다.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경로 중 가장 좋은 길을 찾는 게임입니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넓고 하얀 스케치북에 우리집을 출발점으로 할아버지 집을 도착점으로 그려넣고 나름대로의 경로를 그려넣기 시작합니다.
빈 : 지금까지는 아빠 차 타고 하나의 길로만 다녔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길이 있는 것 같아. 아빠가 왜 하나의 길로만 다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길로도 가보고 싶더라구.
준 : 형아 말대로 아빠 차가 원래 가던 길로 가는 동안 다른 차들은 다른 길로 가더라구. 아빠는 그냥 원래 가던 길이라서 그냥 가는 것 같은데, 나도 다른 길이 궁금했어. 분명히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길이 있을거야.
빈 : 그럼, 있고말고. 저번에 엄마랑 갈때 택시 탔었잖아. 아빠가 바빠서 엄마랑 너랑, 나랑만 갔었을 때 기억나? 그 때 택시는 분명히 아빠가 가는 길이랑 다른 길로 갔어. 처음에는 택시 아저씨가 길을 잘 못 안다고 생각했었거든. 아빠가 가는 길이 아니었으니까. 근데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더라구. 잘못된 길이 아니었어. 그냥 다른 길이었어.
준 : 형아 말이 맞아. 그리고 다른 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는 또 다른 길로 가던데. 그래도 할아버지 집에 도착했어. 시간도 조금 더 빨리 도착한 것 같아. 형아! 이렇게 보니까 길은 참 많은 것 같아.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이 있을거야. 와~! 벌써 궁금해진다.
빈 : 또 다른 길이 있다니 나도 벌써 궁금해지는데. 사실 갈때마다 같은 길로 가니까 좀 심심했었거든. 창밖을 봐도 저번 봤던 건물, 길, 표지판 밖에 보이지 않더라구. 재미없어서 그냥 앉아만 있었지. 근데 그 택시가 완전 다른 길로 가니까 완전 처음보는 것들 뿐이었어. 무엇을 봤는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그 때 새로운 것들을 구경하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 있지.
준 : 새로움은 언제나 재미있는 것 같아. 처음에 아빠가 하나의 길로만 갈때는 우리집에서 할아버지 집까지 가는 길은 하나라고만 생각했었거든. 엄마도 다른 길로 가자고 한적도 없고 아빠는 항상 같은 길로만 다니고. 당연하게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지. 근데 아니었어. 우리가 지금까지 가본 길만 세 가지야.
빈 : 내 생각에는 우리가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많을 것 같아. 할아버지 집에 가다보면 골목들이 엄청 많거든.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더라도 할아버지 집으로 통할 것 같아. 분명히 할아버지 집으로 데려다 줄꺼야.
준 : 지금 생각해보면 나 어린이집 차 타고 가는 길이랑 아빠가 데려다 줄때 가는 길이랑 완전히 달라. 처음에는 아빠가 길을 잘 모르나 생각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아빠 차가 유치원 차보다 유치원에 더 빨리 도착했어.
빈 : 걸어서 집 앞 마트 갈 때에도 엄마랑 갈 때랑 아빠랑 갈 때랑 완전 다른 걸. 엄마는 빵집 옆길을 좋아하고 아빠는 편의점 앞으로 가는 길을 좋아하더라구. 이유는 묻지 않았는데 갈때마다 그 길로 가. 그 길외에는 가지 않더라구.
준 : 왜 그러지? 이 길로도 가보고 저 길로도 가보면 정말 재밌는데. 계속해서 보는 것은 지겨워. 새로운 가게나 길을 지나가는 것은 언제나 즐겁더라구. 새로우니까.
빈 : 이제 집 앞 마트만큼은 나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아. 엄마가 잘 다니는 길, 아빠가 잘 다니는 길을 알아냈거든. 다음에는 혼자 한번 가볼까나?
준 : 형아~! 길을 잃어버리면 어떻하려구 그래. 엄마나 아빠와 같이 가니까 길을 안 잃어버리지. 형아 혼자 다니면 길을 잃어버릴지도 몰라.
빈 : 길을 잃어버려도 상관없어...뭐 다른 길로 가면 되지. 마트까지 가는데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엄마나 아빠가 다니는 길을 잃어버리면 내가 좋아하는 길로 가면돼. 너도 알다시피 마트로 가는 길은 너무나 많거든.
준 : 그건 그렇지만...형아가 좀 걱정된다. 정해준 길로 가면 빨리 갈 수도 있는데 형아가 좋아하는 길을 어디인지 잘 모르잖아. 그 길이 마트로 간다는 보장도 없고.
빈 : 맞아. 그 길이 마트로 통하는 길이 아닌지도 몰라. 근데 재미있을 것 같아. 그리고 혹시 그 길이 마트로 가는 길이 아니라면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되겠지. 내가 새롭게 하나씩 길을 찾아가면서 도착하면 돼. 시간이 약간 더 걸린다는 것 뿐 문제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
준 : 우와 내가 직접 찾는 길이라구? 정말 재미있겠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도 있겠지? 내가 직접 길을 찾고 도착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마트로 가는 나만의 길을 한번 찾아볼 수 있다면 더 용기를 내어 아마 할아버지 집으로 가는 나만의 길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빈 : 그래.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나를 데려다 줄 수 있는 길을 한번만 찾아본다면 다른 곳으로 향하는 다른 길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길 찾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않아보여.
준 : 형아~! 그러면 우리 어디로 가는 길 찾기 할까? 길 찾기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었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내가 직접 길을 찾아서 그 길로 간다는 생각만해도 너무 좋은 걸!
빈 : 아빠한테 다음에 할아버지 집으로 갈때에는 다른 길로 가자고 해보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완전 새로운 길로. 우리가 지나가는 곳마다 펼쳐질 집과 가게, 길들이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지 벌써 궁금해지네.
준 : 그래 좋아. 그 길에도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뭔가가 있을꺼야. 너무 기대돼.
빈이와 준이는 원하는 목적지에 가기 위한 길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길로 가다가 헤매이면 저 길로 가면 된다는 삶의 법칙들을 하나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여정속에 녹아있는 삶의 지헤들이 하나씩 세상밖으로 나와 그들의 풍요로운 삶을 비춰주기를 고대해봅니다.